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2024년, 고요한 태양계에 방문자가 나타났다.
떠돌이 행성. 그것은 황도면에 아주 미세한 엇각으로 우리 태양계에 진입했으며, 지구와 화성의 중간쯤되는 위치에서 태양주위를 공전하기 시작했다.
관측결과, 이 행성은 화성정도되는 작은 크기였으나, 그 크기에 맞지 않게 밝은 빛을 내뿜었다.
천랑성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 그 행성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학자들은 사냥과 달의 여신, 다이아나(Diana)의 이름을 본따 이 행성에 디오니아(Dionia)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인류는 곧바로 디오니아를 탐사할 준비를 하였고, 3달만에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이것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꽤나 큰 의미를 가졌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발을 딛으면서, 동시에 태양계외의 천체를 방문하려고 한다.
이것이 아마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탐사에 자원하도록 만든 이유였을 것이다.
지원자 수는 자그마치 만명을 넘겼지만, 엄격한 심사기준의 테스트로 지질학자 2명, 생물학자 2명, 물리학자 1명, 전문의 1명외 조종사 2명, 총 8명이 최종적인 탐사대원으로 선발되어졌다.
2024년 10월 4일, 전 인류의 환호를 받으며 탐사대는 우주로 나아갔고, 그 미지의 섬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항해일지>
-항해 1일째-
나는 이 탐사 계획의 대장으로서, 우주선의 메인 조종을 맡았다.
계산이 틀리지 않았다면, 4달후 디오니아에 도착한다.
나와 부조종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무중력 상태가 익숙하지 않은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
아무래도 약을 먼저 가져다 줘야 할 것같다.
-항해 3일째-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모든 대원들이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졌다.
그들의 컨디션도 한층 더 좋아졌고, 선내 분위기도 활발해졌다.
앞으로의 항해가 지루하진 않을 것같다.
-항해 15일째-
디오니아의 빛이 맨 눈으로도 환히 보인다.
약 100일간의 항해 거리가 남아 있음에도, 육안으로 볼 수있는 저 행성의 빛의 원천에 궁금증이 생긴다.
물리학자인 저스틴에게 나의 궁금증에 대해 얘기하니, 그가 성실히 답해준다.
그의 설명을 여기에 남긴다.
『이론적으로, 100%의 반사율을 가지는 물질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저 행성은 계산상 280%의 반사율을 자랑하지.
즉, 우리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낼 수있고, 억겁의 세월동안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도출되는거야.
정부와 기업가들이 저 행성에 미칠듯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디오니아를 이루는 물질이 무엇이든간에, 그 물질은 지독한 자원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인류의 보물이고, 그것의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임무라는 것을 알아둬.』
-항해 89일째-
지금은 우리나라 시간대로 2025년 새해 첫날이다.
우주에선 시계를 보지 않는 이상, 현재의 시간대조차 알 수없다.
덕분에 항상 시계를 보면서 내가 아는 지역들의 시간대와 비교하는 이상하는 습관이, 나의 첫 임무때부터 생겼다고 내가 말했던가?
흠...아무튼 지금 보신각에선 제야의 종소리가 맑게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있겠지.
나도 그들처럼, 나의 올해 소원을 빌어야겠다.
-항해 121일째-
드디어 도착했다.
표면에서 반사되는 흰 색빛과, 바다로 추정되는 지점들에서 나오는 푸른 빛의 색채가 어우러져 밝게 빛난다.
저스틴이 옳았다.
뒷면, 정확히는 태양이 비춰지지 않는 반구쪽에도 빛이 보인다.
검은 도화지에 파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빛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양 어두운 공간속에서 홀로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우주선은 계획에 따라 모선과 탐사선으로 분리되었다. 모선은 디오니아를 정지궤도로 돌며, 탐사선과 지구간의 통신을 중개했다.
부종사는 모선에 남아 혹시 모를 긴급사태에 대비했고, 나머지는 모두 탐사선을 타고 디오니아에 착륙했다.」
우리는 지금 행성에 착륙했다.
평원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착륙했으며, 인류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다.
이 영광의 순간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앞으로는 항해일지 대신, 탐사일지를 작성할 계획이다.
<탐사일지>
-탐사 1일째-
이 행성은 대기가 없다. 아마도 성간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대기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하늘은 항상 검은 색이며, 밤낮 가릴 것없이 별들이 빛난다.
중력은 놀랍게도 지구의 90%정도였고, 행성 내부의 활동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지표면은 밀도가 큰 암석들위로, 흰 색의 알갱이들이 계속해서 쌓여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들은 크기가 가루에서 자동차만한 것까지 제각각이다.
지질학자들이 말하길, 이것이 인류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수정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오늘은 일단 전초기지를 세우고, 내일 동쪽 바다를 조사하러 갈 계획이다.
