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작년부터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저보다 어리고,
학창시절에 주변인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제가 롤을 좋아하니까, 여자친구가 같이하고 싶다며 롤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레벨 30이지만 아직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편이라서 칼바람듀오만 돌리고
매판마다 룬특성과 스킬설명 템트리를 알려주고 게임을 합니다.
저역시 엄청난 실력은 아니지만 플레 상위권유저로
언랭인 여자친구와 칼바람 듀오를 돌리면 대개 언랭~실버를 만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캐리하는 그림도 많이 나오고요.
저는 여자친구가 못하는대신 제가 그만큼 몫을 다할수 있으니까
일반인 칼바람, 그것도 칼바람만 돌리시는 분들도 아닌
그냥 심심풀이로 하시는분들이 대부분인 게임을 하니까
여자친구의 부족한 실력으로도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왔습니다.
근데..
분명 제가 캐리하고 있고, 팀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를 향한 심한 욕설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병*신이냐, 애*뒤졌냐.. 이런욕설들이요
차분하게 '제 여자친구입니다. 여자친구가 못하는대신 제가 2인분할게요. 양해부탁드려요'라고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해도 오히려 돌아오는건 더 심한 욕설입니다.
흑보*라던가 창*라는 성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아서 양해를 구하기도 두려워집니다.
어제 심심하다해서 오랜만에 같이 게임을 했고
저혼자 압도적인 딜량을 넣으며 게임을 리드하고 있음에도
여자친구를 향한 욕설이 나오더군요.
어제는 특히 도가 지나쳤습니다.
게임내내 아무말도 없던 여자친구가
게임 끝나고 조용히 나가더니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저는 불안해서 전화도해보고 카톡도해보고 문자도해보고
한시간가까이 연락이 안되다 간신히 연락이 되었는데
엉엉 울고있더라구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게임 못하는 사람은 게임하면 병*이냐
게임하는 여자는 모조리 창*냐..
2~30분 남짓한 가벼운 게임한판으로
생판 모르는 남이 나에게 이렇게 대해도 괜찮은거냐..
살기 싫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제가 다 미안했습니다.
다시는 같이 롤 안하기로 했어요.
여기계신 많은분들은 그렇지 않으리란걸 알지만,
대다수의 유저 인생에서 게임 한판한판이 가지는 가치는 크지 않습니다.
고작 그 2~40분 게임 하나로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니터 너머로 다른 사람 있어요.
개중에는 제 여자친구처럼 말한마디 한마디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하는 게임한판에서
당신이 감정적으로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니터 너머의 어떤 사람에게는
와닿는 무게가 다름을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