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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정치 소설 범인 #2
게시물ID : sisa_1238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미사용중인
추천 : 1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6/10 09: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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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정치 소설    <범인(犯人)>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모든 등장인물 및 단체는 작가가 창작한 허구이며 현실의 인물 및 단체와는 그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2화 범인은 현장에 있다 


 2023년 7월의 어느날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원 몇 명이 폭우로 물이 불어나 황톳빛 급류가 몰아치는 하천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흙탕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의깊게 수색하는 해병대원들을 조금 떨어진 다리 위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해병대 1사단장인 임상근 소장이었다. 

 임상근 사단장 옆에는 작전참모와 현장지휘 장교 등이 안절부절하며 서있었다. 그때 다리 끝에서 임상근 사단장쪽으로 7대대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필승! 사단장님 오셨습니까?" 

 사단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례도 받지 않은 채 말했다.

 "7대대장, 누가 수색을 저렇게 뭉쳐다니면서 하나?" 

 "안전장비가 부족해서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모여 있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사단장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해병대가 물을 무서워하면 그게 해병대야? 당장 간격 넓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란 말이야!"

 '그러다 사고가 나면 사단장님이 모두 책임지실 겁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7대대장은 그 말을 꾹 누르고 대답했다. 

 "예,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상근 사단장이 현장을 떠나고 7대대장은 사단장의 명령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파하며 생각했다. 

 '불합리한 명령이지만 군대는 상명하복이 아닌가? 나는 상관의 명령에 따르는 것 뿐이다.'

 또 마음 한켠에서는 '설마 무슨 사고가 일어나기야 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음날 오전 다시 수색이 재개된 하천에는 여전히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전을 하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점은 좁은 간격으로 모여서 수색하는 것이 아닌 양팔간격으로 넓게 2열 또는 3열로 서서 수색을 한다는 것이었다.

 "야! 거기 너무 강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강변쪽으로 나와서 수색해!"

 "그러면 간격이 너무 좁아지지 말입니다!" 

 "니X! 목숨이 중허지 명령이 중허냐? 뭣이 중헌디?" 

 병사들 사이에서 잠시 웃음이 번진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7대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7대대장이 전화를 받자 현장지휘 간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대장님, 보문교 일대에서 작업하다가 한 명이 현재 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뭐? 어디? 보문교?" 

 "예, 맞습니다. 보문교 본부중대 일대 섹터입니다."

 "야! 새X야! 어떻게 거기까지.. 잡았어?" 

 놀란 대대장의 목소리가 커졌다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중대장이 지금 신고하고 있습니다. 신고하고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현장지휘 간부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7대대장은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고 급류에 휩쓸린 병사를 구하도록 지시를 한 대대장은 서둘러 사건 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현장으로 향하던 도중 현장 간부들로 부터 몇차례의 보고를 더 받은 7대대장은 사건을 보고하기 위해 임성근 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7대대장입니다." 

 "어, 어떻게 됐어?" 

 "예, 사단장님 저도 지금 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인원이 떠내려가고 안보인다고 그래서 가보고 있습니다."

 "왜 빠졌냐고?"

 사단장의 질책하는 듯한 어투에 대대장은 마치 자신의 잘못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 같아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따라서 사단장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대대장의 목소리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이게.. 높은 깊이까지 삽으로 이렇게 물 바닥을 긁다 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서 빠져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면 현재 상태가 어떠냐고?"

 "현재 그 친구는 안보이고 나머지는 찾고 있습니다."

 "알았다." 

 사단장과의 통화를 마친 7대대장은 자칫하면 자신이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대장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상관의 불합리한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고 따랐다가 사고가 났으니 일정부분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질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단장의 목소리는 뭔가 대대장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달랐다. 

 순간 7대대장은 목덜미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과연 사단장이 책임지려고 할까? 대대장은 서둘러 휴대전화에 통화녹음 기능이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통화녹음 기능은 활성화되어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을 증거로 잡기 위해 앞으로 모든 통화를 녹음하리라 결심했다. 

 약 3시간 후 대대장이 현장에서 실종장병의 수색을 지휘하고 있을 때 사단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얘들 지금 다 어디에 있냐? 다섯명(생존자들)은?"

 "지금 간부는 여기 현장에 있고 애들은 버스에 타있습니다."

 "애들 언론 이런 데에 접촉이 되면 안 되는데.. 하여튼 트라우마 이런 건 나중 문제고.. 애들 관리가 돼야 하거든? 어떤 식으로 관리가 되나?" 

 7대대장은 사단장이 실종된 병사와 같이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병사들보다 언론을 더 걱정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이 모든 일이 사단장이 언론에 해병대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무리하게 수색작전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실종병사와 생존병사들을 걱정하기 보다 언론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사단장의 태도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언론에 이 통화내용을 모두 제보하겠다. 그리고 당신이 무고한 병사를 죽음으로 내 몬 범인임을 세상에 알리겠다.' 

 이렇게 7대대장은 조용히 다짐했다.
출처 https://youtu.be/16V3NnsfGZQ?si=CBrHLXrCUoEQd13l + 뇌내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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