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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
게시물ID : love_60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lpida
추천 : 5
조회수 : 291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09 12:16:03


베오베 쑥맥남이 여자 꼬시는 방법?? 글을 보고 댓글도 읽다가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글 써봐요.

제가 연애를 '잘' 해본 건 아니지만 어떤 연애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라 어쨌든 인간관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 조금 서툰 면이 있고, 제 실수로 실패도 많이 했고, 연애 실패도 많이 했어요.

저는 제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고,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감추는 걸 잘 못하고 어떻게든 티가 납니다. 좋아도 싫어도 그대로 표정이나 태도에서 드러나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확인하고 싶고 눈에 보이는 밀당을 정말 싫어합니다.

또 저는 사람들을 엄청 좋아하는 데에 반해서 제 바운더리 안에 들여놓는 기준이 좀 까다로워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몇 년 만난 사람처럼 얘기하고 놀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연락을 지속하거나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는 건 좀 힘겨워하고, 대체로 사람 사이에 거리감을 좀 느끼는 편이에요.

아래에 쓸 얘기는 이런 성격의 제가 겪은 인간관계와 연애 얘기이니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쯤 공유하고 싶어서 써봅니다.

1.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어요. 진짜 못 감춰서 아마 그 사람도 알았을 거예요. 연락이 오면 바로 답장하고, 어떻게든 연락할 구실을 만들고,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고. 고백을 안 했다 뿐이지 온갖 티는 다 냈어요. 그리고 그렇게 끝났어요.

썸을 타는 상황도 있었어요.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고, 서로 그걸 알았고. 진짜 좋아서 여러 번 만나고 데이트도 했는데, 상대방이 저랑은 좀 안 맞는 거 같다고 해서 끝났어요.

2.

취미생활을 하다가 만난 사람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별로 제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같은 주제로 계속 얘기를 하다보니까 같은 주제의 다른 생극이 참신하고 마음에 들더라고요. 계속 얘기하게 되고, 이 사람이 하는 칭찬이 마음에 들고. 처음엔 단체로 만났는데 점점 둘이 따로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고. 결국엔 사귀었고 나이차가 많이 났는데도 꽤 오래 사귀었어요.

3.
그리고 역시 취미 생활로 만나게 된 사람이 있어요. 근데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묻는 질문, 약간의 도움, 그런 사소한 것들을 이성적 호감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저도 그 분이 싫지 않아서 조금씩 얘기를 해볼까 했는데 그 분이 갑자기 제 이름을 줄여 애칭으로 부르고, 연애관이며 결혼관 얘기가 나오고, 아직 단체 활동에도 몇 번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둘이 만나자는 얘기가 나오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베오베의 그 글을 보고 표현은 별로였지만 어느 정도 공감을 했어요. 그런데 댓글에서 이게 밀당이라고, 좋아하는 마음 숨기기 힘들다는 얘기를 보고 좀 고민을 해봤거든요. 저도 밀당 싫어하고 마음 숨기기 힘들어하는데 그 글에는 왜 공감을 했을까.

이건 거리 문제인 거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데, 그 사람이 나에게 느끼는 거리감, 내가 그 사람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같을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1번의 경우에 저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제 마음에 눈이 멀어서 그 사람이 그만큼 절 가깝게 느끼지 않는다는 걸 못 본 거죠. 3번은 그 반대라서 제가 부담을 느낀 거고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계산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렵고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전 최근 들어 그 계산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건 관계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보다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내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거죠.

연애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요. 내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거리감과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어떻게 다른지를 항상 관찰해서 그에 맞춰서 마음을 표현해야 서로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실패한, 혹은 성공한 케이스를 돌아보면 그렇게 느껴요. 그렇지만 전 이게 밀당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 번쯤 느껴보셨을 거예요. '내가 이렇게 하면 걔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아, 쟤가 저러는 거 부담스러워.'
그게 상대와 나의 거리가 아닐까요. 그 거리감을 못 느끼거나, 느끼고서도 마음에 못이겨 내 감정을 다 드러내버렸을 때 사람 사이는 발전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말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핳.


세 줄 요약.

1. 상대방과 내가 느끼는 호감(혹은 거리감)은 서로 다르다.
2. 그 간극에 유의해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3. 그래도 안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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