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이렇게 내가 **씨한테 메일 쓰는게 참 오랜만이네. 이 메일을 쓰면서 지난 5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면 과장이려나?
**씨, 처형과 장모님 그리고 처조카와 우리딸 데리고 오늘 싱가폴가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일주일이나 집을 비우면서 휴대폰을 두고 갔어? 당신의 휴대폰은 나에게 있어서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인데 왜 비밀번호도 안 잠그고 두고 갔어? 덕분에 나는 보다 빨리 결심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 나는 적어도 나란 존재가 당신한테는 이렇게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몰랐는데 나란 사람은 당신에게 있어서 벌레 같은 존재였구나. 그래 그것까지는 참았는데, 우리 어머니가 당신도 아닌 당신친구 입에서 “김**” 운운하며 “미친년” 등등의 말이 나올 정도가 되니 약간의 자제심과 기대마저 무너져 버렸다면 내가 너무 침소봉대하는 건가? 나는 당신과 당신 친구사이에서의 호칭이 ~~씨도 아니고 ~~이 더라. 거기다 “걔” “얘”는 예사더라. 당신 친구와 당신 사이의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결국 나는 조선소나 겨우 다니는 직원 주제고,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병신이더라. 그리고 내가 서울로 옮기게 되면 얼굴 마주칠 기회가 없으니 당신은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가급적 내가 늦게 퇴근해서 나를 안보는 것이 좋고, 하지만 병신이니까 생활비는 당신 대주는 그런 사람을 원하더라. 거기다가 우리 엄마와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병신도 아닌 븅신이 되더라고.
좀 전에 당신한테서 면세점인데 40만원짜리 페라가모 구두 산다는 말을 들으면서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그렇게 벌레 같이 여기는 사람에게 살갑게 굴면서 그런 부탁을 못하겠어. 근데 당신은 하더라. 그래서 난 당신이 너무 무서워. 그 구두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줘.
난 그동안 내 나름대로 당신과의 관계회복을 하고자 했는데 당신과 당신 친구사이에 녹음된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지난 번에 당신이 나에게 편지 쓴 대로 우리 딸은 내가 키울께. 최근 맘이 바뀌어서 혹시 이혼하면 당신이 키우고 싶어하는데 그렇게 되면 난 힘 닿는데 까지 법정에서 싸워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