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늘 길에 말야.
유난히 밝게 보이는 별이 있는거야.
가끔 봤던 것도 같아. 그 별의 존재를.
눈에 들어온 별이야. 이제 저건 내 별이야.
그러구 집으로 걸음을 옮겼지.
여전히 눈은 별을 보면서.
난 자꾸만 걸어가. 집까진 많이 남았으니까.
부지런히 걸어. 쉬지도 않고 두리번 거리지도 않고.
그리고 또 그러는 동안 부지런히 별을 보지.
근데 별이 밀려나네. 난 열심히 좇지만 별은 열심히 밀려가.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 꽤 오래 된 일이지만.
망할 놈의 목표가 있었지. 왜 그게 목표였는지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나 정말 열심히 했었어. 이 지구에서, 땅에 발을 딛고 한발작 한발작 걸어가면서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확률을 내 목표는 요구했고,
그래서 나 정말 정말 열심히 했었어.
그래서인가 목표가 보이더라. 시야에 잡혔어. 이제 손안에도 들어오는거야.
그렇게 라스트 스퍼트를 시작했지.
미친듯이 덤볐고 정말 힘들었지만 목표가 손에 들어온다는 흥분은 그걸 보상하고도 남았지.
근데 실패했어. 왜지?
왜지?
왜지?
.
.
.
.
.
2년이나 그걸 생각했어. 다른 건 아무 것도 못했어.
그냥 2년은 버린 듯 쓰레기처럼 살았어.
내 목표를 준비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내 자존심을 살려주었는데.
이젠 그것들이 내 자존심을 죽여버린거야.
나 쥐뿔 아무 것도 없는 집에 태어나서 가진 건 아무 것도 없고 몸도 엉망이야.
그닥 내세울 것도 없고.
가진 건 자존심뿐. 그 때까지 목표 앞에 실패할 때까지. 꽤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누구에게도, 나에게도, 신에게도 무릎 끓지 않고, 지지 않고 살았는데. 실패하고 나서
자존심이 무너지더라. 그 상황에서 거지처럼, 쓰레기처럼, 병신처럼이라도 목숨은 붙었으니까
살려고 하니까 망할 자존심이, 여태껏 날 살게 했던 그게 막더라. 그래서 버렸어.
일단 살아야 하니까. 난 벌레라구. 그렇게 중얼중얼.....
이젠 시체야. 살아있는 시체. 자존심은 날 표현하는 거였어. 별 감정도 없는 인간?이야 난.
근데 이제 다시 할려구.
신은 내 편이 아니야.
운명도 내 편이 아니야.
인연도, 천명도, 너도.
이제 신을 적으로 돌린 자의 무모한 싸움을 보라구.
이제 내가 신이 되겠어. 신을 죽여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