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기담집(奇談集) _ 1-2
게시물ID : panic_89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풍월야
추천 : 24
조회수 : 127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15 17:58:22
옵션
  • 창작글

2층에 살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나이가 많은 것과는 다르게 매우 정정하셨지요. 하지만 주름이 가득한 피부와
색이 죽은 얼굴은 굉장히 나이가 많은 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었습니다.

여름에 할아버지댁에 놀러가서, 2층 난간에서 장난을 치던 제가 뒤를 돌아보니,
발코니에 그 할아버지 (이하 왕 할아버지라고 쓰겠습니다)가 저를 쳐다보고 계시더군요.

딱히 무서운 표정을 지으신 것도 아니고, 그냥 무표정하게 저를 내려다 보고 계셨지만,
저는 정말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물론 저는 어려서부터 엄청나게 내성적이고 말이 적었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거나 날뛰지는 않았습니다(오죽했으면 어머니께선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제가
자폐끼가 있는 건 아닐까 ... 하고 엄청 고민하셨다네요). 다만 너무 놀란 나머지 숨을 헙-! 하고 들이키다
사래에 걸렸을 뿐이었지요. 콜록콜록 거리면서도 왕할아버지를 끝까지 쳐다봤지요, 엄청난 경악스러움에.

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신혼부부가 산다고 했는데, 무지하게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계시니 말이지요.
아직도 그 때의 감각이 기억납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놀라움, 무서움, 두려움 같은 것들.

왕할아버지는 읊조리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잣말인지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요.

"네가 (할아버지 이름) 손자로구나.."
".... .... ...."

그렇게 잠깐동안 저와 대치하던 왕할아버지는 휙, 등을 돌리더니 방으로 다시 들어가더군요. 
왕할아버지가 들어가자마자 저도 계단을 뛰어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탁 트인 마당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마당에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엄마 엄마"
"응? 왜?"
"2층에 할아버지보다 더 늙은 할아버지 있다?"

이 것도 역시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마치 못들을 걸 들은 것처럼 살짝 굳어지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표정.
어머니는 말이 없으시고, 할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씀하시더군요.

"으응... 윗집 부부네 할아버지 오셨나보다. 귀찮게 하면 안돼."
"너, 엄마가 2층 올라가지 말랬지!"
"... ... ..."
"2층에도 사람 사니까 올라면 안돼, 조용히 해야돼."
"응 알았어."

그 날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출처 본인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