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언니가 있어요
두살 위인 언니고 엄마랑 아빠가 제가 어렸을때부터 맞벌이를 해서 제가 언니를 정말 많이 따랐어요
언니가 저를 어딜가든 자주 데리고 다녀서 언니친구들이랑도 다 친하게 지냈어요...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 언니가 저를 시내에 있는 돈까스집에 데려갔어요
그 옛날 돈까스...그런거 있죠... 스프 나오고 하는 그런 돈까스..
그때 시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런 돈까스집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저는 처음으로 그런곳에서 돈까스를 먹는게 마냥 신나서 들떠있었던 같아요
분위기도 좋았고 괜히 맛도 더 있는거 같고... 그랬어요...
그리고 돈까스를 다 먹으니 후식으로 콜라가 나왔는데 언니가 콜라 다 먹지 말고 아주 조금 남기라고...ㅎㅎ
그래서 제가 이정도? 이정도? 하면서 얼만큼 남겨야 되냐 물어보고.. 암튼 참 행복했어요..
밥을 먹고 나와서 시내니까 옷구경도 하고 그냥 시내 자체를 막 구경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언니랑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하다가 그때 유행한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거기도 유명한 스티커 사진 찍는곳이였거든요...
거기서 언니랑 같은 학교인 여자들을 봤어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그여자들이 수근거리면서 우리를 봤고 정말 대놓고 너무 싫은표정으로 언니랑 절보고 수근 거렸던게요
줄을 서 있었는데 언니 표정이... 너무 슬펐어요...표정 관리를 못하고 그러는게 저한테도 느껴지고 괜히 저도 작아지는거 같고..
진짜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못찍고 나왔는데 나와서도 언니는 내내 기분이 별로였고 결국 일찍 집에 왔어요
그리고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제가 학교갔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집에 있더라구요
엄마는 할머니랑 식당을 좀 크게 하셔서 늘 9시가 되셔야 집에 오셨거든요
아빠는 다른 지방에서 일을 하셔서 주말에만 올라오셨고..
근데 언니방문이 잠겨 있고 엄마는 계속 언니 들으라고 바보 같다느니 집에서는 똑소리 나는척 하면서 밖에선 찍소리도 못한다고..
계속 언니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을 했고 언니 방문은 그날 한번도 열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날 핸드폰도 두고 옷만 몇벌 싸가지고 언니가 집을 나갔어요
집은 난리가 났고 아빠가 집에 올라오고 작은아빠들까지 언니 찾으러 다니고 이주가 조금 넘어서 언니를 찾아서 언니를 억지로 끌고 집에 데려왔어요
그리고 다음날 엄마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언니를 또 강제로 차에 태워서 학교를 데려갔어요
언니가 그날 아침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자퇴하고 싶다고 검정고시 본다고.. 못다니겠다고..
언니가 우니 저도 그날 덩달아 엄청 울었어요 학교에서도 눈물이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언니가 집을 나가기전에 그 스티커사진 찍은곳에서 봤던 여자애들이 학교에서 잘나간다는 애들 있죠...
그애들이였나봐요 그중 두명이 언니랑 같은 반이였어요 그때 기억으론 6명인가 있었던거 같아요
나중 걔네 말로는 언니가 지네욕을 하고 다녔다고 하던데 우리 언니는 그럴사람이 아니예요...
언니 친구들도 언니가 걔네 욕하는거 들어본적 없다고 했고.. 그냥 싫었던거겠죠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싫어했는지..
무튼 그날 시내에서 언니를 보고 다음날 언니가 자기들을 째려다고 때렸대요
근데 선생님한테 걸려서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엄마가 학교로 간거고요...
엄마는 집에 와서 맞은건 언닌데 언니한테 그렇게 뭐라한거예요.. 언니는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리고 엄마는 잔인하게도 다 알면서도 그렇게 가기 싫다며 우는 언니를 학교에 억지로 끌고 갔어요.. 학교는 졸업해야 된다고..
그리고 집에 왔을때 또 언니 방문은 잠겨 있었어요
엄마는 언니한테 그날 저녁을 먹으란 소리도 안했어요
다음날 아침에도 언니는 나오지 않았고 엄마는 또 화가나서 언니 방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갔어요
근데 언니가 옷장 손잡이에 면바지를 묶어서 목을 매고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어요
엄마가 소리 지르고 난리쳐서 저도 봤어요..
유서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언니는 하늘로 갔어요
그후로 저흰 이사를 갔어요 아빠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집을 옮겼어요
엄만 언니 학교를 몇번 갔고 언니는 장례도 안치뤘어요.. 바로 화장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계속 생각해요...
언니는 늘 좋았던곳이 있으면 저를 데려갔는데 그때도 친구들이랑 그집을 가보고 저를 데려온걸거예요
들떠서 좋아하던 제모습도 언니가 콜라를 다 먹지 말라고 했던것도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갔을때 그년들의 표정 그리고 언니 표정..
울던 언니 눈을 감고 있던 언니 잠긴 언니의 방문..
잊혀지지 않아요
트라우마? 겠죠?
그후로 우리집에선 방문을 절대 닫지 않아요
방문이 닫혀 있으면 심장이 덜컥해요 저안에서 무슨일이 있어나고 있을까
저문이 열리면 누군가 또 눈을 감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절대 문을 닫지도 닫은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아요
엄마는 언니가 가고 잘 생각이 안나요 잘지냈던거 같아요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몰라요
엄마가 제일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근데 엄마가 너무 미워요
언니 생각이 들면 가슴이 답답하고 그때일들이 너무 생생히 기억이 나서 괴로워요
오늘도 엄마 아빠 저 셋이 감자탕을 먹으러 갔는데 그집에서 돈까스도 팔더라구요 옆테이블 애들이 돈까스를 먹는 모습에 언니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셋이 먹는 밥인데도 먹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언니 생각이 들면 엄마가 정말 너무 너무 끔찍하게 싫어요
진짜 미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