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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직장인 이직도전기 (承)
게시물ID : emigration_18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12
조회수 : 144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23 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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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응 니하오'

'야... 어제 태양의 후예 봤냐... 송중기 아후... 그냥...'

(난 태양의 조상이든, 태양의 고조할아버지든... 아무 관심이 없다고... 드라마 잘 안 보거든...)


잠깐 딴 이야기이지만, 여기에도 한류를 느낄 수 있는 게 동양권 분들, 특히 중국아줌마들에게 한국 드라마가 아주 큰 인기입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바로 드라마 제목 대면서 그거 아느냐? 남자주인공 이름 대면서 걔 아느냐 물어볼 정도이니... 

어떤 날은, 회사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얼굴만 아는 중국놈이 오더니, 넌 한국사람이라며, 넌 도대체 한국드라마는 어디서 보냐고 물어보더군요.  

자기 아내가 한국드라마 팬인데, 보고싶은 드라마가 중국사이트에서 막혔다고, 자막 없이라도 보겠다고 한국사이트를 알려달라는 거였습니다. 

역시 어느나라나 제일 무서운 건 아내 명령인 것 같습니다. (결론이 왜 이래...)


어쨌든, 이 한류의 한가운데서 저도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광하는 여성부대들이, 한국은 마치 김수현이 밭 매고, 송중기가 벽돌 나르고, 강동원이 버스 운전하고 그런 나라일 것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만약에 한국의 실상을 보면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그래서 저같은 놈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미리미리 그 충격을 완화시키면 결국에는 한류에 도움이 되고, 국격향상에 이바지하는 일이 되겠죠. 

저는 이를 한류충격을 완화시킨다는 의미에서 한류버퍼라고 명명하고,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하하하하... (아니 웃고 있는데, 왜 눈에서 눈물이...) 

어쨌든 저와 같이 한류버퍼러로 활동하실 분은 연락주세요. 자격조건은... 말 안해도 아시죠? 지금 잠깐 고민하고 계셨던 분... 예 님 맞습니다. 자격됩니다.


이렇게 잠깐 쓸데없는 이야기하다가 회사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어때? 이번에 좀 올라가나?"

"올라가긴 개뿔... 여기가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아직 더 기다리래." 

"아니... 왜? 이번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 그걸 내가 우찌 아냐? 우리 매니저 만나서 니가 좀 물어봐봐라..." 

"흠... 그렇군... "

"니 회사는 어때?"

"여기야 아주 죽이지... 널널하고 여유있고, 셀폰 보면서 서포트하느라 쫓겨다닐 필요도 없고... "

"그렇군... 쩝..." 


... ...


그 친구와 쓸데없는 이런 종류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일상적인 업무로 돌아온 지 약 2주정도가 지났을가요? 그 친구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옵니다. 


"어이... 우리 회사 자리났어... 딱 니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하고, 지금 위치보다 약간 높은 자리... 어때? 관심있어?" 

"그래? 내부 모집은 다 끝났고?"

"그런가 봐... 그러니 레퍼런스 하라고 공지가 왔지... 원래 잘 안 나는 자리인데, 일이 생겨서 자기 나라로 돌아갔데... 무슨 무슨 스키 인 걸 보니 동유럽쪽인 것 같은데..." 


결원이 생기거나, 새로운 자리가 나왔을 때, 캐나다의 구직은 크게 3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내부직원 중에서 이 자리 들어올 사람을 뽑습니다. 메니저가 마음에 안 들거나, 새로운 경력을 쌓아보고 싶다... 하는 내부직원들이 여기에 지원하는 거죠. 

회사로서는 내부직원을 뽑는 게 제일 마음 편하죠. 백그라운드 체크도 다시 할 필요 없고, 어쨌든 같은 직원이었으면 기본적인 트레이닝도 필요없고... 

물론 꺼냄을 당한 부서는 또 새 직원 뽑느라 골치 아프겠지만...