-탐사 2일째-
전초기지 건설작업이 막 자동화 단계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동쪽으로 8km지점에 있는 작은 바다를 조사하러 갔다.
그 곳에서 우리는 디오니아의 놀라운 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바다로 추정했던 것은 바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발광하는 수정들의 견고한 집합체였다.
광활한 수정의 바다에 간혹가다 표면을 뚫고 올라온 수정탑같은 것들이 보였다.
우리는 그 수정탑을 조사했다. 수정탑은 바다의 그것들과 동일한 수정이었다.
투명한 수정속에서 푸른 색의 액체가 꿈틀거리고, 그 액체로부터 빛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디오니아의 푸른 빛은 수정속의 이 액체가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표본을 추출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온갖 기구들을 이용했으나, 이 탑은 도저히 흠집조차 남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도가 높다는 다이아몬드보다 수천배는 더 강한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표본추출을 중단하고, 탐사본부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알렸다.
-탐사 3일째-
본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 표본추출은 포기하고, 가능한 모든 실험과 관찰을 진행하여 그 데이터를 전송하라.
또한, 뒤이은 탐사를 위해 반경 10km의 행성지도를 작성하라. ]
우리는 팀을 2개로 나눠서 나와 물리학자 그리고 의사는 지도를 작성하고, 나머지는 수정탑을 더 자세히 조사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일단 행성의 표면을 이루는 하얀 수정들을 조사하고, 지시사항은 내일 실행할 계획이다.
-탐사 4일째-
우리 탐사팀은 로버를 타고, 전초기지 인근 지역을 탐사했다.
탐사 결과 내린 결론은, 지도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지리학적인 특징도 찾아낼 수없기때문이다.
덕분에 이 행성에선 방향감각이 사라진다.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풍경뿐이다.
모니터를 보지 않으면, 우리가 온 방향조차 알기 힘들 정도이다.
결국 우리는 최소한의 지도를 작성하고, 바로 전초기지에 복귀했다.
〔지지직..〕
[ 대장님, 전초기지 북서쪽 20km부근에 피라미드로 추정되는 구조물 2개가 발견되었습니다.
분명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지역인데...아무튼 본부로부터 자세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장거리 탐사를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
우리는 지금 로버를 타고, 모선에서 찍어준 좌표로 이동하고 있다.
도착까진 30분정도 걸린다.
그 동안 나는 아까 쓰던 탐사일지를 더해서 쓰고 있는 중이다.
피라미드는 자연적으로 생길 수가 없다. 그렇다는 건 이 행성은 과거, 문명의 손길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지구에선 한동안, 종교와 과학간의 피 튀기는 전쟁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모선으로부터의 정보에 따르면, 피라미드의 높이는 각각 200m와 600m정도이다.
우리는 지금 그 곳으로부터 약 800m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고, 곡률과 태양의 고도를 계산해보면 피라미드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루한 평원의 연속이다. 아무래도 모선의 관측장비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
믿을 수가....없다....
우리가 막 600m지점을 지날 때, 갑자기 피라미드 2개가 나란히 나타났다.
우리의 뇌가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합리화시키려는 몇 십초간, 우리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로버의 이동이 한 동안 멈춰있자, 모선으로부터의 연락이 이 갑작스런 침묵을 깨주었다.
[ 대장님! 대장님! 응답하십시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
[ 아..아니다...아무것도 아니다...이상없다. 피라미드가 보인다.
도착하는 대로 간단한 조사후에, 바로 탐사를 시작하겠다. ]
[ 예,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
<피라미드와 인근 지역 조사일지>
이 행성은 거대한 수정 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라미드들도 역시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기한 점은 이것들은 지구의 피라미드처럼 계단 형식으로 쌓아 올린게 아니라, 그저 거대한 수정 덩어리를 조각한 것처럼 매끈하다는 것이다.
이 행성에서 문명을 이뤘던 자들은, 수정에 관한 기술에 있어서 상당한 지식을 가졌었을 것이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수정은 어떤 방법으로 태양 빛을 산란시켜, 보는 각도에 상관없이 항상 옅은 푸른 색의 빛을 발한다.
눈이 부셔 더이상 바라볼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문명기술의 수준에 압도감을 느껴, 눈 앞에 있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들은 내앞에 존재한다.
눈으로 볼 수 있다. 손으로 만질 수가 있다.
부정할 수가...없다...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는 못 했지만, 대신 근처에 있는 언덕에서 지하로 들어갈 수있는 입구를 찾았다.
이 곳은 일종의 동굴로, 성분분석이 불가능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지금 동굴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힘들지만 계속해서 일지를 써 나갈 예정이다.
그것이 나의 의무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멈춰 선 곳은 거대한 문이 있는 곳이었다.
