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요즘 신종 열매가 열풍이다.
물컹한 껍질에 속에 단단한 씨앗 같은 막이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과육이 대박이다.
물컹한 식감과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게 어휴, 지금도 침이 막 고인다.
아마도 딱딱한 씨앗 같은 층이 그 안의 과육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하나보다.
근데 이게 더 대박인건 어느 순간 발견됐고,
황당하게도 도심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길에서도 자라고, 산에도 드문드문 자라지만.
주로 집안에서 갑자기 자라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열매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열매를 얻기 위해 남의 집을 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염치없는 사람들."
아무리 열매가 맛있긴 해도, 어떻게 남의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난 지금도 열매를 얻기 위해 몰래몰래 다른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골목이나,
산지를 찾고 있다.
나처럼 조금만 발품 팔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말이지.
심한경우 사람들끼리 열매 하나를 놓고 싸우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말세야."
혼잣말을 하던 내 앞에 드디어 찾아 헤매던 열매를 발견했다.
작은 열매 하나와 큰 열매 하나가 나를 군침 돌게 했다.
일단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곤 곧바로 큰 열매를 뽑아들었다.
줄기까지 뽑혀 나와 수액이 땅에 떨어진다.
요즘은 열매뿐 아니라 줄기에도 맛을 들인 참이다.
큰 열매 줄기를 입에 물자 향긋한 수액의 향기와 촉촉한 줄기가
입에 들어온다.
"아~항~. "
콧소리가 절로 날만큼 짜릿한 맛이다.
줄기의 맛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큰 열매를 맛보는 동안 작은 열매가 안보였다.
사실 큰 열매보단 작은 열매가 덜 딱딱하고 훨씬 맛있는 편이라.
아껴 두었던 건데…….
손에 들고 있던 열매 줄기를 팽개치고, 작은 열매부터 찾아보았다.
뒤를 돌아본 순간.
또 다른 큰 열매가, 작은 열매를 줄기로 얽고 있었다.
빼앗길세라 얼른 작은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큰 열매의 가지에 난 긴 가시가 내 몸을 파고든다.
"어라?"
이 열매에게 가시가 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움찔하는 동안 가시는 곧 내 머리를 파고든다.
반쯤 흘러내린 안구의 틈을 통해 머리에 가시가 박힌다.
오래된 신문 조각이 바람에 날려 흐릿해지는 시야를 덮었다.
빛바래 하얗게 변색된 신문의 헤드라인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