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의 ‘이화여대생 성상납’ 발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김 후보는 2일 밤 사과했으나 이화여대 총동창회(회장 이명경)는 3일 “당시 여성은 물론 현대의 여성에 이르는 전체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하 의도를 담고 있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후보의 사과 후에도 3일 MBN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CIC(방첩 부대) 보고서에 “김활란 총장이 총재로 있던 낙랑클럽이 호스티스 클럽이며 실제 매춘에 이용됐다는 묘사가 나온다”고 또다시 왜곡 발언을 했다.
김 후보는 앞서 2022년 8월 14일 유튜브 채널에서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은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고 발언했다. 김 후보는 사과 직전인 2일 낮 자기 블로그를 통해 “김활란 총장이 낙랑클럽이라는 미군 장교 및 외교관 대상 고급 사교 모임을 운영하며 성접대를 주도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후보가 ‘근거’로 제시한 이임하 성공회대 교수의 2004년 논문 ‘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은 어디에서도 ‘낙랑클럽이 성접대를 했다’고 서술하지 않았다. 낙랑클럽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이 논문은 오히려 109쪽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한국전쟁 기간 은밀하지만 공개적으로 운영한 각종 파티가 직접적인 성의 제공은 아닐지라도’라고 서술해 ‘성상납’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이 논문이 인용한 1차 사료인 1953년 미군 CIC의 정보 보고서에서도 ‘김활란 총장이 이대생을 성접대시켰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이 보고서는 ‘낙랑클럽은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1948~1949년 사회 단체로 조직했다. 이 단체의 목적은 외국 귀빈,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 및 군 장성, 외교관들을 엔터테인(entertain)하기 위한 것이다. 6·25전쟁으로 한때 부산에 있었다. 회원은 대개 잘 교육받고 영어를 할 줄 아는 매력적인 여성들로 교양 있는 파티 주최자들(hostesses)이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 번역문에서 ‘entertain’을 ‘접대’, ‘hostess’를 ‘호스티스’로 번역하다 보니 우리말 어감에서 일부 오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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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을 맞아 파티를 하고 한국군을 위한 실리(實利)를 거둬들이는 것이 낙랑클럽 회원들의 주 임무였다는 것이다.
연구서 ‘이승만과 메논 그리고 모윤숙’에서 낙랑클럽을 연구한 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낙랑클럽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고학력 여성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바르게 한국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조직한 민간 외교 목적 사교 클럽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던 단체였다”며 “대한민국 건국기에 여성들도 방관하지 않고 나라를 세우는 데 민간 외교의 전선에 나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들이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악의적 낭설”이라고 했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김활란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광복 전후 일관되게 교육자의 헌신성이 증명된 사람”이라며 “제자들을 성상납할 정도로 도덕적 수준이 떨어지는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현대사 연구자 A씨는 “낙랑클럽은 미군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동시에 정보를 얻기 위한 조직으로 봐야 하지만, 당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좋지 않게 보거나 오해하는 시선도 있었다”며 “이화여대 측에서도 아직 껄끄러운 과거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데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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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4/04/04/SSSCULX4C5FFFFVXBQ44BUHUV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