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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거목
게시물ID : panic_89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2
조회수 : 15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31 21:22:33
거목 (巨木)

이 이야기는 제가 일전에 여행간 곳에서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는 것입니다.
N현의 온천으로 차를 타고 2박 3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을 땝니다.
이동하던 도중에 "숲의 거인 100선"이라고 적힌 표식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전국에 있는 국유지 안의 거목 대표 100에 꼽히는 거목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딱히 거목에 흥미가 없었지만, 일단 어떤 건지 보고는 싶으니까
홀린 듯이 그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차 뒷좌석에 처자식을 두고 혼자 보러 가게 되었지요..

입구에는 거목에 관한 짧막한 정보가 적혀 있었고,
그걸 한 번 대충 본 후, 녹색 융단처럼 깔려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몇번이나 구비친 길을 따라 500미터 정도 가보니,
거목으로 가는 길을 나타내는 간판이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 길은 폭이 겨우 50cm 밖에 되지 않았고
잘 살펴보니 잡초가 꽤나 무성히 자라 최근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길로 지나가야 하다니..
그 날은 흐릿한 날씨였는데, 시간대가 해질녘이라 주변은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 싶어서 잠시 망설이다 다시 걸어갔습니다.

가던 중에 "이 지역에는 야생 곰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관광 안내소에서 봤던 글이 떠오르는 바람에
좀 쫄았지만, 나무를 하나 주워서 일부러 여기저기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남은 길을 척척 나아갔습니다.

한참 땀을 흘리며 가보니 거목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게 100선에 뽑힐 정도로 큰 나무로구나.. 하고 생각하며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비석이 있었고 "나무 나이 1000년 이상"이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쿠웅"하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져왔습니다.
좀 전까지 제가 곰을 피하려고 소리내던 것과 좀 비슷했지만,
그것보다는 훨 센 힘으로 낸 소리였습니다.
저는 문득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이 숲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좀 전에 온 길과는 조금 다른 길 같았습니다.
다시 쿠웅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까보다 방향이 더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거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서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거목 때문에 길은 막다른 길이었고, 그 이상은 사람이 다닐만한 길이 없었습니다.
어둡고 깊은 숲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것들을 하다보니 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까와 다른 방향에서 들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는 마치 처음 난 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아무도 없는 숲 속에 메아리쳐 울렸습니다.

그 소리의 여운이 사라질 때쯤 지금까지 울린 것과 또 다른 방향에서 쿠웅..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변은 점차 어두워져갔습니다.
축축한 땅에 고이는 안개가 조금씩 짙어졌습니다.
지금 막 지나온 길이 갑자기 지워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이건 무슨 신호인가?
하지만 그 나무를 치는 것 같은 소리는 한 번 울리면, 다른 곳에서 또 울렸습니다.
그 울림이 끝나면 또 다른 곳에서 울리는 이런 상태로 끊임 없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가 점점 제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곳은 숲 입구에서 1km 이상이나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둘러 돌아간다고 해도, 차를 세워둔 곳까지 돌아가려면 완전히 어두워질 겁니다.
왜 이런 시각에 이런 곳에 들어왔나하고 이제와서 후회하며
괜시리 소름이 돋고, 식은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소리는 그래도 점차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만약 저 소리를 내는 것이 사람이라도 해도 대여섯 명은 훌쩍 넘을 겁니다.
정확한 장소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10명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거목을 관찰할 틈도 없이, 왔던 길을 서둘러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오면서 생각한 건, 이 구불구불한 길을 돌았을 때 곰이랑 맞닥뜨리면 어쩌지?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구불한 길을 돌았을 때, 저 소리를 내는 자가 있다면 어쩌지?
그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걸 필사적으로 떨치려고 노력하면서 묵묵히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끊임없이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구불한 길 어귀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그 길 너머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도무지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기척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이상한 점을 느낀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풀이 스치우는 아주 자그마한 소리였을까요.
뭔가가 있어! 하지만 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소리는 제 주변으로 다가왔습니다.
뒤를 돌아봤습니다.
몇 분 전에 제가 있던 곳에서 일제히 큰 소리가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우물쭈물할 틈이 없어. 어쨌든 이 좁은 길 하나 뿐이니까.
마음을 다시 잡고 구불한 길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순간 한 노인이 발치에 손을 뻗어 뭔가를 주으려는 게 보였습니다.
야구 모자 같은 모자를 쓰고, 사냥할 때 입는 주머니가 가득 달린 자켓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발치를 보니 장화 같은 걸 신고, 쭈그린 채 그 앞에 손을 뻗어 뭔가를 주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지만 다시 정신을 추스리고
"어 아,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표정은 모자 챙 때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노인은 제가 건넨 인사에 반응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보일락 말락한 곳까지 일으켜세우더니
마치 영화 특수 효과처럼 몸이 옅어지더니 페이드아웃처럼 사라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자동차 옆의 자갈길에 누워 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탓에 등이 아파서 눈이 떠졌던 겁니다.
그리고 걱정스레 절 들여다보고 있는 처음보는 남녀가 몇 명 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제가 늦게 돌아오는 게 걱정되어서, 아내가 지나가는 지역 분들을 불러세우고
절 찾아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주변에서는 해질녘에 거목을 보러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따금 지나가는 외지인이 들어갔다가 저처럼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곤 한답니다.

제가 보러 갔을 때는 가을 무렵이었는데,
여름에도 밤에는 꽤나 서늘한 장소라서
만약 발견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동사했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소리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 했지만
어쩌면 그 부근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 걸 지도 모르지요..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7400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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