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했고, 지금 임신 중인 신혼부부에요.
남편이 의도가 나쁜 건 아닌데 가끔 악의없이 하는 말에 제가 자꾸 상처를 받아요.
제가 임신 중이라 과도하게 민감한가 싶어 듣고 넘기려고 애쓰는데 자꾸 곱씹게 되네요...ㅠㅠ
요 며칠 예를 들자면 이래요.
제가 입덧이 심하기도 한데 거기다 체해서 한 이틀 정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그 와중에 나눈 대화에요.
1.
남편- 에휴, 불쌍한 00(애기태명)이..
나- 여보.. 애기는 불쌍하고 고생하는 나는 안 불쌍해? 애기는 살아야하니 본능적으로 엄마 몸의 영양분을 가져가게 되있어. 나 먼저 걱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 아, 그러네. 미안..(떨떠름)
2. 출근 후 회사에서 톡으로 나눈 대화
나-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서 아무 것도 못하겠어. 간신히 앉아있어요. 진짜 죽겠네..
남편- 에고 힘내랏!!
나- 힘이 나야 내지ㅜㅜ 힘내자고 한다고 울렁거림이 사라지나? 나 톡 쓰기도 힘드니 나중에 이야기해요.
3. 점심 시간 후 톡으로 나눈 대화
남편- 많이 힘들어요? 난 점심 먹으러 왔어요
나-속 안 좋아서 뭘 먹을 엄두도 안나고, 자꾸 졸립기만 해서 그냥 잤어요
남편- 힘들겠네요.. 난 더운데서 땀 흘리며 점심 먹었네요.
나- 배고픈데 못 먹지는 않잖아
4.
저녁에 무한도전 보다가 무한도전 중에 예전에 아나운서가 언어순화 교육했던 거.. 그거 재방송을 같이 보고 있었어요.
나- 이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야~
남편- 이 돈도 못 벌어오는 마누라야!
제가 TV보던 중에 잠깐 화장실 가느라 일어났는데, 제 뒤통수에 대고 저런 말을 하더라구요. 돌아와서 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보라고 했더니 TV 나온 말 그대로 따라한 거라며 그냥 넘어가자고..
이건 둘 다 똑같이 TV에 나온 말 따라한거라 치면 할 말 없지만, 제가 지금 회사를 다니는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하게되면 아무래도 수입이 많이 줄어드는 거에 대해 걱정이 많아 그런지.. 엄청 서운하고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5.
나- 속은 계속 울렁거리고, 자도자도 피곤하고.. 힘드네.
남편- 나도 속 울렁거리고, 나도 피곤해. 나도 옆에서 같이 힘들어.
나- 당신이 나 챙겨주는 건 알아. 그래도 당신도 나처럼 신체적인 변화를 똑같이 겪고 있는 건 아니잖아..
남편- 나도 그만큼 옆에서 힘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화보시는 것처럼 저도 이쁘게만 말하지 않고, 기분 상하면 툴툴거리고 그럽니다.
제가 속상한 건, 이걸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자꾸 서운해지는 제 마음이에요.
본심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 사람 뭔가 상대방 상태나 감정에 제대로 공감한다는 표현이 서툰건지..
산후우울증말고 임신 중 우울증도 오나요? 그냥 쿨하게 웃어넘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서 힘드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