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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교정했다고 차였던 과거 썰.
게시물ID : love_5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는문가에요
추천 : 11
조회수 : 1797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6/07/04 12: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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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이 아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모임에서 한 여자를 만났더랬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만 하는 사이였죠.

근데 어느 날, 그 분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냐는 뭐 그런 가벼운 안부 문자였죠.

지금이야 아저씨지만
당시만 해도 큰 키(183)에 준수한 외모(ㅋㅋㅋ)로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락 오던 여자들도 종종 있었기에
그중 한 명인갑다...하고 그냥 예의상 문자를 주고 받았죠.

그런데 이 여자분이 어느 순간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절 만나면 뿅 간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데이트 비용까지 막 내주고는 했죠.

처음엔 저도 그냥 한두 번 만나본 거였는데 워낙 절 좋아해주니까
저도 어느 순간 빠져들더군요.

한 번은 노래방을 갔는데, 꽤 비싼 곳이었습니다.
어쨌든 내가 내겠다며 결제를 싹~ 하고, 재밌게 놀다가 헤어졌는데요.

집에 와서 보니까 주머니에 만 원 짜리 한 장이 들어있더군요.
몰래 제 주머니에 살짝쿵 돈을 넣어놓았던 겁니다.

그때... 아 이런 여자도 있구나 하면서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결심했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지만, 당시엔 허세도 심하고 자존심도 세서
제가 고백을 안 했습니다.

결국 여자분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제게 고백을 해줬죠.
(물론 나중에 갈굼 많이 당했습니다만...)
그리고 드디어 애인 사이가 됐습니다.

아주 그냥 알콩달콩 깨를 볶았죠.
처음으로 결혼 생각까지 하게 한 여자였어요.


그런데 제겐 콤플렉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치아가 바르지 못하다는 거였죠.

그냥 가만히 있으면 티가 나지 않는데,
웃거나 하면 앞니 돌출, 치열 왔다리 갔다리가 부쩍 티가 나서 극혐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여자친구 앞에서는 최대한 망가지지 않게 웃고
콤플렉스를 감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제 치열이 심히 엉망진창인 걸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치과에 갔는데
이대로 두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 교정을 해야 한다더군요.

어차피 해야 된다면... 여자친구에게도 말해야 되니까
교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근데 여자친구 표정이 조금 굳더군요.
이 멀쩡한데 무슨 교정이냐며 현실 도피를 하는 듯 했지만
제가 적나라하게 치아 상태를 보여주자 흠칫 놀라긴 했지만 수긍하는 것 같더군요.

그때부터였을까?
이상하게 연락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더군요.
정말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만나자고 조르던 여자인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교정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근데 왜였을까? 여자친구한테는 교정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놀래키고 싶었나봐요 아마도...

그리고 만나기로 한 날에
짜잔 나타나서는 이를 보여주며 나 교정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때 여자친구의 표정이란...
나라 잃은 김구 선생님 같았달까...?

아시다시피 교정을 하면 입을 벌렸을 때 극혐이 될 뿐 만 아니라
다물고 있어도 입이 튀어나오는 등 외모가 상당히 변화합니다.

여자친구 낌새가 이상한 걸 눈치 채고
"교정 다 하면 지금보다 훨씬 잘생겨질걸??"이런 말도 날려봤지만
"아 그렇겠네..."라며 말꼬리를 흐리더군요.

뭐... 좀 충격받을 수도 있겠다...싶어서
그냥 존나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찍 들어가봐야 된다고 하기에
집에 보내줬는데...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제가 보낸 문자에 대답도 없고
연락도 씹더군요.

그렇게 읽씹의 시간이 지나고...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오빠 우리 헤어지자"

"미안해"


?????????????????????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뭘 잘못하거나 바람을 핀 적도 없고,

여자친구가 바람을 폈다..? 가능할 수도 있지만
딱 교밍아웃을 한 이후에 연락이 끊기고,
헤어지자는 통보까지 받은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네요. ㅋㅋㅋㅋ
치아 교정했다고 차이다니 ㅋㅋㅋㅋㅋㅋ

그 이후에 직접 만나서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절대 연락을 받지 않더군요.

그렇게 저의 연애는 끝이 났습니다...

(허무...)


근데 뭐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오로지 외모만 보고 만났던 남자가
갑자기 이빨에 철사를 꽂고 나타나면 당연히 만나기 싫겠죠;;

하지만 엄청난 충격이었다는 거...

그 충격 때문인지 교정하는 중에는 여자를 만날 수가 없더군요.
(물론 만나려고 해도 못 만났겠지만요 ㅋㅋㅋ)

교정하는 수 년 내내 쏠로로 지내야만 했다는 비참한 이야기...?


지만!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그 후로 교정이 잘 끝났고,
저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좀 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됐습니다.

미니홈피였던가...
긴 긴 암흑의 교정기(?)를 지나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전보다 더 외모가 나아졌겠죠?


그런데 이 여자... 타이밍 진짜 속 보입디다.

그 사진 올리고 얼마 안 돼서 수 년 동안 연락 없던
그 전 여친이 연락을 한 겁니다.

"오빠 잘 지내? OOO에서 우리 언니가 오빠 봤다더라
어떻게 지내?"

뭐 이런 식의 문자였는데...
20대라면 누가나 한 번 쯤은 지나갔을 법한 지명을 들먹이며
+ 언니를 팔아먹으며 저에게 연락을 한 이 여자...

그 때 제가 했던 생각은

"교정기 뺐다고 바로 연락왔다 이거지? ㅅㅂㅄㅈㅅㄹ버ㅏ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었죠 뭐 ㅋㅋㅋ

그리고 아직 어렸을 때라 저의 옹졸함도 여전했기 때문에
이렇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너 내가 교정했다고 찼잖아
연락하지 마라"

하니까 뭐라뭐라 변명을 해대는데
가열차게 읽씹 ㅋ


.....


어떻게 정리를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어릴 때니까 뭐 이런 저런 일도 있었던 거겠죠?

여러분도 외모만 보고 접근하는 이성은 되도록 피하고
스스로도 외모만 보고 사람 만나지 맙시다.

이상 외모지상주의 공익광고 캠페인이었습니다.

...?

역시 마무리는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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