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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한밤중의 방문자
게시물ID : panic_89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3
조회수 : 183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4 21:30:06
한밤중의 방문자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안 계셔서 엄마와 둘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결혼해서 따로 살지만, 엄마와 같이 살던 17살 때 일입니다.

새벽 3시 쯤 딩동하고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그날은 마침 엄마와 밤늦게까지 수다 떨다가 보니 둘 다 안 자고 있었습니다.

"이런 늦은 시각에 누구지"라며 제가 인터폰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여자가
"저기… 그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한데요…
 오늘 그러니까… 하루만 재워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겁니다.
목소리 듣기로는 40대 정도 되었을까요.
묘하게 떠는 것 같은 느낌이 신경 쓰여서
"네? 재워달라고요? 저희 엄마 친구 분이신가요?"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니오… 그건 아니고… 그게… 저는 요근처 맨션에 살았는데
 실은… 회사에서 짤려서… 저기… 이제 살 곳이 없어서…
 그래서 좀 재워주셨으면 하고…"
대체 무슨 소리인지 파악이 안 되어서
"엄마 친구는 아니라는 거죠? 그럼 재워드리기는 좀…"하고 우물쭈물했습니다.
그러자 답답했는지 엄마가 "이리 내 봐"라며 인터폰을 뺏아갔습니다.
저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현관 창으로 몰래 창을 보러 갔습니다.

제가 현관 창너머로 본 그 여자는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얼굴은 아무리 봐도 50대인데 긴 금발 머리였고요,
흰 모자에 연두색 블라우스, 붉은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의 긴 치마.
오른손에 뭐가 가득 들어 있는 종이 봉투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나니 "정신 나간 사람인가봐!"하고 느낀 저는
아직도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엄마에게 가서
"엄마! 지금 현관에 와 있는 사람 이상해! 무서우니까 그만 끊자!
 말 받아주지 말고 안 됩니다 하고 거절해!"하고 재빠르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하하하 하고 웃으시더니
"빗속에 우산도 없이 걸어왔다지 뭐니.
 무서우면 우산이라도 빌려주고 돌려보내자"
라고 말하시는 게 아닙니까.
그날 분명 비가 억수 같이 퍼붓긴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이미 봤기 때문에 무서워서 배짱 좋은 엄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현관에서 동떨어진 거실 안쪽에서 현관 쪽을 쳐다보고있었습니다.
엄마가 현관을 열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금 지나자
"집에 들어오실 순 없어요! 이제 돌아가세요!"하고 엄마가 화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평소에 엄마가 화내는 일이 없으셨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무서워서
그때 저는 이미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현관에서 철컹철컹철컹하고 체인이 달린 문을 억지로 열려는 그 여자와
문을 닫으려는 엄마가 내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17살이던 저는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입씨름 중에 제 귀엔 엄마 목소리만 들렸고
상대방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쾅!하고 현관 문 닫히는 소리가 났고
엄마는 씩씩대며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저 사람 네 말대로 이상한 사람이야. 무서웠지? 미안" 하길래
"무슨 해코지 당했어? 괜찮아?"하고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웃으며 "아니, 괜찮아. 이제 그만 자렴"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던 중, 또 현관 벨이 띵동띵동띵동띵동하고 미친 듯 울렸고
연달아 현관 문을 쾅쾅쾅쾅!!하고 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완전히 겁을 먹어서 "경찰에 신고하자!"며 울었습니다.
엄마는 "좀 더 저러면 신고할게. 넌 이제 그만 자라니까. 괜찮아"라더니
잘 준비를 하는 겁니다.
저는 무서워서 좀처럼 잠들지 못 했고, 한참이나 현관 쪽에서 나는 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

현관 소리는 30분 정도 울리다가 멎었는데,
그 후 한동안 밤에 오시는 분은 무서워서 숨곤 했습니다.

그 일 이후 5년 정도 지났을 때 자취하게 되었습니다.
자취방으로 이사가기 전날 밤, 엄마와 수다를 떨다가
"그러고보니 그런 일도 있었잖아~ 나 진짜 무서워서 엄청 울었는데 ㅎㅎ"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흠~ 겨우 그걸로 무서워하면 혼자 살겠니?"라고 하길래
"겨우 그거?"라고 했더니 엄마가 이런 소릴 하셨습니다.

"난 그때 네가 너무 무서워하길래 말 안 했는데
 그 사람은 빗속을 걸어왔다고 해놓고 전혀 안 젖은 거야.
 그리고 왼손에 방망이를 들고 있었고,
 게다가 그 사람 남자였단 말이야"

제가 온 몸에 힘이 풀린 건 말할 것도 없지요.
신고 좀 해 엄마……
"왜 신고 안 했어?!"하고 물었더니
"괜히 원한 살 것 같잖니. 우리 집도 아는데"라지 뭡니까.

그 다음 날부터 혼자 자취할 예정이었지만, 무서워서 한동안은 집으로 갔습니다.

이상입니다.
여러분도 밤중에 오는 손님은 조심하세요.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1207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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