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중-남고-공대-외국 직장
전형적인 여자와는 인연이 없는 테크트리를 타고났으며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여자만 만나면
심지어 식은 땀까지 흘리며 어리벙벙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까지 4-5명과 연애를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연애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여자사람 만나면 어색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는게 힘든 편입니다.
2. 결혼
결혼생각은 대학교 시절부터 그리고 도리어 나이들고 나서는 확고해졌습니다. 결혼할 필요없다.
집에 있는걸 즐기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거 좋아합니다. 요리해서 먹는 것도 좋아하고, 누워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책 보는 것도 좋아하구요. 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에너지를 소비하고
집에서 에너지를 얻는게 제 패턴입니다. 물론, 주말에는 밖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지만요.
특히, 재정적인 면에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고 나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혼자 유유히 즐길 수 있다
라는 점에서 더욱 더 결혼의 필요성은 못 느꼈습니다. 연애만 하다가 결혼 얘기가 나오면 헤어지고
나이가 어느정도 되고서는 연애=결혼 준비라는 공식에 부담감을 느껴서 연애조차 안 하게 되었죠.
3. 인연
전부터 알던 여자사람동생이 연락이 왔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나 볼려고
약속을 잡고 같이 저녁 및 간단하게 한잔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너무 늦어지기 전에 정리하고 헤어진 후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누웠습니다. 근데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그 다음에 사람 눈이 돌아간다는걸 실제로 경험해봤습니다. 뭐... 그 친구는 두번째 만날 때부터...
이 인간이 미쳤구나 라고 느꼈다고 하네요. 데이트를 나왔는데 아무 계획도 없고 만났는데,
큰 계획없이 거무튀튀한 놈이 눈만 반짝이고 있었다고 기억하네요.
왜 좋아하는지를 물어보는데, 사실 정확하게 답을 못 하겠어요. 그냥 얼굴만 봐도 좋기도 하고,
같이 있기만 해도 좋거든요. 그리고 아직도 제 자신에게 계속 묻는 질문이긴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것도 만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처음에는 오랜만에 내가 연애를 해서 미쳤구나 생각했어요. 연애 초창기에는 항상 그렇지 뭐.
초창기에는 얼굴만 봐도 좋고 사랑이 넘쳐나니깐요. 그래서 결혼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자신도 없었고요. 시간이 지나면 변하겠지. 그래도 지금 이순간은 너무 좋으니깐 잡아야지.
어떻게보면 이기적인 마음으로 있었죠.
그리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습니다. 이제는 얼굴을 봐도 예전만큼 가슴이 떨리지도 않고,
손을 잡아도 예전같이 설레이지도 않고 대화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건조해졌지요.
그런데 결혼은 더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딱히 특별한걸 원하는건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그 사람이 있으면 좋겠고,
집에 왔을 때,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거나 내가 그 사람을 기다렸으면 좋겠어요.
아직 상견례는 안 했지만, 양쪽 부모님은 이미 암묵적으로 결혼에 동의한 상태이고
아직 정식으로 프로포즈는 안 했지만, 저희끼리도 결혼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항상 행복할꺼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지만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냥 편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