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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게시물ID : gomin_1235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NkZ
추천 : 0
조회수 : 7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0/20 17:39:58
2년 전에 친구한테 제가 저런 거짓말을 했어요. 난 엄마가 없다고. 돌아가셨다고.  그런데 사실은 우리엄마 살아있어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요. 

대학에서 처음 만난 친구에요. 친해지는 과정에서 제 가족에 대해 궁금해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모르게 뭐에 홀린듯 저런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사실 돌아가신건 아니고 오래 전 아버지와 이혼하셨어요. 어머니가 집을 나간지는 한 1n년 정도 되었구요. 제겐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없는 말을 지어냈어요.

아빠와 이혼하고 안 본지는 한 1n년 정도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얘기하기가 창피했어요. 엄마 없는 자식이라는 게, 이혼가정에서 자랐다는게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큰 상처였고 콤플렉스여서 중고등학교 친구들 그 누구에게도 그런 사실을 이야기 해본 적이 없을 정도예요. 그래도 그 친구들에겐 사실을 말하지는 않을 지언정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어버렸네요..

네. 다 변명이지만 저는 그런 상처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혼해서 엄마가 없는 것 보다는 죽어서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나봐요. 차라리 그냥 질문을 넘겼으면 될 걸... 방법이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점,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너무나도 부끄럽게 생각해요.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다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그 말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변해갔어요. n년 전 봄 교통사고였고, 난 그 이후로 너무 힘들었다. 살이 많이 빠지기도 했다.이런식으로요... 저건 일부분이고 더 디테일하게 거짓말을 계속 해나갔어요. 정신병인가 싶어요.. 정말 왜 그랬을까요. 그 시절의 저를 막 패고싶어요.
사실대로 빨리 말하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사실을 말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말들이 지나와버렸네요.

그런데 저, 정말 염치없는 이야기지만 그 친구와 평생 가고싶어요. 정말 좋은 아이예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동안 저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만큼 방어적이었고 마음의 문을 열고 살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에게는 그냥..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짧다면 짧은 2년이란 시간동안 저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어요. 제가 힘들 때 친구는 온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었고 저 역시도 친구가 힘들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왔어요. 오점이라면 역시 제가 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지만..저희는 친구 이상의 더 끈끈한 결속력을 가진 사이가 되었어요.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 친구도 저를 좀 더 신경써주었고 배려해주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거짓말이 저희가 이런 관계로 성장하는데 한 몫 했을거예요.

근데 이젠 그냥 다 고백하고 싶어요. 친구도 속이고 제 자신도 속이면서 이대로는 더는 못 살 것 같아요.
처음엔 친구를 그냥 지나가는 흔한 대학동기로 남을 거라고 쉽게만 생각했어요. 아...정말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고 제 자신이 싫고..무엇보다 친구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요. 사실대로 말한다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거예요. 절교당할 각오로 말해야하는거 맞죠?

친구가 저를 용서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뺨을 때린다면 분이 풀릴 때 까지 때리라고 할거예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네요.. 평생 다신 없을 너무나 좋은 친군데 이런 식으로 보내야 한다는게...제가 앞서 이 친구와 평생 가고 싶다 했는데 그럴려면 저는 계속 거짓말쟁이인 채로 숨기며 살아야 하는거죠? 사실을 말한다면 관계가 끊어질 각오로 해야 하는거 맞죠? 그리고...친구가 배신감에 치를 떨지라도, 절교를 선언할 지라도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게 맞는 거겠죠?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미치겠어요.. 
아...정말.. 정말 정말 미안하다 친구야.. 나같은 거짓말쟁이를 넌 베스트프랜드라고 생각하고.. 정말 면목이 없다.. 미안해... 죽을 때 까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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