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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여러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여성은 항상 흥미롭고 인기있는 이야기 주제다. 사실 여성을 대상화 하는 컨텐츠도 많고, 인권차원에서 심각하게 들여다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차원의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협의의 여성인권과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가지는 지위와 능력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 질좋은 성평등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양상이 달라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예전 지존파의 사회 지도층 혐오 범죄 이후로 혐오라는 감정이 사회 전반에 암처럼 싹트기 시작한걸 보는건 처음이다. 이웃이 소음으로 불편을 주었다고 살해하고,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돈을 이유로 존속 비속 살해가 드물지 않게 뉴스에 나왔다. 심지어는 정확한 이유도 없이 분노와 혐오로 그냥 한낮 도로 한복판에서 묻지마 살인도 일어났다. 이런 와중에 얼마전 강남역에서 조현병으로 밝혀진 남성이 20대 여성을 유흥가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건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먼저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 대한 사회의 제도적 관리의 문제, 치안의 문제, 누구나 불편함을 느껴봤을 남녀공용화장실이 용인되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여성 혐오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혐오를 하는 대상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여성이라는 크기가 큰 집단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수면위에 오른 것은 처음인듯 하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해야하고 이것에 더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안전과 관련한 행복의 권리를,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리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다고 하는 한국에서 조차 여성들은 그늘진 골목길을 돌아돌아 귀가해야 하며, 어릴때 부터 수많은 성추행을 경험해야 했다. 이 안전에 대한 억눌려온 열망이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강남역으로 인터넷 공간으로 나와 고백하고 토로했다.
억눌려왔던 감정의 무게가 컸던 탓일까. 터져나온 불만은 전술한 구조문제와 안전 문제, 그리고 여성이기때문에 받는 불합리(유리천장, 안전문제를 원인으로한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주거비 등)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외려 이는 또다른 혐오를 낳는 방향으로 이상하게 굴러갔다. 우리가 당해왔던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불합리를 행한 주체는 남성임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남성 혹은 남성 편에 서거나 우리의 혐오를 막아서는 모든 것을 우리도 혐오하겠다. 이런 또다른 혐오는 강하게 피해자 였던 여성의 감정을 드라이브 해나가며 또다른 주요 사회갈등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언론은 발장구를 맞추며 연일 여성혐오 혹은 남성혐오를 주제로 자극적 문장들을 쏟아냈다. 남성 혐오에 주체가 된 단체가 바로 '메갈리아'이다. 줄여서 메갈은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단체이나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남성혐오의 거점이 되었다. 이들은 그동안 당해왔던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는 소위 '미러링'으로 남성을 혐오하여 억압받아온것에 저항하고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잠시 존재감이 낮아졌던 페미니즘과 사회에 충격을 주었을 뿐, 어떠한 인권의 신장도 이끌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제기보다는 자극적 소재의 충격주기 담론만 고수하며 어떠한 법률적 변화도, 남성 위주 사회의 자성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메갈리아의 자극적 소재의 사회에 충격주기는 격화를 거듭해, 폭행, 추행, 살인모의 등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 이러한 메갈의 기조에 완전히 동조하거나, 잘 몰라서 그들의 컨텐츠를 소비했던 많은 사람들이 넷상에서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는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문화계와 소비층인 일반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고있다. 최근엔 정치계와 언론, 정의당과 JTBC 또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렇게 메갈리아는 그들의 취지와는 다르게 꾸준히 제도적 문제 해결과 남성위주사회의 자성을 이끌어 나가는 우리나라 페미니즘을 후퇴시키며 새로운 사회 갈등만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메갈에서 말하는 여혐은 어디서 부터 시작된 것일까. 훈풍이 불지 않는 사회에서 수많은 열패감과 박탈감이 생겨나고 들끓기 시작했고, 이는 일베라는 혐오 사이트로 응축되었다. 일베는 많은 것을 혐오한다. 북한, 좌파, 노인, 전라도, 민주화 정권, 그리고 여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들은 혐오를 컨텐츠로 사회적 금기에 상관없이 대상을 마음껏 비난하고 조롱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범죄로 연결될 소지가 존재하고,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범죄자가 되거나 범죄에 가담, 동조, 방관했다. 선진국들은 헤이트 스피치, 즉 혐오 발언 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에비해 처벌이 약한 편이다. 일베를 중심으로 여성혐오라는 것이 서브컬쳐계에 음습하게 스며든 것은 일부 맞는 것 같다. 개똥녀, 루저녀, 김치녀, 김여사 등 특정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가중해서 재가공하고 조롱, 조리돌림했다. 수지 등 여자 연예인들을 대상화 하는 것을 넘어 성추행,모욕 등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것들을 우연히 보거나 접한 일베를 하지않는 일반 누리꾼들은 노출은 되었을 지언정, 동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메갈등에 쉽게 일반화되어 그저 남혐의 대상이 되었다.
구조를 보면 이 두사이트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사이트 내에서 사용하는 은어와 신조어는 그 형태와 쓰임새, 자극성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두 사이트를 지배하고있는 혐오의 감정, 그리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 과정과 범죄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같다. 말하자면 메갈은 그들이 말하는 '미러링'을 완벽에 가깝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우연히 보게된 유투브 영상에서 미국 경영컨설팅 쪽의 여성 전문가가 미국에 만연한 피해자(victim)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았다. 해당 전문가는 첫째, 미국의 페미니즘의 역사는 유구하며 실제로 많은 성과를 내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은 자유로운 미국민으로서 권리를 상당부분 다 누리고 있으며, 이는 페미니즘의 성과로 보고있다. 따라서 피해자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것 처럼, 현재의 여성이 겪고있는 잔존한 부당함에 대해 기존 페미니즘의 실패로 치부하거나 성과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피해자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바는 사실이 아닌부분이 많다. 모든 사실들은 프레임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예를 들어 피해자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것 처럼 동일 직군에서 여성이 받는 임금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여성계에서 정론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자세히 데이터를 보면 같은 의사 직군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노동시간이 짧다. 또한 상대적으로 힘든 외과 보다는 가정의학과나 소아과의 선택이 많다. 여기에 유리천장이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요인들을 고려하면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무의미한 수준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더해, 만약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동일 직군에서 동일 능력을 발휘하며 임금까지 낮은 여성으로 인력을 모두 채우지 않는 이유는 생각해 볼만 하다.
사회 갈등을 줄이고 합리성은 제고하며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는 피해자 페미니즘과 미러링으로인해 두배로 양산되는 범죄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좀더 성숙하고 상호호혜적인 배려가 녹아든 인권운동이 절실하다. 더해, 우리는 스스로 불편부당한 것에대해 엄한 곳에 불만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더 화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