약 10층 아파트정도되는 그 압도적인 크기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고, 문에 빼곡히 새겨진 알 수없는 상형문자들사이로 보이는 알파벳을 보고, 우리는 생각을 멈췄다.
"꺅~~!!"
문이 열리고...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천천히 문이 열리고, 그 안의 빛이 조금씩 조금씩 새어 나온다.
문이 다 열렸다.
그 안의 광경은 경이롭다 못해, 두려움이란 감정을 자극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저 멀리 어딘가의 천정에서, 구형의 홀로그램같은 것이 아주 천천히 느리게 회전하고 있다.
지구 밖의 문명을 만나는 순간은 신비롭고, 인류를 대표하는 영예로운 순간일줄 알았다.
허나, 그것은 망상에 불과했다.
인류를 뛰어넘는 문명을 이뤘던 그들의 잔재앞에 서있는, 우리는 한낱 벌레에 불과하며 그들에게서 절대자로부터의 공포를 절감한다.
우리가 멍하니 서있자, 푸른 빛의 그 홀로그램 구가 다가왔고 우리는 그것을 올려다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우주의 한 부분을 담고 있었다. 이윽고 그 부분이 확대되며, 우리 은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계속해서 확대되었고, 마지막으로 밝게 빛나는 쌍성계가 나타났다.
"시리우스!!!"
저스틴의 말이 맞았다. 그것은 시리우스의 공간지도였다.
밝게 빛나는 거성과 주위에 있는 작은 별은, 분명히 시리우스를 나타내는 증거였다.
일순간, 아래서 무엇인가 올라왔다.
우리는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서며, 그 광경을 지켜 보았다.
왕관. 그것을 보자마자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아래서 올라온 그것은 총 2층으로 구성된 거대한 왕관과 같았다.
족히 3m는 될듯한 수정들이 2층 구조의 원형으로 배열되어 공중에 떠있고, 그 중심으로 아까 그 홀로그램이 이동해 있었다.
아래 층에는 더 많은 수정들이, 더 큰 원을 그리며 배열되어 있었다.
"저 안에 뭔가 있어요..."
의사의 말이 맞다. 수정안에 어떤 검은 형체가, 그 안의 빛을 약간 가리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기 두렵다. 하지만, 봐야 한다.
우리가 이 곳에서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수정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의 걸음이 느려지는게 느껴진다.
내 앞에 있는 그것들을 부정했다. 꿈이길 빌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고, 나는 그 앞에 서있다.
생명이...보인다..생명체로 보이는 것들이, 자신들을 가둔 수정안에서 규칙적으로 경련을 일으킨다.
모든 수정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생명체들이 들어가있다.
수정앞에 설 때마다, 홀로그램 구는 빠르게 다른 별들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 생명체들을 포획한 다른 항성계일 것이다.
용기를 내어 수정을 만져 보았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다.
〔 &&^%&^*(*&%(%(%*^)*^(^&$*$^$&$&$*an#41@ 〕
알 수없는 소리들과 문자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희롱한다.
아마도 내 앞에 갇혀 있는, 이 생명체가 썼던 문자인 것같다.
이젠 그들의 행성이 보인다. 유토피아가 눈 앞에 펼쳐졌다.
이들은 인류와는 비교도 안 될 초고도 문명을 건설했었다.
그들의 찬란한 문명에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예고도 없이, 그들의 하늘이 희미하게, 푸르게 어두워진다.
거기서 멈췄다. 그렇게 그들의 문명은 푸른 재가 되어 사라졌다.
다시 공간은, 푸른 빛의 홀로그램과 수정들만이 빛나는 심연으로 돌아왔다.
힘이 빠진 다리를 부여잡고, 옆에 있는 수정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수정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확인해 봐야 한다.
수정에 손을 대자, 익숙한 언어가 들린다. 익숙한 풍경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떨고 있다...우리는 두려워...하고 있다...
-탐사 5일째-
우리는 그 미친 장소를 벗어나고 있다.
믿을 수없는 것은, 우리가 그 안을 탐사하던 2시간동안 밖은 18시간이 지나 있었다는 것이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탐사는 끝났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디오니아를 탈출할 것이다.
문제는 통신이다. 모선과 조사팀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이 없다.
뭔가 불길하다. 도착까진 2분정도 남았다. 저 멀리 전초기지가 눈에 들어온다.
절망적이다....아무도 없다.
기지는 우리가 출발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팀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동쪽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불길하다. 전에는 없었던 하얀 수정 기둥이 기지 근처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기둥의 개수는 4개....
"기둥에 하얀 가루들 털어내봐!!!"
두려움 반, 희망 반으로 수정을 덮고 있는 가루들을 털어냈다.
"흐어..아악!!!!"
그들은...수정안에 갇혀 있다.
아까 지하에서 본 수정과 똑같았다.
다만 이 안의 액체는 얼어 있고, 대원들은 처참한 몰골로 죽어 있을 뿐이었다..
