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부었던 감정이 한순간에 깃털만큼 가벼워져서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좋다는 감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걸 이제 알았다. 좋다는 감정은 싫다는 감정만큼이나 신중해야 하고 그만큼 무겁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가벼움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내가 쏟아부었던 시간들과 감정들은 어디로 날아가나. 공허하다. 모든 생각과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이 내 머릿속에서 틀어진다. 왜곡된다. 아니, 어쩌면 왜곡이 아니라 감춰있던 진실을 본 걸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에게 했던 모든 말이, 그가 나에게 보여줬던 모든 태도가 서서히 바래고 지워지고 뭉툭하고 부드러웠던 기억들이 나를 갈기갈기 찢고 짓누를 만큼 날카롭고 거칠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너를 마주하는 나의 눈빛과 마음보단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