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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공부]지하철에서 본 개념상실 커플
게시물ID : humorstory_123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상공부
추천 : 12
조회수 : 52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6/08/21 23:50:23
요즘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지만, 정말 이건 심했다 싶어서 올려본다. 여름방학이라 서울에 있는 한 연구소로 매일 아침 전철을 타고 인턴 자격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내가 주로 이용하게 되는 지하철 노선이 2호선 내부순환선과 분당선인데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 사람 비율 만큼이나 늙으신 어르신들도 많이 타시는데...... 원래 인턴 자격이라 늦게 머무르지 않아도 되지만, 오늘은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데 정신이 팔려서 좀 늦게 귀가하게 되었다. 여전히 2호선을 타고 분당선 막역인 선릉역 쪽으로 향하는데...... 지하철에 웬 음료수 페트병이 굴러 다니더라...... 난 누가 마시고 졸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나 싶어서 일단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주울 생각을 안하는 거다. 난 끝까지 두고 보기로 했다. 과연 주인이 나타나나 안 나타나나. 그 때 번득 스치는 게, 낙생대역에서 타기 전에 나란히 게토레이와 포카리 스웨트를 마시던 커플이 옆에 서 있는 모습들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똑같은 사이즈에 내가 본 그 두 종류의 음료수병들이 다 나뒹굴고 있더라.....ㅡㅡ; 이룬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이 있나. 아까 그 커플들 어디 있나 찾아보니 없다. 이미 중간에 내린 거지....... 그러다 한 아저씨 타시는데, 결국 그 페트병 밟고 넘어지실 뻔했다. 결국, 내가 선릉역에서 내리기 전에 둘 다 주웠다. (줍는다 사람들 나 엄청 쳐다보더라. 한 마디 해주고 싶더라. 사람 페트병 줍는 거 처음 보냐고.....썅 ㅡㅡ;) 개념상실 커플 이야기, 이게 다가 아니다. 선릉역 2호선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는 곳은 항상 경쟁이 붙는다. 분당선 종착역인 탓에 항상 2호선에서 내려서 기다리고 있으면 속이 텅 빈 열차가 오기 때문이다. 그 때 자리 놓치는 놈만 바보된다. ㅡㅡ; 그리고 오늘, 내가 그 바보가 되었다. 내 바로 앞에는 방금 서울서 놀다가 지쳐서 돌아오는 길인 듯한 여학생 3명이 앉아있었고, 내 바로 뒤에 뭔가 심상찮아 보이는 커플이 한 쌍 앉아 있었는데...... 어느 역 쯤 왔을까,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 한 분이 전동차에 오르시더라. 그 커플 앞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고 서 계시는데.... 여자쪽에서 먼저 일어나려고 하더라.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그 때, 남자가 말리더라. "야야, 너가 왜 일어나?" '이야, 저게 남자다!' 난 이렇게 생각했다. 여자 대신 일어나는 저 센스! 저게 사나이쥐!! . . . . . . . . 그런데 그 인간, 안 일어나더라.....썅 ㅡㅡ; 이런 개나리, 이런 십센치를 봤나...... ㅡㅡ; 근데 이런 상황이면, 정말 현명한 여자라면 남친한테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야, 그래도 양보해 드려야지." 이렇게 나와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그 여자, 남친이 그러니까 "그래? 알았어." 이래버리고 만다. 젠장,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다 한심하더라. 앞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은 가뜩이나 힘든 고딩생활에 잠시동안 방학에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고 오는 듯한 얼굴들이라 감히 양보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오질 않고......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었다. 웬만하면 양보해 드리시죠? 라고. 결국 내 정거장에서 내리면서 이 말을 날리고 튀었다. . . . . . . . 아무리 서로 좋아도, 지킬건 지키고 삽시다!! 그 커플들, 놀래서 빤히 쳐다보더라.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난 다시 한 번 결정타를 날렸다. . . . . . . . . ㅗ ㅡ_ㅡ ㅗ ㅋㅋㅋ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오유 여러분, 우리 모두 제발 지킬 건 지키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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