슬픔보다는 두려움이 밀려 왔다.
살고 싶다. 이 미친 행성에서, 이런 끔직한 모습으로 죽고 싶진 않다.
수정속에 갇혀, 살아 있는 박제 컬렉션이 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탐사선으로 달렸다.
모선과의 통신은 먹통이다.
규정상 통신이 불가능할때, 탐사선은 이륙할 수없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규정따위가 공포심을 이길 리가 없다.
조종사인 나는 탐사선을 긴급 수동조종 모드로 전환하고, 이륙을 시도했다.
"메인엔진 점화 10 9 8..."
〔 휘이이이잉~~ 〕
'뭐지..? 바람소리..?'
"미친 이게 뭐야??!!!"
디오니아는 대기가 없다. 즉, 바람이 불 수가없다.
우리는 부정했지만, 탐사선은 이미 기울어 지고 있었다.
"아..안돼!!!"
〔 콰과과과광!!!! 〕
-탐사 6일째-
나만...살아 남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앞엔 이 탐사일지뿐이었다.
시계를 보니, 하루정도 기절해 있었던 것같다.
폭발한 탐사선의 잔해도, 전초기지의 모습도 보이지가 않는다.
살아 돌아 갈 방법은...없다...
이제 나의 유일한 목표는 이 조용한 지옥을 생생히 기록하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내 상식으론 받아드리기가 힘들다.
나는 지금 우주복을 입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난 숨을 쉬고 있다.
전혀 거부감이 없는 차가운 공기가 몸 속을 순환한다.
대기가 없던 행성에 갑자기 산소가 생겨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믿어 줄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일지를 쓰고 있는 지금, 자꾸 헛웃음이 나온다.
이 녀석은 날 가지고 놀고 있다.
아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은 표본이 죽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일줄도 모른다.
이 Ge랄맞은 탐사활동으로부터, 난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이 행성은....살아 있다.
3시간정도 걸었다. 길은 그때 그 미친 장소로 가는 길밖에 없다.
지평선까지 넓게 펼쳐진 평원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내가 향하는 길 옆으론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뿐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이 세계에서, 난 그저 사냥감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냥꾼은 한껏 몰이사냥을 즐기고 있다. 그게 전부다.
동굴앞에 도착했다.
〔 휘이이이이이이잉~~ 〕
스산한 바람이 불어 온다.
동굴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갔다.
바로 뒤를 바라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만져지지 않는다.
도망칠 곳은 없다.
난 그 거대한 문까지 걸어 내려 왔다.
문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익숙한 문자가 보인다.
[ S..U..N ]
그 아래의 문장을 읽어 보았다.
"인간은 서로 분열된 원시 종족이다..? 흐흐흐흐..."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 녀석에게 인간은, 이 한 줄로 요약된 것이다.
인류가 그 동안 이뤘던 모든 것들이, 고작 이 한 줄만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그저 '사냥꾼'에게 그 존재를 들켰다는 이유만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홀로그램 구가 보인다. 여전히 시리우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뭐지..?"
땅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아래서 밝은 빛이 보이더니, 왕관의 정중앙에서 또 다른 수정이 올라온다.
그것은 다른 수정들과 다르게 자주색 빛을 내뿜었으며, 그 크기에 있어서 옆에 있는 다른 수정들을 압도했다.
자주색 수정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안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한 생명체가, 미약하게 하얀 광채를 내뿜으며 갇혀있다.
홀로그램 구를 올려다 봤다. 여전히 시리우스를 가리킨다.
머리속에서 교차하는 무수한 생각과 함께, 수정을 만져 보았다.
시리우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문명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주름이 쌓인 얼굴, 백발의 머리, 하얀 수염...
그들의 우주선이 태양계를 향한다.
문명을 전파하며, 인간들을 다스린다.
그들이 떠나고, 지구엔 그들의 이야기가 신화로 남는다.
다시 푸른 빛의 항성이 보인다. 그 곳에서 디오니아의 모습과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 한다. 디오니아에서 나온 푸른 빛이 그들의 고향을 집어 삼킨다.
순간, 주인의 목을 물어 뜯는 사냥개의 모습이 눈 앞에서 아주 잠깐 동안 일렁였다.
이것이 내 의식의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디오니아가 보여준 환상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새 홀로그램 구는 우리 태양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위에서 소리가 들린다.
빈 푸른 수정이 내려 오고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기록을 마쳐야 할 것같다..
-디오니아 탐사 종료-
「디오니아의 바다에서, 푸른 빛이 심연으로 피어 오른다.
푸른 빛은 주위를 감싸며 황홀하게 일렁이고, 그 모습은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모든 생명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윽고 우아하게 맥동하는 그 빛은 사냥꾼의 화살이 되어, 작은 푸른 별을 향해 그 몸을 날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