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컬트학] 반 편성 앙케이트
게시물ID : panic_891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3
조회수 : 190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12 21:22:28
반 편성 앙케이트

어릴 때 기묘한 체험을 하는 사람 꽤 많이 있잖아?
너희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보다가 나도 이상하게 생각해온 게 하나 떠올라서 써본다.
매년 3월 쯤 되면 "반 편성 앙케이트"가 떠오르는데,
나 외에도 이런 앙케이트를 해본 사람이 있으려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인데,
우리 학교는 꽤 큰 학교라서 매년 반을 새로 편성했다.
3월 말에 선생님들 전근 고별식을 하고,
그 때 체육관에 새 반 편성표를 붙이는데,
절친이나 몰래 좋아하던 애랑 같은 반이 되고 싶으니까
매년 그 때마다 엄청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해 2월이 되었을 때, 우리 집에 봉투 한 장이 와 있었다.
"반 편성 앙케이트"라는 글씨가 겉에 크게 찍혀 있었고,
교재 회사에서 주최하는 설문 조사라고 적혀 있었는데
지금까지 알아본 바, 그런 이름을 가진 교재 회사는 없었다.

봉투 안의 내용물은,
우리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중에서
절대로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은 친구 이름을 하나만 써달라는 거였는데
제출 해준 사람들 중에서 문구 세트를 추첨해서 증정한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잡지 응모 같은 걸 열 올리며 하고 있었던 데가
답장을 보내도록 반신용 엽서까지 들어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우리 학년에서 제일 싫어하던 애 이름을 써서 보냈다.

실은 내가 이름을 썼던 그 애랑 우리 집은 가까웠는데
등교, 하교 시에 계속 날 골탕 먹이는 거다.
반이 달라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만약 같은 반이 되면 정말로 왕따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은 반이 되는 건 죽어도 싫었다.
5학년은 6반으로 분반하니까 그럴 가능성이 낮긴 했지만.

그 후로는 그 앙케이트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3월이 되자 그 교재 회사 이름으로 커다란 봉투가 또 왔다.
보자마자 그 앙케이트 내용이 떠올랐다.
이번에 온 편지의 내용은 내가 문구 세트에 당첨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건 딱히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 문구 세트를 받기 위한 조건이 있었는데
한 가지 과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름을 썼던 애와는 같은 반이 안 될 거라고 적혀 있어서
반 편성하시는 선생님들이 회의도 안 했을 시기인데 이상하네 라는 생각은 했다.

그 봉투 안에는 한자로 동여맨 부적 같은 게 들어 있었는데
겉에는 우리 동네에서 꽤 멀리 떨어진 현 이름과, 처음 보는 초등학교 이름,
그리고 5학년이라는 글자와 남자애 이름 같아 보이는 모르는 애 이름이
붉은 글씨로 크게 적혀 있었다.

그걸 내가 사는 지역의 신사 (유서가 깊은 신사지만, 큰 곳이 아니라서
참배하러 가는 사람도 없어서 신경도 쓰지 않던 곳) 안에 있는 소나무에
3월 8일 오후 9시에 못으로 박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걸 해내면 당첨된 문구 세트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봉투는 전에 받은 것과 같이 모든 일을 마치면
강물에 흘려보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너무 수상해서 처음에는 중학생 형에게 물어볼까 했지만
봉투에 이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적혀 있어서 그러지 못 했다.

신사는 자전거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고,
그 부적 같은 걸 나무에 못 박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도 아니고, 춥긴 하지만 9시 쯤 15분 정도 나가는 것도 어렵진 않았다.
그 봉투와 부적은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3월 8일이 되었다.
나는 편지에서 적힌 대로 실행해보기로 하고,
저녁을 먹고 9시 쯤 부적과 흔해빠진 못과 망치를 들고 자전거를 타고 신사로 갔다.
그 신사는 주택가보다 약간 높은 지대의 언덕에 있어서
나는 언덕 아래에서 자전거를 내려, 폭이 좁은 돌 계단을 올라갔다.

돌계단과 신사 경내에 드문 드문 가로등이 있어서 어두워도 발 밑은 보였다.
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아무래도 조금 으시시해서 빨리 일을 마치려고
코트 주머니에서 부적과 못, 망치를 꺼내들고
뛰어서 신사 입구 문을 지나 신사 길 옆으로 들어가서
부적을 묶어 놓은 소나무 하나를 골라,
내 머리 정도 높이에, 이름이 적힌 부분을 바깥으로 보이게 해서
한가운데에 세게 두 세 번 못을 박았다.

그러자 내 손이 닿던 그 부적이 움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놨는데 부적은 나무에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신사에서 갑자기 누군가 나오더니
날 보며 큰 소리로 "내가 다 봤어!"라고 했다.
어두워서 나중에 떠올리려고 해봐도, 그 사람 옷조차도 생각나지 않았다.
목소리로 봐서 남자인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망치도 내버리고 냅다 달려 돌 계단을 내려오고
자전거를 올라타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로는 그닥 쓸 이야기가 없다.
내가 앙케이트에 이름을 썼던 그 애는,
그 일 후 일주일 후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트럭과 충돌해서 죽었다.
봉투 받은 건 모두 인근 강에 흘려보냈다.
4월이 되어 유명 백화점에서 파는 문구 세트를 받았는데
전에 받은 봉투에 써져 있던 교재 회사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 후에는 연락을 받지 못 했다.

신사에는 수 년 동안 얼씬도 안 해서 나무에 못 박은 게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망치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아버지께 혼났다.
제일 신경 쓰이는 건 그 부적에 적혀 있던 이름의 모르는 아이 일인데,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를 뿐더러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았다.

지금 써보며 다시 보니 역시 이건 기묘한 체험이었고,
이게 다 내 상상인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문구 세트를 본 형이 매우 부러워하긴 했는데
어쩌면 다른 것에 응모한 게 당첨된 걸 수도 있다.
이런 체험 해본 사람 또 있어?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0857233.html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