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개발자의 권익 옹호라던지 거창한 말이 가끔 나오는데
게시물ID : computer_123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nsi5120
추천 : 1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10/30 10:52:58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computer&no=123273&s_no=123273

> ★ ansi5120 (2013-10-30 08:25:45) (가입:2013-04-28 방문:222)   추천:0 / 반대:0               IP:72.53.***.30    
> 애초에 개발자들은 투표를 안 합니다.
> 정치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표가 되지 않으니 신경쓸 필요가 없는 층입니다.

> ★ todo (2013-10-30 08:35:59) (가입:2011-09-16 방문:361)   추천:0 / 반대:0               IP:122.32.***.104    
> .. ansi5120/ 뭔 개소리세요?
> 나도 안 하니까 남들도 안 할꺼다 뭐 그리 생각하세요?
> 독특하시네



링크된 글에서 말했듯이 개발자들은 투표를 많이 안 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투표 이전에 집단으로 정치적 행동을 별로 안 한다에 가깝겠군요.

이는 개발자들이 멍청하다기보다는 보통 개발자가 되는 사람들의 성향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게 더 나은 접근입니다.
40대 이상까지 개발자로 살아남는 사람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거나 혼자서 문제를 푸는 걸 좀 더 좋아하는 성향이 많습니다.(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이며 해커뉴스 따위에서 한두달에 한번씩은 올라오는 이야깁니다. introspection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도 하고요.)
사회성 결여라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겠습니다.

개발자의 투표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당하는 걸 원하는 심정이니, 반박자료는 환영합니다.


뭐 일단 저 todo씨는 '자기가 안 하니 남도 안 할거다'고 생각하냐고 하시는데,
본인께서는 자기가 하니 남도 당연히 할 거다고 믿는지 참 궁금하군요. 만일 사실이라면 참 나이브합니다.
평상시라면야 그냥 웃고 넘기겠습니다만 며칠 전 일도 있고 한번 이야기를 해 보지요.


자, 그럼 한번 지금 대한민국 입법부에서는 개발자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입안된지 법정기일(4~6주)도 안 된 따끈따끈한 법안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에 대한 일부 개정안입니다. 발의자는 장하나 의원입니다.

발의서 전문은 개재하지 않고 일부만 중간중간 발췌하도록 하지요.

기본적으로 국내 SI업체는 (이 개정안의 용어 규정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발주자 -> 수급인 -> 하수급인 -> 인력파견
발주자(갑)이 수급인(을)에게 도급을 주고 하수급인(병)에게 하도급, 그리고 그 하수급인이 다른 하수급인(정)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에서 을이 병한테 일을 재하도를 할 때 보통 일정량의 수수료를 뗍니다. 실제 일은 안 해도, 미들맨으로서 이득을 챙기는 거지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30&aid=0002238899&type=1
이런 게 고착화되면 이 링크 상단에 있는 도표처럼, 3차(병)하도급까지 가면 무려 30~40%의 원금액이 깎입니다. 태반에 가까운 돈이 허공으로 떠버리는 거죠.

이 개정안이 발인하는 건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도급 받은 사업금액의 50% 초과로 하도급을 금지. (즉 일정량의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
2. 하도급시 원금액의 95% 이상을 실지급을 해야 할 것.
3. 하도급 시 반드시 발주자에게 서면 제출, 승인을 받아야 함.


꽤 짧은 법안입니다만 오히려 짧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보통 발주자는 정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70%정도라고 듣고 있습니다만 체크하진 않았습니다) 입법 후의 실행은 행정부의 시행의지에 달려있고요.

물론 이 법안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비전문가의 시선에서만 보자면, 다중 하도급에 대한 항이 없는 것도 있고, 회사 내 합병이란 형태로 1번을 둘릴 수도 있습니다.
2번의 지급이야 어음 갖고 놀음하는 사람이 한둘이 있는것도 아니고, 게다가 5장 벌칙 38조(양벌규정)과 39조(과태료) 항목을 보면 다중 과형에 대한 이야기도 없군요.
'법인 또는 개인'이란 말도 여차하면 법인 자체나 혹은 얼굴마담에게 떠넘기고 면피할 수 있겠고요.
물론 꽤 감정적인 비전문가의 시선입니다. 


