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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너의 아픔을 거둬줄게
게시물ID : humorbest_1235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31
조회수 : 3969회
댓글수 : 1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4/11 17:56:39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4/10 23:44:20
*단편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출처와 함께 퍼가주셔서 감사합니당..
*조언,의견,댓글 언제나 감사합니당^.^
 
 
 
 
 
살다보면 슬플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게 다 인간이기에 겪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누군가 슬픔, 좌절, 외로움을 없애준다고 한다면.. 다들 솔깃하겠지?
 
그 날은 특히나 일진이 좋지 않았다.
아무도 날 상대해주지 않고 놀림도 당했는데,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 마저도...
집으로 가는 길에 왠 추레한 남자와 마주쳤다.
부랑자인 것 같아 보여 잔돈이나 쥐어주고 흐뭇한 마음이나 느껴볼 요량으로 다가갔다.
 
"거기 너, 얼굴이 슬퍼보이는데.. 원한다면 내가 고통을 덜어줄게, 물론 공짜로."
 
공짜로 해준다니? 나는 쾌재를 불렀다.
더이상 나빠질 게 뭐가 있겠어?
 
"네, 좋아요." 
 
남자는 손을 내밀어 내 어깨에 올린 후 눈을 감고는 작은 소리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지도 못했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달까.
호흡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한층 고양된 느낌에 온세상이 밝아진 것 같았다.
심지어 이 남자도 훨씬 혈색이 있어 보였다.
내 안의 슬픔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또 필요한 일이 있거든, 여기로 와."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기분 나빴던 하루를 털어내고 오후 내내 놀러만 다녔다.
그리고 2주 후 부모님과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됐다.
너무 격앙된 나머지 벽을 주먹으로 내리 쳐 구멍까지 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집을 빠져나와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처음 만났던 장소는 아니었는데.. 여튼 거기 있었다.
 
"분노를 거둬줘야겠구나."
 
그리고 나는 남자에게 어깨를 맡겼다.
분노가 사라지면서 차분한 기운이 전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또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것이 좋게만 느껴졌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와보니 부모님도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다같이 둘러앉아 과외 교습을 받기로 결정하고 모든 상황은 다시 예전처럼 좋아졌다.
한 주가 더 지나고 남자를 다시 마주쳤다.
나의 외로움을 가져가고,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질투심도 가져갔다.
그러자 점점 공허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도 늘 행복하고 늘 만족스러운 기분이라니..
세상이 밋밋해지고 지겨워졌다.
남자가 이제는 나의 지루함마저 가져가버렸다.
 
다시 남자를 찾아가 감정을 돌려달라고 했다.
쉰 목소리로 한참을 웃더니 기침까지 하고는 내 어깨를 툭툭쳤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게.. 되돌릴 방법은 없거든."
 
그러자 내 안에 있던 모든 감정이 한 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성이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은 껍데기가 됐다.
헌데 이 남자는 근사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 행색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면.. 나를 찾아와.
내가 너의 아픔을 거둬줄게.
 
 
 
 
 
출처 Let me take away your pain
https://redd.it/4d7759 by Zch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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