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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실화]
게시물ID : panic_89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하
추천 : 11
조회수 : 225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29 02: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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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다시 생각해 보면 지난 몇주간의 나는 거의 살아있는 기계였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난 영화 스태프와 관련된 일을 한다.
이번엔 작은 단편 영화이기에 촬영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같이 일 하기로 했던 동료의 갑작스런 부재, 현장의 예상못한 변수 등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했던 나는
매일 매일..
항상 오후 4시에 일을 시작하여 다음날 오전 8시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숙소로 돌아와 잠시나마 몸을 눕히곤 했다.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보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일찍 마친 날이었다.
오늘은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오래 잘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어선지
평소보다 무거운 몸 덕분에 그날은 숙소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도 길었다.
도착하고 나니 씻을 생각보다는 그냥 일단 눕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세면대에 가서 간단하게 씻은 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몸을 늬었다.

원래라면 두 사람이 써야할 숙소지만
개인 사정이 있었는지 말도 없이 도망가 버린 동료 덕에 조용하게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나의 숙소
이지만...

평소 옆으로 돌아 새우처럼 자는 습관이 있던 나는 그날 또한 그 자세를 잡았다.

잠들기전 본 시계

am 2:00...

초점이 점점 흐려지며 초침이 눈에서 사라진 순간부터
다시 눈을 뜨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든지 얼마가 지났을까

몸에 아주 불쾌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자는 자세가 불편한가 싶어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지만 내 몸은 움직여 지지 않았다.

'아.. 가위에 눌렸구나.'

평소에 자각몽이라던가 가위라던가 심심치 않게 느꼈던 본인이었기에
가위쯤은 그냥 풀 수 있었던 나는 언제나 하던대로
온 정신의 힘을 발끝 그리고 손 끝으로 모은다.
그런 무거운 짓눌림에 조금씩 저항하다보면 금세 풀어질 일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아무리 움직여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것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뒤이어 느껴지는 인기척

내 등뒤에 누군가가 있다.

볼수는 없지만 등 뒤로 느껴지는 감촉
보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부산하게 몸을 뒤틀고 비틀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소란 스러운데 난 왜 이제 느낀거지?'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그 존재는 내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는걸 알았는지 그 순간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다.

고요해진 침대 위,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방안에 울리는건 아주 아주 천천히 울리는 시계 초침소리뿐

째.....깍                     째....................깍                 째.................



.....깍!

그 와 동시에 내 팔 위로 무언가가 날 감싸기 시작했다.
차가웠다. 너무 차가웠다. 차가운 플라스틱 막대기가 흐물흐물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앙상하게 마른 여자의 몸
살갖 없이 뼈로 문지르는것같이 딱딱하고 차가운 그런 것이 내 몸 위에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이 내 몸 위로 거의 다 올라와버렸다.

내 코를 찌르는 괴로운 냄새와 함께....

군대에 있을때 화생방 훈련때 쓰는 CS탄같은 향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몸이 굳은 채로 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자니 정신이 붕괴될것만 같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것이 나에게 무슨짓을 할지 너무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위기감 때문인지 내 몸을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 끝에
머리를 움직이는데 성공한다.
일어났을때 조금 휴유증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풀리기 마련이다.

"됐다!"

어째서 난 그때 안도감을 느낀걸까
아니 , 호기심때문이었을까
여전히 나의 행동을 이해 할수 없었던게
내가 몸을 조금이나마 움직일수 있게 된 이후 가장 처음으로 한것은
그것의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 하기위해 뻣뻣한 목을 옆으로 돌린 미친 짓이었다.

여전히 내 위에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어깨 그리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보라색 연기
그리고 중요한건
목이 없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괴로웠는지 목과 머리가 있어야할 그곳에서 농도짙은 보라색 연기만을 내뿜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그것은 나의 몸을 돌렸다.
꽤 큰 신체조건을 가진 나였지만 그럴땐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어린아이 눕히듯 너무도 쉽게 날 제압하는 그 존재
그 존재는 내 위에 올라타서 마치 날 관찰 하듯 몸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아무 역한 그 냄새는 지금도 잊을수 없다.
내 얼굴과 가까운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연기를 나는 계속 들이마실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 얼굴을 손으로 잡고 있었으니까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 눈을 감으면 온 몸의 감각이 더 생생해지는 것이 정상
그것은 내 위에서 하체를 격렬하게 흔들고 있었다.

설상가상.. 설마 귀접..?
그럼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팔로 최대한 나를 지키려 애썼다.
그랬더니 화가 났는지 나를 더 강하게 제압하더니
연기가 나오고 있는 목 부분을 내 입쪽에 들이 밀었다.

눈을 질끈 감은채로 내 몸속에 가득 들어오는 그것을 거부할수 없었다.
점점 정신마저 놓을것 같았다.
눈에 점점 초점이 사라짐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눈을뜨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그것에 목과 턱 그리고 입 부분이 생겨 있었다.

아마도 내가 연기를 마시고 에너지를 공급하면 그것을 토대로 신체가 다시 돌아오는 모양인듯 싶었다.
이제는 목이아닌 입으로 보라색 가스를 가득 내뿜고 있는 그것이 더 기괴하게만 보였다.
눈물이 흘렀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다.
가위를 풀기위한 최후의 발악.. 주위사람을 불러 도움을 청하는것
"끄억...끄어억.."

끅끅소리와 거의 다를것이 없는 나의 마지막 발악조차 싫었는지
그 여자는 방금 생긴 자신의 입으로 나의 입을 강하게 덮었다.

너무나도 괴로운 연기를 한꺼번에 몰아 마시게된 나는 
속으로 들리지 않는 비명을 끊임없이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f0028951_4ce2822ae4763.jpg


결국 정신이 나가버렸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지 얼마나 됐을까
눈을 떴더니 배게가 흥건했다.
분명 내가 아까 흘렸던 눈물이겠거니..

본능적으로 시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am 2: 21 ....

그렇게 긴 시간을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고작 21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니..

지금 다시 잠들면 분명 다시 마주칠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완전히 부활한 그 여자가 날 어떻게 괴롭힐지 상상이 안되었다.
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은 여전히 잠을 원하였고
난 안된다고 속으로 외쳤지만 몰려오는 잠을 멀쩡하지 않는 내 몸이 거부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잠이든 나
다시 눈을 떴을때

그 여자가 내 몸위에 서있다.
온 몸이 말랐지만 어쩐지 아까보다는 좀 사람같았다.
머리카락을 축 늘어트려 날 검지로 가르키며 노려보고 있는 그 여자
입에서는 왠지 미소가 보이는듯 했다.

'하하 .. 내 에너지로 완전히 부활했구나..'
하지만 문제는 그 여자가 아니었다.

내 주위를 가득 포위한 마른 어깨들
아까 저 여자와 같은 형상이 몇이나 있는지 샐수가 없었다.
여전히 내 몸은 굳어있었으니까

그 여자의 손짓고 함께 하나둘 내 몸으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역한냄새도 당연히 함께

난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눈부심이 느껴졌다.
여전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가위는 아니었다.
그저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것 뿐
하지만 안심이 됐다.
아침이 됐다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사실 첫번째 여자외에는
내가 수십번을 정신을 잃었다가 깼다는 것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정말 끔찍했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좀 쉬어야겠다는 그런 생각...

나는 PD님에게 아프다는 핑계를 댔고
그렇게 한동안 쉬며 몸을 서서히 회복시켰다.

그 이후로는 아직까지 다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몸이 피곤해서 악몽을 꾼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너무도 생생했던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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