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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상한 면접
게시물ID : panic_891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2222
추천 : 23
조회수 : 189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2 19: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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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잘나갔던 앱 회사 찰진 엔터테인먼트의 김사장은 노트북을 쾅 덮었다. 크아 소리도 지르려다 말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주변의 직원들은 눈치껏 그 쇳소리를 들었다. 오후 5시 반. 일간 사용자수의 결산 보고가 올라오는 시간. 김사장 회사의 사용자들은 너무나 평탄한, 김제 평야 만큼이나 평탄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서, 생명유지 장치로 이어온 환자의 마지막 숨결을 보는 것 같았다.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음날 김사장은 흐뭇한 얼굴로 출근했다. “여러분 제가 마케팅 담당자를 새로 모셨습니다. 죽어가는 회사도 여럿 살린 인덕이 있으신 분입니다. 최이사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직원들은 지난 주 회사를 그만둔 박부장도 뛰어난 마케터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순간 했지만, 최이사와 눈이 마주치자 그 상념이 모두 날아갔다. 최이사는 형형한 눈으로 직원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180정도의 키에 장발이었다. 새치가 과반을 넘어 반백인 머리가 어깨까지 닿아 있었고, 결정적으로 하얀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직원들은 우리 사장이 지난 밤 점쟁이라도 찾지 않았겠냐는 눈빛을 서로 교환했다. "그래도 용한 점쟁이를 찾아갔겠지." 긍정적인 직원이 소근거렸다.

출근 첫날 최이사는 김사장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좋은 수, 나쁜 수, 이상한 수. 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사장님은 이중 하나만 듣게 됩니다. 궁금하시겠죠. 이 수, 저 수를 섞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죠. 그러나 한 가지만 들어야 합니다. 두 가지를 같이 들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테고, 세 가지를 들으면 어떤 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소. 난 일단 믿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요.”사장이 호기롭게 말했다.

“그럼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김사장은 최이사를 빤히 바라보며 고민했다. 믿는다는 말을 괜히 했나. 당연히 좋은 수를 선택하겠지만, 왜 나쁜 수와 이상한 수를 알려주려 하느냔 말이다. 기업에서 좋은 수란 무엇인가. 싸게 많이 팔자는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가 아닐까. 나쁜 수는 뭘까. 이상한 수는 또 뭘까. 안그래도 골치아픈데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결국 저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이상한 수가 아닐까.

“이상한 수를 들어보지요. 창조경제의 시대 아니겠습니까.”

이상한 수를 듣고 난 김사장은 이상한 눈으로 최이사를 바라봤지만, 최이사는 사장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그런 선택을 할 줄 이미 알았다는 눈치였다. 그리고 사장이 이미 설득이 되었다는 것도 알았음이 틀림없다.

그날 오후, 김사장의 회사는 대규모 공채를 시작했다. 각 취업 포탈 메인페이지에 구직 광고를 올렸고, 헤드헌팅 회사마다 연락하여 지원자의 리스트를 받았다. 회사의 전화기는 하루종일 울렸다. 

다음날부터, 김사장과 최이사는 같이 면접에 들어 갔다. 

“우리 회사가 뽑는 인재는 우리 회사의 제품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 서비스를 지금 스마트폰에 까시고 그 평가를 해주시면 됩니다. 평가는 냉정해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평가를 하시면 됩니다. 그런 고언을 특히 달갑게 듣겠습니다.”김사장이 말하고 있을 때 최이사는 지원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철제 의자에 앉은 면접자들은 빠릿빠릿한 자세로 김사장의 회사 서비스를 폰에 깔았다. 뭔가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회사 같았다. 그런 일이 그날 다섯번 정도 더 있었다. 오후 다섯시 반. 김사장은 일일 사용자 보고 페이지를 연다. 

“이런 모두 별 다섯개를 줬잖아.” 

김사장은 활짝 풀린 얼굴로 최이사를 바라본다. 

“사람들의 진심은 동기에 의해 나오기 마련이지요.”

공채는 석달째 진행되었다. 백일째 되는 날. 어느 여성 지원자가 철제 의자에 앉았다.  참 똘망똘망해 보였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깔아보시지요. 평가는...”

“말씀중에 실례합니다만, 이미 깔아서 사용해보고, 평가도 했습니다.”

김사장은 이 아가씨의 똘망함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혹시 취업자의 희망을 가로채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신지요. 인터넷에 원성이 가득하더군요. 정말 나쁜 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사장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말한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네요. 사람이 미래인데, 채용을 엉망으로 해서 회사를 망치는 멍청이가 어디있겠습니까. 다 잠재 고객인데요. 그저 좀 이상한 면접이라 생각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뇨. 이건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나쁜 방법이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니 사장님 회사 직원이 고소하겠다고 답을 하더군요. 게시물도 이내 블라인드 처리 되더군요. 내친 김에 찾아왔지요. 정말 나쁜 방법이 아니라, 이상한 방법이라 생각하시나요?”

김사장은 빨개진 얼굴로 어흠하며 일어나 최이사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자네. 이거 이상한 방법이라 하지 않았나.”

최이사는 말했다.

“이상한 수도 알려지면 나쁜 수가 되는 것이지요.”

이상한 것과 나쁜 것이 같은 것이었구나 김사장은 생각하며 마저 물었다.
“그럼 좋은 수는 뭐였나.”

“안들키면 다 좋은 거지요.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게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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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공포 게시판에 공포라기엔 좀 이상한 이야기를 적을려다 보니 고민도 좀 되네요. 
그렇다고 미스테리도 아니구요. 이런 이야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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