꽤 싱겁다고 하는 반응도 있는데 원래 싱거워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악법을 뜯어고쳐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건 현대민주주의에선 안 됩니다. 한고조 유방의 악법삼장같은 일은 없습니다.

길을 가려면 첫 걸음을 먼저 딛어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개발자 관련 불평은 SI쪽에서 오는 게 압도적인 양이기 때문에(데브피아에서 두 달만 관찰해보세요), 불평의 양으로만 따지면 이 법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사람은 개발자 인구의 반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사실 부실하다곤 해도 싱겁다는 반응마저 아쉬울 정도로 이런 건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자, 그럼 한번 볼까요.

이 건으로 검색을 해 봤는데, 이 건에 대해 지지를 표한 개발자 그룹은 없군요. 제가 못 찾은 걸수도 있습니다.
특히 SI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건 정치적 이념보다 우선 본인 생계에 영향이 가는 거니 필히 담론을 형성해야 할겁니다.

이글루스에서 간헐적으로 언급하는 건 봤군요.

개발 전문가로서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표료하는 사람도 안 보입니다.


본인이 정치인이라면, 이렇게 스스로 생계에 영향을 보내는 입안도 관심을 안 보이는 표층에 관심을 보이겠습니까?
소수라도 이런 걸 막으려고 로비하는 사람들이라던지, 아니면 좀 더 반응이 나올 만한 일에 신경을 더 쓰겠지요.


그러면 반대로, 이 정책으로 인해 (약간이나마) 손해를 볼 만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나요?

그냥 '장하나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이라고만 검색했습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결과입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31021115106032
문화일보 "<경제민주화의 '역설'>공공 SI시장도 外人이 '야금야금'"

> 대기업 계열 시스템 통합(SI) 업체의 공공사업 참여를 막는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이 오히려 외국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중소기업 수주를 우려해 자사 사업을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사업'으로 신청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자사 데이터센터 이전 컨설팅 사업을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사업으로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얼마나 많은 하도급을 주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겁니다.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newsview?newsid=20131013130106509
아이뉴스24 "반복되는 IT서비스 하도급 문제 '해결책이 궁금해'

>  IT서비스 업계는 일방적 다단계 하도급 금지 논의는 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형 규제라고 지적한다.
저 '업계'는 누굽니까? 일 시키는 입장이 아니겠습니까?
> ◆"하도급 없애는 건 IT서비스 산업 전체를 죽이는 꼴"

조금이라도 실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저 글을 피식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까요.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31014045904443
국민일보 "[단독] 상생한다고 대기업 참여 제한한 SW산업 진흥법.. 공공사업 외국자본에 내준 꼴"

코멘트하기도 귀찮군요.



그나마 블로그 한 곳이 멋진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마디 맺음말을 쓰자면,

4년에 한번 투표한다고 참정권을 행사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가 안 하니 남도 안 할거다'고 생각하냐는 분께서는 작성글을 보니 현역이시며 또 꽤나 정치적으로 감정이 있으신 분 같은데,
과연 이 법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셨는지 궁금하군요. 최소한 자기 구의 의원에게는 이야기를 하셨겠지요?

남에 대해 단정을 할 정도라면 필히 그러실 거라 믿습니다.



첨언하자면,


굳이 여기뿐만이 아니라 '정치 참여'와 애국/진보가 올 철의 유행이 된 이마즘에 커뮤니티 등지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보면
'투표하지 않았으면 불평하지 마라' 등의 말이 열렬한 지지를 받고...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뭐, 정확히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이유로 어떤 법안이라던지 정당이라던지 자기 선거구의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다보면 (특히 젊은 개발자들 사이에선) 맹목적인 안철수 지지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이건 인물만 다르지 지지하는 입장에서의 레토릭으로 따지면 'MB님이 다 잘 해주실거야'와 동급이라고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개인 숭배는 맹목으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