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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자판기
게시물ID : panic_88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왕사자
추천 : 22
조회수 : 189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7/04 15: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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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판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이 커피자판기는 맛이 기가 막힌다.
원두를 직접갈아 쓰는 형태인듯 매번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지만,
이 자판기만의 구수한 맛에 이끌려 매번 산책나오서는 여기서 꼭 커피한잔씩은 하고 가는편이다.

앞서 젊은 커플도 커피를 뽑아들고 홀짝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블랙인가 하는 커피를 먹는다는데,
나는 그건 영 입에 안 맞아 못먹는다.
같이 등산다니는 산악회 회원들도 슬슬 블랙이다, 아메리카노다 하는데,

난 설탕이랑 프림이 좀 들어가줘야 먹을만 하다.
옛날이야 다방에서 시켜먹기도 했는데,
요즘 어디 다방이 있는가?
그렇다고, 요새 애들 다니는 커피숍인가 하는데는 넘사스러워 못가겠고.

이렇게 자판기가 참 고마울 따름이다.

'윙~'
동전을 넣고 밀크커피를 누른뒤 이렇게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
습관처럼 자판기 문을 열고 손부터 넣는다.

아직 컵도 안나온 상태지만, 꼭,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늦게 나오는것 같아 습관처럼 손부터 넣고 있다.

"부웅~ 끽."
낡은 다마스가 자판기 옆에 차를 세웠다.

몇번 만난적이 있는 자판기 관리자다. 
젊은 나이면서도 자판기 여러개를 돌리며 생각보다 쏠쏠히 돈을 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젊은 관리자는 싹싹하게 인사하며 말을 걸어온다.

"어~ 그래 안녕한가?"
손으로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느껴지면,
커피가 다 나왔다는 알람이 울기도 전에 커피를 꺼낸다.

뒤로 쪼록 물이 더나오는것 같지만, 그게뭐 대수랴.

"요즘도 장사 잘돼지?"
따뜻한 커피를 연신 홀짝 되며, 자판기를 열어 재료를 보충하는 관리자에게 인사치례로 묻는다.

"어휴~ 덕분에 입에 풀칠은 합니다."
관리자도 커피통을 분해하며, 인사치례로 응답한다.

"난, 여기 커피가 맛있어서 매번 마시러 오는구만."
껄껄 거리며, 관리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예예~ 매번 고맙습니다."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며 관리자는 커피통을 들고 숲쪽으로 걸어간다.

대화상대가 멀어지자 멋적은듯 커피를 홀짝거리다, 입안에 무언가를 손으로 빼어낸다.
또, 머리카락이었다.
탈모가 심해지는지 요즘 자주 머리가 빠진다. 아직 60도 안됐는데.

관라지는 숲속에서 궁시렁거리며, 무언가를 버리고 있었다.
아마도 커피 찌꺼기리라.

다 마신 종이컵을 쭈그려트려 쓰래기통에 던져넣으려 차량 뒤쪽으로 가는 순간

차에서 무언가를 꺼네며 궁싯되는 관리자의 혼자말을 듣게된다.
 
 
 

"아~ X발, 요즘은 약을 자꾸 붙혀도 안돼네."
"맛도 없을텐데 왜? 커피통에 들어가는지 몰라."

관리자는 바퀴벌레용 약을 자판기에 하나 더 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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