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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 20]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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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지강이
추천 : 2
조회수 : 2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5 15: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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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 줄 요약 : 아저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28

와 같이 걸어왔던 길을 혼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둘이 걸었던 거리를 혼자 걸어보니 낯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도로가 넓게 느껴졌다는 것과 와 마주보며 걸으면서 신경 쓰지 못한 주변 환경이었습니다. 이들은, 오늘 제게 혼자서 걷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진흙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 소리는 저의 착잡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간혹 멈추고는 가 제게 토로했던 말을 곰곰이 떠올리곤 했습니다. 감정이 흥분한 상태에서 들었던 터라 의 말이 온전하게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잊히지 않았던 것은 가 그 말을 한 직후의 표정이었습니다. 그 표정은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습니다. 뒤로는 그 감정에 대한 적개심이나 당혹감, 불쾌감이 섞인 모호한 표정이 뒤따랐습니다.

“당신이 위험할 수 있었어.”

는 저를 향해, 아니 제게 말했습니다. 위험할 수 있었다고. 그런 얘기를 왜 했는지 의도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까의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그 남자를 구하려 왔습니다. 오랜 기다림에도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예정 시간은 촉박하게 다가왔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어느 남자와 부딪혔고 그 남자는 저를 향해 난처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사과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고는……. 멀리서 트럭이 그 남자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를 구하기 위해 도로에 뛰어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제 손을 낚아챘고 그 사람은 였습니다.

어째서 우린 오늘도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지……. 분노감에 몸부림치며 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건장한 남자의 힘을 여자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를 향해 비난과 같은 말을 쏟아냈고 는 가만히 제 얘기를 들어주었습니다. 는 가만히 듣다가 처음으로 제게 화를 냈습니다. 화를 내는 상대가 저였으나, 실제로는 본인에게 향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도 이 상황을 답답해했었겠지요.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그 목적이 당신으로 바뀌는 것 같아.”

화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귀에서부터 얼굴로 홍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장 박동은 빠르게 치달았습니다. 가 어떤 심정으로 그러한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의 말은 제 정신을 흔들어 놓기에 적합했습니다. 그러나 여행길의 스쳐가는 인연처럼 다소 허무해진 서로의 사이에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어요. 집으로 되돌아가면서 그가 내뱉은 말의 속내를 헤아려보려 했으나 속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

걸음을 멈춘 곳은 갈림길이었습니다. 금방 지나갔을 의 뒷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는 어떤 생각을 하고서 이 갈림길에서 등을 돌리고 갔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궁금증은 낭만적일 수도 있겠지만, 해결되지 못할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겠지요. 저는 그 갈림길에서 그런 궁금증까지도 털어내야 했어야 했어요.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의 심정이 궁금해졌으니까요.

가 걸어간 길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벌써 어둑했습니다. 무거워진 발걸음과 같이 몸과 마음도 지쳐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사람을 살리지도 못했을 뿐더러 죽음을 지켜봤고 이제 그간의 일 또한 끝나게 되었으니까요.

*

인기척에 눈을 뜨니 누워있는 제 옆에 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 이불을 끌어 모으고 있었어요. 는 놀라는 제 모습을 보고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얼른 일어나 불을 켜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몸은 누워있는 채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아저씨……?”

는 천천히 입을 떼었습니다.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안……해……요…….”

저는 의 목소리가 정확히 들리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파편처럼 흩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 동일한 말을 여러 번 되뇌면 한 자씩 주워들어 이해하였습니다.

“아저씨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잘…지…내…요…….”

“이상한 말 하지 마요! 우리 이따가 만날 거잖아요?”

의 얼굴은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목소리 또한 더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동일하게 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어쩌면 제가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좋…아…했…어…요…….”

“아, 아저씨……?”

이제는 가득 우울한 표정을 짓고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도리어 그 상황에 저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의 표정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마, 눈썹, 눈, 눈동자, 코, 입술. 시선을 타고 내리면서 의 얼굴을 세세하게 기억에 담으려 애썼습니다.

“가…볼…게…요…….”

“아저씨 어디가요!?”

는 천천히 고개와 몸을 돌리며 현관문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고개만 겨우 들어 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의 몸은 문 틈새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져갔습니다. 틈새로 들어오는 바깥의 공기가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의 향기가 섞인 것도 같았습니다.

문은 천천히 닫혔습니다. 끼이익 소리가 나면서 덜-컥.

*

덜-컹.

문이 닫히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이 떠졌습니다. 꿈인가? 아니면 생시인가? 방금과는 상황이 다르게 날은 밝았습니다. 햇볕이 제 방안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덜-컹.

문소리에 놀라 호들갑스럽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약간은 추운 기운에 이불을 몸에 싸매고 잔걸음으로 현관문을 향했습니다. 설마, 문을 안 잠그고 잤나? 스스로 자책하면서 문을 세게 닫고는 다시 잔걸음을 치며 누운 자리로 향했습니다.

이부자리로 돌아가던 중에 어제 꾼 꿈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항상 자고나면 형상 없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꿈자리가 오늘은 선연히 떠올랐지요. 이럴 거면 전에 복권 번호 불러주는 꿈이나 제대로 떠오르지……. 툴툴거리는 중에 의 표정과 말이 생각났지요. 특히 우울함이 짙게 침잠해 있는 말투가 귀에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가봐야겠다.”

혼잣말을 신호로 부리나케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당분간 자리를 비웁니다.’

아직까지 숨은 고르지 못해 헐떡거리면서 의 점포에 붙어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아씨- 이 아저씨가 어딜 간 거야…….”

혹시나 가 주위에 있을까 싶어 점포 주위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습니다. 조만간 찾을 것 같았던 가 보이지 않게 되자, 발걸음은 점점 더 재촉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조급해져갔습니다. 각자 행동하자는 말이 사실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요. 단순한 다툼이라고 판단했던 저는 이제야 의 단호한 태도가 당혹스럽고 섭섭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가 이 점포에 오기까지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일 뿐이었지요.

점포 앞에서 어슬렁거리면서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면서 에게 연거푸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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