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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개념녀라고 불려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게시물ID : love_63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님이요
추천 : 27
조회수 : 1981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16/07/13 07:23:21
베오베에 있는 인스티즈발의 반반결혼글 보고 쓴다.
말이 짧은것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모바일이라 길게 쓰기가 힘들다. 하트.
이건 내 전남친 이야기다.
그놈 개버릇은 한두개가 아니었는데 왜 그당시에는 몰랐나 모르겠다.
내 외모 후려치기 하는 글은 예전에 뷰게에 써서 베스트도 갔었다.
그놈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대학생,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놈 용돈 대비 내 벌이는 대충 비슷했다. 난 생활비랑 집세도 감당하고 있었으니까.
그놈 소개받기 전에 술자리에서 소개해준다고 하는 오빠한테 내가 그랬었다.
더치페이 안할거면 안만나요. 막 자기가 다 내고 그런사람은 싫어요. 그거 내가 빚지는거잖아.
이렇게 술에 취해서 말했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전남친에게 전한 소개해주는 오빠덕에 '개념녀'타이틀을 얻었다.
개념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내 개념은 왜 경제적 개념으로만 측정되는지 의문이었다.
난 식사예절도 잘 배웠고, 노약자에게 자리도 잘 양보하고, 길을 물어보는 타인에게 친절히 답해주고, 카페 알바생에게 커피를 건네받으며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념은 저런것들이다.
그리고 난 저 모든 것들을 전남친의 앞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작 개념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개념있다는 소리를 듣는것은 내가 그놈에게 밥을 샀을때.(똑 떨어지는 반반페이는 아니라도 연애내내 내가 조금 더 비싼것을 사거나 커피를 한번 더 사는 식으로 내 지출이 더 큰 편이었다.)
아니면 선물을 했을때. 그뿐이었다.
어느순간 나의 돈으로 내 개념을 매기는 행위가 불쾌해졌다.
나의 다른 미덕들에게는 눈조차 돌리지 않으면서.
결국 그놈은 화이트데이에 내가 준비한 초콜렛과 6만원짜리 점퍼를 얻어입었으면서 발렌타인데이에는 입을 싹 닫았다.
그 무렵 나는 개같은 관계를 청산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놈에게 주었던 선물들과 그 옷은 그저 쓰레기를 버리기위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치페이가 완벽한 반반을 뜻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치페이는 상대적인 반반이 되어야 한다.
내가 100을 벌고 내 미래의 그사람이 300을 번다면 그사람이 나보다 더 내는것이 맞다.
내가 100을 벌고 그사람이 50을 번다면 내가 더 내는 것이 맞다.
누구 한사람이 0을 번다면 지불능력이 없음을 인정해주어야한다. 모든 비용을 떠안고도 상대를 만날지 아니면 헤어질지는 또다른 선택이 필요하겠지만.
그냥 난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옳다고 믿는 '비용 지불'의 방향이다.
그러니 남자들은 더치페이를 하는 여자에게 개념녀라는 추한 찬사를 보내지 말아주길.
만약 그녀가 더치페이를 지향한다면 그건 그것이 옳다는 그녀의 신념때문이지
'개념녀'라는 표현으로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여자들과 차별화되기 위함이 아니다.
시간은 흘러 나는 또 누군가와 '어떠한 특별한 관계'가 되기 위한 초입부에 서 있고
나는 그사람과 특별해지기 직전에 또다시 '당신 혼자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것은 옳지 않아요. 공평하지 않아요'라고 말할것이다. 예전 그놈한테 그랬듯이.
그것에 대해 그사람이 나를 개념녀라는 말로 나를 추켜세우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저 신념을 지키는 것 뿐이다.
그리고 후일 그사람이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녀를 '무개념녀'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그저 또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다들 사랑하세요. 사랑이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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