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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내 몸이 재가 되더라도, 그대를 한번 더 볼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게시물ID : panic_893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벽3시21분
추천 : 10
조회수 : 11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7 2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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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서라도 그를 한번 더 봐야겠어요. " 

" 안됩니다." 
 
 그 정확하고도 단호한 대답에, 나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듯 하였다.
물론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그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의 이 간절한 부탁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저리 단호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미 단호한 대답을 들었을지라도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 재판관님 제발... 딱 한번만 그를 볼 수 있다면, 이 지독하고도 끔찍한 미련이 사라질 것 같아요. 그러니 딱 한번만...!" 

 " 그 지독한 미련과 당신이 하려는 행동은 죄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요구를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재판관은 여전히 단호했다.

 " 죄인거 저도 잘 압니다. 나중에 벌은 달게 받을테니 제발 ..."  나는 끝까지 애원했다.

그러자 재판관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의자에 앉아 고민하는 듯 했다. 여태까지의 반응과는 달랐기에 나는 그 반응에서 희망을 보았다. 재판관은 잠시 책상을 뒤적거리더니 작은 모니터 한개를 꺼내들었다. 그 모니터에는 ' 대기 순번 740 ' 이라 적혀있었다. 재판관은 모니터를 힐끔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 ... 당신이 하려는 짓을 더 이상 막기는 힘들 것 같군요. 대신 이 점을 유의 하십시오. 당신이 하려는 행동은 죄며, 언젠가는 죄로인한 벌을 받을것입니다."

 "... 그리고 그를 가까이서 보고싶더라도 절대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만약 가까이 간다면 그 즉시 큰벌을 받을 것 입니다. 이건 당부이기도 합니다. "

" 네, 잘 알겠습니다."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차분히 대답했다.

" 그럼 자리를 정리하고, 왼쪽 문으로 나가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자리 정리를 하였고, 정리를 마치니 그제서야 재판소 곳곳이 눈에 띄였다. 이런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니, 나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 했지만 마음을 다 잡고 문쪽으로 걸어나갔다. 무거운 문을 힘겹게 열고, 나는 재판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
                                                      .
                                                      .
 
  그 사고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다. 사고의 원인은 작은 불씨로 인한 화재. 내가 사고 이후 눈을 떴을때, 나는 모든 것을 잃은 후 였다. 절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당당하게 그를 볼 수 없다는 점이 괴로웠다. 하지만 나는 너무 그가 보고싶었기에, 이 행동이 죄인걸 알면서도 그의 곁을 멤돌았고, 그러다 잡혀, 재판소로 넘겨진 것이었다. 

재판소에 넘겨졌을땐, 막막했다. 벌을 받는다는 두려움보다, 그를 다시는 못본다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막막한 상황에서 기회를 얻어내었다. 그렇기에, 나는 꼭 이 마지막 기회를 활용하여 그를 보고야 말것이다.


그 끔찍한 사고 이후에 얻은 내 몸은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기에 채광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살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살아야만 했다.

새로운 환경이여서 익숙하지 않지만 몸은 편안했다. 몸이 편안한 와중에도 그가 보고싶어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지금 밖에 나간다면 몸이 버티지 못 할 것을 잘 알기에 꾹꾹 참았다.

그렇게 꾹꾹 참은지 한 달이 되었고, 나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밖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내 몸은 여전히 약했다. 그렇기에 신중히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목적지는 그가 이 시간에 늘 운동하던 공원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공원으로 다가갔다. 
공원에 도착한 뒤, 나는 가로등 밑에 자리를 잡았다. 가로등 불빛에 꼬인 벌레떼가 어지럽게 사방에서 돌아다녔다. 예전같았으면 기겁을 하고 자리를 떳겠지만, 이제 곧 그가 이 앞으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나도 그를 기다리며, 괜히 그 자리를 멤돌았다.
 
그 때, 저 멀리서 그가 뛰어오는게 보였다. 내심 나를 향해 뛰어오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무심하게도 속도도 줄이지 않고 내 앞을 휑하니 지나가 버렸다.

너무나 변해버린 나를 알아채지 못할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눈 한번 마주쳐 주지 않고 휑하니 가버린게 너무 야속하고 서운했다.
사실 공원에서 한번만 딱 보고, 나도 다 잊고 내 삶을 살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짧디 짧은 만남이 너무 아쉬웠기에 나도 모르게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운동이 끝나면 그는 티비앞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곤 했다. 그는 운동을 해서 더울텐데도 절대 에어컨을 틀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 놓곤 하였다. 인공적인 바람은 싫다면서 말이다. 내가 벌레나 도둑이 들어온다고 구박을 하면, 소파옆 전기모기채를 휘두르며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하곤 했었다.

아무튼 그런 그의 습관으로 나는 그의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들키지 않게 벽에 붙어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늘은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다보니 옛날에 내가 쳤던 장난이 생각났다.

 언젠가 연락을 하지 않고 그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날도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내가 들어가도 그는 알아채지 못하는 듯 하였다. 

" 저런 안일한 인간!"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고 그렇게 호언장담 했으면서, 누가 들어와도 눈치를 못채다니... 한편으로는 한심했고, 한편으로는 걱정됬다.


그래서 나는 그를 놀래키고자, 그에게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
.
.

 
'바스락'

" 아차! "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던 도중 실수로 바닥에 있던 과자봉지를 밟고 말았다.

" 누구야! " 

그는 대답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소파 구석을 뒤적거리더니찾아낸 그것을 나에게 휘둘렀다.
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 ...? " 

고통이 밀려올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침묵만이 감돌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위를 올려다 보았다.

" 푸하하! " 

그는  꽃다발을 나에게 내민채로 웃고 있었다. 얼마나 웃음을 참은 것인지 얼굴이 새빨게져 있었다.
.
.



 과거를 회상한게 잘못 이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아니 잠시라도 그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나의 작은 바람이 회상으로인해 욕심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원래는 멀리서 잠시 지켜보려 했는데, 멀리서 지켜보는거 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좀 더 가까이서 그를 보고 싶다.

가까이 갈 수록 내 죄는 무거워질 것이다. 하지만, 죄가 무거워지더라도 

그에게 그 때 쳤던 장난을 한번 더 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웃는 얼굴을 한번 더 보고싶다.

나는 그에게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아마 그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손사래를 치거나,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나는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바닥의 물건이나 봉지는 발에 치이지 않았기에 그에게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다시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 하지만 이 꿈만같은 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 이라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는 예상외로 무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소파 옆에있는 전기모기채를 집어들었고, 나에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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