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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밤길
게시물ID : panic_891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9
조회수 : 152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11 20:45:10
밤길

작년 6월, 7월 쯤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때문에 부모님 고향인 홋카이도로 갔습니다.

당일에 외할아버지 시신을 신사까지 옮기고,
그날 밤은 사촌들과 외삼촌, 외숙모와 모두 거기서 자면서
양초와 선향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기로 했습니다.
다들 잘 준비를 하며 이도 닦고, 세수도 했습니다.
신사라서 당연히 욕조는 없었는데
저는 왁스를 발라놓은지라 꼭 머리를 감고 싶었고,
차라리 머리 감을 거면 욕조에 들어가서 땀도 흘리고 싶었습니다.
신사에서 외할머니가 경영하시는 여관까지 걸어가면 10~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손님이 오셔서 묶으신다는 이유로 부모님은 외할머니랑 같이 여관에 가셨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관에 가서 목욕할까 싶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보곤 하는 편이라, 엄마에게 전화하니
"위험할 텐데? 여관이 가깝긴 해도 장례식 당일에 밤길을 걷는 건
 그냥도 위험할 텐데 너는 더하지 않겠니?"
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왠지 그때는 장례식 당일에 모르는 길을 걷는 것도 전혀 무섭지 않았고
무엇보다 씻고 싶다는 열정에 길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이상한 일이지요.
사실 제 성격 상 겁이 많아서, 누구랑 같이 가지 않으면
초행길을, 그것도 시골길을 갈 리가 없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갔습니다.
"신사를 나서서 쭉 걸어 나오면 강이 있는데
 다리를 건너도 왼쪽으로 꺾어서 쭉 오면 편의점이 있어.
 편의점까지만 오면 어딘지 알겠지?"
알려준 길대로 가니 그리 멀지도 않았고,
올 때는 차를 타고 와서 5분 정도 걸렸지만, 일단 걱정은 되니까
"알겠어. 금방 가겠지만 혹시나 길 잃으면
 다시 전화 걸 테니까 전화기 옆에 끼고 있어줘"
라고 엄마에게 말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사촌들과 외숙모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방을 나왔더니
술을 마시던 외삼촌이 계시길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신사를 나섰다.
그때 분명 다들 "그래 그래"라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꼭 쥐고서 걸어갔습니다.
신사를 나오니 바로 앞에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커다란 건물이 있었고
그게 왠지 스산한 느낌이라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발이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도로에서 좀 들어간 곳이라서 가로등은 있었지만
어슴푸레하니 사람도 많이 안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마음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라고 중얼거리며 길을 따라 달렸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말한 그 다리가 보여서, 왼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쭉 가면 편의점이 있을 테니까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편의점이 도통 나오질 않는 겁니다.
10분 정도 달렸던 것 같습니다.
엄마 전화가 와서 "너 어디니? 길 잃었어?"라고 하시길래
"다리에서 꺾어서 쭉 가라며? 지금 뛰어가는 중이야"라고 했더니
"이렇게 시간이 걸릴 리가 없는데? 길 잘못 든 거 아냐?"라고 하길래
잠시 생각하다가
"알겠어. 조금만 더 가볼게. 내가 다시 전화할게"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분명 이상했습니다.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곳이니 이렇게나 오래 달려갈 거리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다리에서 편의점은 뛰면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왠지 이 길이 맞다, 틀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 더 뛰어가니 길 오른쪽에 작은 사당 같은 게 있었습니다.
거길 지나가니 차가 한 대도 달리지 않는 겁니다.
홋카이도의 시골이다보니 차량이 적긴 해도,
일단 이차선이 깔린 큰 도로인데다,
그 사당을 지나칠 때까지는 몇 대인가 지나갔거든요.
그런데 그 사당을 지나가서 한참을 뛰었지만 단 한 대도 지나가질 않는 겁니다.
정말 괜히 으시시했습니다.

거기서 더 뛰어가다보니 커다란 다리가 보였습니다.
그 아래에 강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강물 흐르는 소리에 섞여서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애들이 다리 아래의 강에서 놀면서 웃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자정을 지난 시각이니, 그럴 리가 없지요.
그때서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속력으로 왔던 길을 되돌이갔습니다.

돌아갈 때에서야 깨달았는데 최소 5km는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나아갈 때는 피곤하지도 않아서 저는 15분 정도 달렸던 것 같았는데
사실은 꽤 긴 거리를 달린데다 휴대전화를 보니 시간도 많이 흘렀던 겁니다.
어쨌든 위험하다는 생각에 누구라도 전화를 해야겠다 싶어서
사촌, 형, 엄마에게 전화를 막 걸었습니다.
아무도 안 받는 겁니다.
엄마에게 한 번 더 걸어봤더니 받았다 하던 순간
"아...............으..........."라고 하더니 바로 끊어졌습니다.
전파가 잘 안 통하나보다 싶어서 달리며 전화를 마구 걸어댔습니다.

그러자 조금 전에 본 사당을 지나갈 때 드디어 통화가 되었습니다.
"왜 안 받아!! 지금 무섭단 말이야!! 빨리 받았어야지! 잘 안 터지면 다시 걸어줬어야지!"
하고, 약간 흥분한 상태라 화내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전화 안 왔는데? 계속 내 앞에 뒀는데..?"라고 하셨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럼 아까 받은 건 누구지? 아니, 나는 몇 번이나 걸었는데 안 걸렸다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보니 괜시리 불안해서
"빨리 차! 차 타고 와줘! 큰 도로까지!"라고 말한 뒤 필사적으로 뛰었습니다.

30분 정도 뛰니 엄마와 외할머니가 보였습니다.
"너 어디까지 갔니? 다리 건너서 오른쪽이라고 했잖아?"라고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분명 왼쪽이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엄마에게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저긴 산으로 가는 길이야. 아니, 다리까지 5km가 넘을 텐데?
 중간에 알아봤어야지. 집들도 없을 텐데.
 너 (귀신들이) 부른 거 아냐?"
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불렸던 걸지도 모르곘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런 무서운 소리를 저렇게 가볍게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덧붙여서 그 후에 겁내면서도 목욕은 하고,
차 태워달라고 해서 신사까지 갔습니다.

그후 외숙모가
"○○야, 너 언제 나갔니?"라고 하는 겁니다.
사촌이랑 외숙모, 외삼촌 모두 제가 나간 줄 몰랐다는 겁니다.
저는 분명히 인사도 했고, 다들 저에게 답도 해줬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제가 나가는 걸 못 봤고, 정신 차려보니 없었답니다.
그리고 형이랑 사촌들 휴대전화에도 제 착신 이력이 없었습니다.

그때 만약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중에 엄마는
"불가사의한 행방불명은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라고 중얼거려서 괜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78475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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