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론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란 처음 경험하는 울타리니까요. 하지만 100%믿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란 겁이나거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거짓말이 필요할땐 하게 되거든요.
큰 아이는 다섯살로 올해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교실엔 피아노가 있는데, 그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이 멋져보인 모양입니다. 어느날부턴가 피아노를 사달라고 하더군요.
가격도 가격이지만(일년 학원비보다 싼게 함정) 피아노를 놓을만한 장소가 없고, 아이의 흥미가 얼마나 지속될지 보장할수 없어 학원운 다녀보기로 결정을 합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고 피아노를 치기보단 학원 선생님이 반주해주면 그 동요에 맞춰 율동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종의 놀이에 더 가까운 생활 이었습니다.
한달전쯤 원장님께서 제게 초등학생원생 부모가 전화해 우리아이만 편애하여 아이가 속상해 한다며 컴플레인 전화를 받았다 했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원생이 그리 느꼈다면 속상할수도 있으니 시간을 조금 조정하여 그 학생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하고 혹시나 마주칠경우 소홀해도 양해를 부탁한다고요. 딱히 편애 받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원장님은 사비로 아이들 간식 똑같이 챙겨주시고 부모님들께 밑반찬도 나눠주시고 합니다. 저도 감사해서 몇번 챙겨드렸고요) 내 아이 일이니 조금 냉정하게 생각하려 하며 권유받은대로 했습니다.
학원에 늘 같이 아이와 있었고요.
지난주 목요일 학원내 놀이 매트가 있는 방에서 초등학생 무리와 우리 아이가 같이 놀았습니다. 에어컨이 없는 방이라 들어가지 않았던게 실수였는지 우리 아이가 어떤 초등학생을 다치게 한 모양입니다. 사건 직후엔 별말이 없어 몰랐고 금요일은 신랑이 비번이라 친정가게에 늦게까지 있어 알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원장님으로 부터 다소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 발가락을 밟았는지 그 발가락이 아직까지 아프다는 겁니다. 목요일날 다치게 했으니 자그만치 5일이 지났는데도 통증이 있다고 하니 저로선 걱정이 될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언니 발 밟았니? 하니 기억이 잘 안난다고만 했습니다(cctv없음)
원장님은 유치원생이 밟았는대 아직까지 아프다니 말이 되냐 하니 거봐요 원장님은 걔편만 들줄알았어요 했답니다. 그럼 일단 병원가보라 하였고 그 엄마(저)가 자기 애 땜에 남이 다쳤는대 모르쇠할 사람은 아니니 진료 제대로 받아보라 전했답니다. 그리고 나서 저한테 말한거구요.
병원일이 전공이었던 저로선 성장기의 아이가 5일동안이나 통증을 호소한다면 일의 진위야 어쨌든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고 판단했고 원장님이 그 학생에게 전화 연결을 해주셔서 통화를 했습니다.
A학생인가요?
네
아 나 유치원생 엄만데 우리애가 발을 다치게 했다고 들었어요. 늦게알아서 이제야 전화하고 사과해요. 정말 미안해요(아이 한테도 존대합니다. 직업병이고요) 오늘 까지도 아프다고 들었어요. 병원은 가봤나요?
아.. 발 아니고 발가락이고 이제 안아파서 병원 안갔어요.
??????
오늘 낮까지도 아팠다는 아이가 전화한 시간에는 안아프답니다.(학원에 A학생이 왔다간게 2시 반경, 전화건 시각은 4시반경입니다) 그 때부터 이 A학생이 예전 컴플레인 당사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그 예감은 차치하고.
원장님은 낮에도 아프다고 했었는데 혹시 엄마가 늦게 오셔서 못가고 있는거면 아줌마 차가 있어서 병원까지 같이 가줄수 있어요. 겁나는 거면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엑스레이 사진 같은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되요. 아줌마가 너무 걱징되서 그래요. 5일동안이나 아픈거면 그거 정상 아니에요. 아줌마랑 병원가요.
이제 안아파요.
어떡해든 병원에 가서 확인은 해보는게 뒷탈도 없고 저스스로도 찜찜해서 계속 병원에 가보자 했지만 한사코 이젠 안아프다고 해서 이건 A학생과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 옆에 엄마 계시냐고 물으니 연락이 안된답니다. 그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했더니 알려줘서 A학생의 엄마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A학생 어머니 되시죠?
네
전 피아노 학원 유아 엄마인대 우리애가 따님을 다치게 했다고 들어서요, 5일이나 지났는대도 아프다니 병원을 데려갔으면 합니다. 성장기 아이가 5일 동안 발가락 아픈거 정상 아니에요. 엑스레인든 엠알에이든 원하시는걸로 촬영 가능하니(전직장 영상의학과 과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촬영을 갈수도 있는데 오늘 엠알아이가 가능할지 여쭤본 상황. 추가근무가 발생할 상황도 흔퀘히 오케이 해주심) 병원 가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댁이시면 같이 모시러 갈게요.
안아프다던대요?
??????
이때부턴 진심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 자체도 어이가 없는데 아프다는 자기를 믿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던 아이가 엄마한텐 안아프다고 한거니까요. 가슴이 뜨거워질수록 머리는 차갑게 이 일을 대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A학생의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며칠간 아팠다니 가해자가 된 우리 측에서는 확실히 해두어야 걱정이 없을것 같다고.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는게 좋을건 같다고요.
하니 아이와 연락해보겠다 하여 연락을 끊고 기다렸습니다. A학생이 원장님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자기 지금 안아프다고 했답니다. 원장님도 화가났죠. 불과 두시간 전만해도 아프다는 아이였는대.
전 다시 전화를 받아 정말 병원 안가봐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아줌마가 너무 걱정된다고.
그랬더니 정말 괜찮답니다.
저요, 생각 안난다는 아이 잡고 20여분간을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짜증을 내는 딸에게 언니가 너가 다치게 했대, 정말 발 안밟았어? 하니 기억이 안난다고 똑같이 반복하는 5살 아이에게요. 정말 믿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딸을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A학생은 이제 안아프다는 말만하고요.
혹시나 싶어 예전 컴플레인 했던 애가 걔냐 했더니 맞다고 합니다.
전 솔직히 그 A학생이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됩니다. 금요일 사정상 제가 안가고 남편이 갔었다고 했잖아요? 그날 전화해서 그 애 엄마(저)한테 전화하라고 했답니다. 엄마가 상황을 모르고 아빠가 왔다 하자 아빠한테 전화하라 했답니다. A학생이요.
그 말까지 들으니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더라고요. 우리 아이를 믿지 못했던 저에게도 거짓말을 한 그애도.
화, 목만 학원 시간이 조금 겹칩니다. 내일 그 아이에게 말하려고 합니다. 얼굴을 알아야 우리 애한테도 피하라고 할수 있으니. 아줌마가 딸한테 학생얼굴 익혔다 피하라고 했다, 그러니 학생도 불편해도 우리애 피해줬음 좋겠다고. 이제 안아프다니 다행이지만 아이니까 힘조절 잘못해서 다시 아프게 하면 나도 너무 불편하다. 그러니 서로 조심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제 방식이 틀렸을까요?
자기전 딸은 기억도 안나는 일을 엄마가 자꾸 물어봐서 속상했다고 합니다. 화가나 미치겠네요. 여러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