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2년.
2년이란 시간 속에서 즐거운 일도 있었고 화나는 일, 슬픈 일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추억들과 시간들이 무의미해지는구나.
함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되었고 든든했었는데 그런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사실에 요즘 얼마동안은
못견디게 슬퍼지기도, 우울해 지기도 한다. 아마, 앞으로 더 얼마동안은 계속 이럴거 같아.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 말을 계속 생각해본다. 글쎄... 난 그 말은 의지나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난 충분히 2년이란 시간을 같이 보내온 우리 둘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일거라 생각했거든.
한국을 떠나온지도 이제 2개월, 8천킬로미터에 가까운 이 거리가 우리 둘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될거라곤 생각조차 안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모르겠다. 그 말이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는지. '서로의 생활을 하다가 내가 다시 돌아갔을때 서로의 맘이 안떠났다면 다시 만나자.'
이 말이 오히려 내가 널 미워하게 되는 말이 되리라곤 생각 못한거였을까...너가 밉다. 넌 이기적이야. 넌 항상 너의 생각만 했지.
아니, 널 미워하지 않아. 널 미워하고 싶은 내 마음이 미워. 내가 이기적이고 마지막까지도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거니까
보고싶다. 보고싶은 이 마음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데, 그렇게 익숙했던 너가
날 다시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겁이 난다고 해야할까..
익숙했던 너가 이렇게 어색하고 남과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었는데...
혼자 있는 이 밤에 너가 사무치게 그리워 너가 보지 않는 이 곳이지만 난 이렇게 글을 쓴다.
둘이었을 때에 행복했던 그 시간이, 남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 우리.(1+1 = 100% 1 = 0%)
- 밴쿠버의 한 조용한 곳에서...('16. 1.31.)-
이 글은 내가 6개월, 아니 5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보내는 동안 썼던 글이네.
6개월이 지난 지금, 난 한국에 돌아왔고 2개월 전에 자주 찾아뵙던 너의 부모님도 뵙고 돌아왔어. 난처해 하시는 너의 부모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
난 돌아오자마자 난치병 판정도 받았고, 방도 빼서 고향으로 돌아왔고, 어머니 가게도 도와드리고.. 뭐 여러 일들이 있었다...
글쎄...6개월이 지난 지금 정확히, 정확히 한 달만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사귀게 된 걸 보면서...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나, 너에 대한 예의였던걸까. 그런거라고 생각해야되는 걸까. 잘 다녀오자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저녁먹은 그 곳에서
넌 커플 자물쇠까지 채워놨더라?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난 아직까지도, 앞으로도,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늘어난다.
걱정할 필요 없는 건 자괴감은 이겨냈고, 자존감 높이려는 노력은 하고 있어.
그냥 새로운 사람을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순수한 마음으로 그 사람에 대한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니까.
잘 지내라.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