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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수상한 아르바이트
게시물ID : panic_89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9
조회수 : 167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7 21:20:58
수상한 아르바이트

봄방학 중에 있었던 일인데, 친구가 수상한 알바를 의뢰 받았다.
미심쩍은 알바였는데, 관서 지방의 어느 정부 지정 도시의 빈집 정리를 해달라는 것이었고
2박 3일 동안 하는 것이고, 교통비 외에도 1인당 3만엔씩 준다는 것이다.

정리할 집은 전기와 수도, 가스가 다 아직 연결되어 있었고,
두 사람 분량의 침구도 있으니 숙박하는데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이런 내용만 봐도 수상쩍기 그지 없는데, 친구가 알바를 의뢰 받은 경로가
"빠칭코하러 갔더니 연속으로 대박친 아저씨가 해달라더라"지 뭔가.
친구는 좋은 알바라고 들떠서 같이 가자고 하던데 나는 암만 해도 미심쩍었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지만 사실 2박 3일 알바에 3만엔은 워낙 조건도 좋고
마침 컴퓨터 부품을 몇 개 바꾸고 싶던 차라 같이 하기로 했다.

당일 그 아저씨가 신칸센 표와 정리 순서, 그곳까지 가는 약도를 주었고
우리는 어느 정부 지정 도시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집은 꽤나 널찍했고, 부지만해도 300평 정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뜰에 낙엽이 가득 쌓였고, 연못은 탁한 게.. 아무 것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
척 봐도 10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모습이 폐허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날 우선 2층을 정리하기로 하고 저녁 8시까지 쓰레기 분리 및 가구를 1층으로 옮겼고
힘쓰는 일이 많다보니 힘들긴 했지만 별 다른 일 없이 무사히 마쳤다.
근처에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집에 돌아와보니 뭔가 이상했다.
잘 설명하긴 힘들지만 현관에 들어선 순간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달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에 서렸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친구도 매한가지였는지 파랗게 질린 게 보였다.
그렇다고 뭐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서로 입에 담지는 않았고, 목욕하고 자기로 했다.

잠들고 두 시간 정도 지났을 까.. 친구가 내 몸을 흔들어서 깼다.
"..왜"하고 짜증섞인 말을 뱉았는데, 왜 깨웠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1층 현관 옆에 있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대각선상에 있는 제일 안쪽 방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여기 누가 올거란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

사건 같은 데 휘말리는 건 아닌가 겁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어서 일단 확인차 가기로 했다.

그때 복도에 불을 켰으면 좋았을 걸, 나나 친구나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 못 했다.

어둠 속에서 방 근처까지 가서 내가 몇 번이나 "누구세요~?"하고 말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들리지 않는 여러 명이 소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큰 소리로 부르려던 그때,
친구가 내 입을 틀어막더니 현관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내가 "왜~"하고 말하려고 했지만 친구 표정이 보통이 아니어서 잠자코 현관으로 따라갔다.

현관에서 다시 친구에게 "왜 그러는데?"하고 물었더니 친구가 부들부들 떨면서
"저 방.. 문 밖에 판자로 못 박아뒀어..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냐.."
나는 근시에다 어두워서 못 봤는데,
친구 말에 따르면 아무리 생각해도 여닫을 수 없도록 판자가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가 하도 떨길래 나도 무서웠지만 괜히 센척 하며 친구에게
"밖에 출입구 같은 게 있겠지. 확인해보자"라고 했다.

현관을 나가 집 뒷편으로 돌아가려고 풀을 헤치며 그 방 위치로 보이는 곳까지 가면서
"다른 출입구가 있어"라는 희망적인 견해는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방에 문이 있긴 했지만 그 창문도 밖에서 판자로 덧대어져 있었고
그 외엔 딱히 출입구로 쓸만한 곳이 없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이 들락날락할 수 없던 것이다.
그런데 밖에서도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혼란스러워서 머리 속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다 이치에 들어맞질 않았고,
어찌할 방도도 모르는 채 둘이서 한참을 얼굴을 마주보다가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다 싶어서,
그때 그냥 나왔어야 했는데 판자 사이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둘이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보니 흔한 일본식 다다미 방이었고,
틈새로 보는 걸로는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뭘까 대체...
언제부터인가 소근거리는 소리는 안 들렸지만, 좀 전까진 분명 몇 명 목소리가 들렸었다.
우리는 다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들여다보다가 어떤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탁자 위에 20cm 정도 되는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를 잘 비춰보고 소름이 돋았다.
그 상자에 자전거 도난 방지용으로 묶는 사슬 같은 게 칭칭 감겨져 있었고
자물쇠가 여러 개 달려 있었다.
우리는 "저게 뭐지.. 재수 없어.."라며 창에서 떨어져서 얘기하는데 갑자기

쾅!

하고 안에서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다시 창문을 보다가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판자가 덧대진 창문 틈에서 4~5명 눈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성별이나 나이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이 수 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것 밖에 알 수 없었다.

집에서 2, 300m 정도 떨어진 가로등 비추는 곳까지 뛰어가서 숨이 차 올라 헉헉대는데
비명 소리를 들었는지 이웃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숨이 찬데다, 무서워서 동요한 상태라
"창문에 눈이.." "목소리가.." "아르바이트로 청소하러 왔는데.."
뭐 이런 식으로 얼토당토 않은 식으로 대답했는데, 할아버지는 알아들으셨는지
부드러운 말투로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세. 천천히 이야기해보시게"라며
난생 처음 보는 우리를 집에 데리고 가주셨다.

할아버지 집에 가보니 할머니도 깨어 계셨고, 차를 내어주셨다.
우리도 조금 진정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경위와
숙식 조건으로 집을 정리하러 온 것,
밤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알아보려고 간 것,
여기저기 다 막힌 방을 들여다봤더니 무수한 눈이 쳐다본 것 등을 말씀드리자
할아버지는 "그 집은 수십 년 전에 토지 권리로 일이 좀 많았지..
돈은 됐다고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관두시게.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도 되니, 내일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라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그 집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 이야기해주지 않으셨다.
우리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 댁에서 잤다.

이튿 날, 아침까지 차려주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거듭 감사 인사드리고 집에 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역까지 가는 길에
내가 알바를 권유해준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돈은 됐고, 교통비도 돌려줄 테니 알바 건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했더니
아저씨가 계속 왜 그러냐고 물었다.
딱히 숨길 필요도 없고 해서 어젯밤 일을 말했더니
아저씨가 혼잣말처럼 "아직 나오나..."라고 했다.
"교통비는 안 줘도 돼. 알바비는 하루 치 쳐줄게"
 집 열쇄는 현관 매트 아래에 두고 와줘"라며 전화를 끊었다.
왠지 그 아저씨는 겁을 먹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돌아가며 우리는 "그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게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로 도서관이 어딨는지 알아보고
신문 기사를 뒤져봤지만 그럴싸한 사건이 실린 게 없었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법무국에 가봤다.

법무국에서 그 집 등기부를 찾아보니,
"1966년 점유 취득 시효"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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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 취득 시효 : 물건이나 권리를 일정한 기간 계속하여서 사실상 점유하는 사람에게
그 물건이나 권리에 대한 소유권을 주는 제도.
타인의 소유지라도 그 소유지에 주택을 짓고, 거주하면 그 사람에게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이 주어짐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7496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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