만약에 내부직원 중에서 마땅한 지원자가 없다... 하면 그럼 두번째로 내부 레퍼런스를 구합니다. 

즉, 회사직원에게 아는 사람 추천하라고 하는거죠. 역시나 또 다른 안전장치죠. 같은 직원이 인정하니 그래도 좀 믿을만하다... 


내부직원에도 지원자가 없고, 내부레퍼런스도 마땅한 지원자가 없으면, 이제 마지막으로 밖으로 공지합니다. 

회사웹사이트에도 올리고, 구직사이트에도 올리고, 회사에 따라 연결되어 있는 헤드헌터에게도 구직정보 보내고...  

캐나다에서 경력이 없거나, 연줄이 없으면 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밖으로 일자리가 나올 때는 벌써 2단계나 톡톡 털어서 거쳐 나오기 때문에... 

머... 솔직히 캐나다만 그러겠습니까?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경력자 우선, 연줄 우선... 


메니저가 잘 인정도 안 해주는데... 확 나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나마 익숙한 일인데, 또 나가서 새로운 일 배우고, 회사 적응하고, 네트워크 다시 만들고... 하는 일이 힘들 것 같고... 

무엇보다도 또 이력서/커버레터 쓰고, 인터뷰 서너번 하고, 기다리면서 마음 졸이면서 스트레스 받고... 그럴 걸 예상하니 망설여지기도 하고...   


"알았어.. 일단 생각해보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의견... 아니 결정권을 줍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골치아픈 결정은 아내가 끝내주게 결정내립니다.

여기 캐나다 속담에도 있죠... "마누라는 언제나 옳다." 영어로는 "Manura is always right" 줄여서 MAR라고...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어이 자네가 무슨 송중기인가? (오늘 송중기 자주 나오네...) 찍으면 다 넘어오게? 일단 내서 붙어놓고 생각을 해 보게나..."

아하... 그렇구나... 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 그래 일단 부딪혀 보고 생각해 보자...


이 회사 들어올 때 써먹고, 저 멀리 어느 폴더에선가 잠들어 있던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깨워서 또 준비시킵니다. 

아... 또... 이력서... 휴우... 이제 이력서는 하도 많이 써서 어느정도 요령이 생겼습니다. 

친구에게 Job Description을 보내달라고 하고, 거의 그 Job Description을 달달 외우둣이 한줄한줄 숙지를 한 다음에, 그걸 거의 그대로 이력서에 양식에 맞추어서 기입합니다.

만약에 정말 모르는 기술이다... 그런 게 보이면 구글을 돌려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비슷한 일을 적습니다.

예를 들면... 4대강 사업에 지원하는 이력서인데, 삽질에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라고 하면 '녹차라떼' 만들어봤음... 

또는 창조경제 지원하는데, 전혀 비슷한 경력이 없으면, '우주와 교감한 적 있음'... 이런 식으로...


보통 Job Description에는 있는 기술, 없는 기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기술, 잠깐 들어만 봤던 기술 등등이 다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을 캐치해 내는 게 관건입니다. 정말 이 자리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 지...

가장 쉬운 방법은... 친구 커피 한잔 사주면서, 그래도 이 Job Description 중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보를 캐내서, 그걸 중점적으로 커버레터에 적습니다.

네트워크가 이래서 중요한 거겠죠... 


집에 오면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아들내미 무릎에 앉히고, 한줄한줄 꼼꼼히 적다보니, 이렇게 거의 하루에 두세줄 적는 식으로 해서 (물론 아들내미 재우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Job Description을 받은 후 약 일주일 후에 커버레터/이력서 작성을 마치고 회사 홈페이지에 제출합니다.

그리고 두근두근 결과를 기다립니다.


이력서/커버레터 제출 후 정확히 5일 후에 회사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우리 전화 한번 하자..."


오예~~~ 걸려들었어...


轉 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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