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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게시물ID : animal_124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리어뭉
추천 : 13
조회수 : 632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5/04/30 19:01:49
우리집은 1층입니다.
남자아이 둘이 있었어도 항상 좋은 이웃을 만나 낯붉힐일은 없었어도 제가 고층을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10년넘게 1층에서 삽니다.

우리집은 베란다앞에 넓은 화단이 있고 그곳이 회양목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아늑해요.그래서일까요. 종종 길고양이가 보였습니다.
우리집에 처음 들어온 크림도 우리집 화단에서 살던 고양이였어요.

저는 이 아이들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다들 동네 사람들도 제 공간이 워낙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고양이가 쥐보다는 훨씬 좋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러다가 우리집앞에서 밥을 먹던 고양이가 네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140803 148.JPG
사진에는 보이지 않네요.  두마리가 더 있었어요.
더 건강해보이고 더 튼튼해보였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이 두마리만 보이더라구요.



140803 310.JPG
저희집앞에는 화분들이 있어서 고양이들은 저 화분에 있는걸 아주 좋아했어요.
고양이가 나는 화분같았어요. 
화분에 있는 고양이중에 맨 오른쪽 고양이는 지금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아요.
밥을 먹던 아이중 검정 점무늬 고양이와 각별했는데 그 고양이가 아픈것처럼 보이더니 보이지 않는 직후부터
우리집에 오지 않는것 같았어요.
종종 멀리서 보이긴 했지만요.


140803 229.JPG
고집이 센 노랑냥이에요. 
이 아이는 통조림을 줘도 엄마젖이 먹고 싶다며 저렇게 뒤돌아 앉아서 떼를 쓰고는 했지요. 



IMG_4598.JPG
결국 가을이 되고 엄마랑 아빠냥이는 가버리고 남은 두마리냥이 이렇게 의지를 합니다.
그러나 곧 흰검의 아이는 밥을 안먹고 앉아만 있더니 어느날 사라져버려요.
지금은 노랑둥이만 남아있어요. 아주 추운 한겨울에 다른 엄마가 남겨둔 두마리의 새끼랑 남아있었는데
곧 한마리의 새끼는 아직 이곳을 벗어나긴 어린나이인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한마리랑만 노상 같이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이렇게 제 곁에 남기도 하고 스쳐지나가기도 합니다.

어떤 고양이는 오래오래 내곁에 두고 싶어 데리고 오기도 했어요.
크림은 학원가던 큰애를 따라와서 집에서 키우게 되었고
우유는 제가 저렇게 베란다밖에 밥을 주다가 너무 어린것이 겨울을 어찌 날까 싶어 집으로 들였었지요.

131021 090.JPG
인연인줄 알았어요.
늘 저를 불렀고..
제가 다가가기를 허용하진 않았지만 혼자 있는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 아이를 우유라고 불렀는데 전 이 아이가 죽기전날 처음 만져보았어요.
우유가 우리집에 온 직후에 상당히 많이 아팠는데 그때는 살릴수 있었어요.
사람이 만질 수 없는 냥이라 잡으면서 제가 이빨에 관통상도 입고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전 그때 살렸기 때문에 계속 제곁에서 오래오래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두번째아플땐 살릴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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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보리오빠를 아주 좋아해서 보리가 마루에서 부르면 베란다에 숨어있다가 크릉크릉하면서 꼬리를 떨면서 달려오곤 했어요.

우유가 죽고 난 다음에 보리는 제게 우유가 좋아하는 캔을 달라고 한뒤에 캔을 주면 늘 베란다 저쪽에서 달려오던 우유를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어요.

밤이 되어 모두 잠들면 
저는 우유가 제 발위로 올라와 자던걸 알고 있었어요.
츤데레 우유는 아주 가벼웠고 보리랑은 무게가 틀렸어요.
따뜻하고 가볍고 부드러워서 제가 발을 꼼지락거리면 신기해하면서 발을 가지고 놀고는 했어요.

저는 우유를 정말 좋아했어요.
언젠가 만질수 있을거라고 늘 생각했지요.

하지만 한번도 쓰다듬어보지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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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딸냥 크림이에요.
이 아이가 큰아이 학원갈때 따라온 아이죠.
제가 야매미용시켜줘서 화났을때에요.

털이 참 예뻤어요.
그런데 털 뿜뿜이 할땐 정말 온집안에 크림 털뿐이었죠.

제 첫고양이.

제가 밥을 주는 저 아이들도 우유랑 크림처럼 먼데 가버리기도 할거고 또 제 곁에 머무르기도 할거고 그렇겠지요.
사랑하면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구나. 라고 생각하지요.

이제는 인연이 늘 머무르지 않고 스쳐지나가기도 할 수 있다는걸 알 수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마음깊이 진짜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뒷모습이 고집스러운 노랑냥의 아빠가 집에 들렀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아빠인데 노랑이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 했어요.

영역싸움을 하려는걸 보니
아마도 노랑이는 숫놈인가봅니다.

노랑이와 함께 집앞에 남겨진 턱시도 고양이의 엄마도 왔었습니다.
노랑이는 왠일인지 자기를 두고 간 엄마의 아기들보다는 턱시도 고양이의 엄마에게 더 살갑고 그 집의 아이들에게 더 자상하더군요.
지금은 둘이 오랜만에 마당에서 놀고 있어서 저는 간식을 주었습니다.

노랑이의 아빠에겐 제가 만두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만두는 제가 밥을 먹을때 정도는 쓰다듬어도 허용하는 아이고 동네에서 가장 쎈 남자고양이에요.
아마 턱시도냥의 아빠도 만두일것입니다.
왜냐면 턱시도아가의 형제 고양이가 보리랑 같은 고등어무늬인데 만두도 등에 고등어 무늬가 있거든요.

저는 아기들이 오래오래 잘 살길 바라지만
그건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아요.
제가 많은 고양이를 다 거둘수 없다는것도 알구요.

그냥 제 옆에 있는 고양이를 배부르게 먹게 할뿐입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몇년간 저는 참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아기들이 사라져버리면 가슴이 욱씬 저려왔어요.
고양이의 개체수는 늘지 않습니다.
밥을 줘보니 알겠어요.
고양이는 많이 낳지만 많이 죽어요.
그래서 고양이는 오래 살지 못하고 2년정도면 세대교체가 되지요.

저는 그냥 그 고양이의 밥을 주는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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