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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열리지 않는 방
게시물ID : panic_897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6
조회수 : 16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8/01 21:16:24
열리지 않는 방

우리 회사에는 열리지 않는 방이 있다.
거짓말 같은 진실인데, 정말로 있다.
회사는 3층 건물이다. 3층 끝에 자재 창고가 있고, 그 창고 안에 문이 달려 있다.
신입 때 자재 가지러 창고에 갔다가, 그 문을 보고 선임에게 물어봤지만
"아, 신경 쓰지 마"라고 하더니 설명도 없었다.
회사 밖에서 보고 구조를 셍각해보니, 그 문 너머에 방이 있는지 창문도 있었다.
커튼이 쳐진 상태라 내부는 안 보이지만.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창고로 쓰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한 달 정도 전에, 우리 부서에 신입 K가 입사했다.
4월부터 연수를 한 뒤, 정식으로 부서로 발령된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생이다.
내가 신입일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잡다한 일을 맡았다.

어느 날 우리 신입 K가 물었다.
"○○씨(내 이름) 일전에 자재 창고에 갔을 떄요..."
느낌이 딱 왔다.
"아아, 문?"
"네! 맞아요! 그거 뭐에요? 안에 있는 방도 창고로 쓰는 건가요?"
예전의 날 보는 것 같아서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

"저건 나도 몰라. 예전에 물어본 적 있는데 신경 쓰지 말란 말만 들었어"
"그래요.. 저 문 잠긴 것 같은데 창고 열쇠로 열 수 있을까요?"
"글쎄, 난 해본 적이 없어서. 창고로 쓰고 있으면 열리지 않을까?"
"음.. 다음에 한 번 열어봐야지"
호기심이 많은 녀석인 것 같다.
나도 궁금하긴 해서 "열어보면 뭐 있는지 나도 알려줘"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K가 내 옆에 오더니
"○○ 씨, 안 열리더라고요. 창고 열쇠는 소용 없었어요"
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고 바로 가본 것 같았다.
"안 열려? 그럼 다른 열쇠가 있나보지"
"아니에요. 저 문은 이쪽에선 못 여는 구조 같아요"
"뭐..?"
"잠기긴 한 것 같은데 바깥 쪽엔 열쇠 구멍이 없어요"
"뭐어?? 그럼 안에서 잠겼단 말이야?"
"그런 거 아닐까요.."

괜히 한기가 들었다.
안에서 잠기다니 무슨 소리지?
안에서 잠근 누군가가 저 방에 있다는 소리인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켕기는 게 있다.
"뭘까요 대체. 누가 전용으로 쓰는 개별실인가"
"뭐, 갇힌 것도 아니니까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으니 됐지"
라고 말한 후,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것도 그렇네요. 자폐증 걸린 사람이나, 은둔성 성격인 사람이 사나봐요"
"잠깐만. 이상한데?"
"뭐가요?"
"그 문을 안에 있는 사람이 연다 한들.. 저 창고 문은 안에서 못 여는데?"

이상한 일이다.
그 문은 안에서 연다손 치더라도, 창고 자체 문은 열 수 없다.
창고 문은 자재를 꺼내러 갈 때만 열고, 항상 잠근다.
그러니까 그 문 안에 있는 사람은 창고에 갇힌 셈이 된다.
"아.. 그것도 그렇네요. 게다가.. 밤에 밖에서 봐도 항상 불 꺼져 있었으니까"
그랬다. 야근하느라 늦게 가는 날도 그 방에 불 켜진 걸 본 적 없다.
커튼도 틈이 있어서 켜져 있으면 빛이 새어나올 텐데.
"궁금해 죽겠네요. 알아봐야겠다"
"적당히 해"

다음 날부터 나는 출장 가야 했다.
고객사에 머리를 조아리고, 접대하며 맛대가리 없는 술을 마신 후
본사로 사흘 뒤에나 복귀했다.
내가 복귀하고 처음 들은 뉴스는 "K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들은 뉴스는 "K가 자취하는 곳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본가에도 돌아가지 않았고..
결국 K는 행방불명으로 신고했다.

당연히 나로서는 그 창고 문이 수상했다.
하지만 출장 갔다가 막 돌아온 참이라 서류 정리할 게 산더미 같아 바빴다.
그래서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출장 간 다음 날, K가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문자를 본 건 복귀하고도 사흘이 더 지났을 때였다.
출장간 곳에서는 모르는 사람 연락을 다 차단해놓는데,
K는 신입이라 실수로 같이 차단된 것이다. 결국 변명이지만..
문자는 단 한 문장이었다.
"열렸어요"

그리고 몇 주가 지났지만 K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후 창고 곁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 문이 원인인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뭔가 관계 있다고 확신한다.

내가 신입 시절 저 문에 대해 물어봤던 선임과 얼마 전에 만났다.
지금은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만에 만났다.
나는 K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선배가 문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10년 쯤 전에도 저 문에 흥미를 보인 사원(선임의 동기)이 행방불명되었다.
・회사 터가 나빠서, 귀신이 잘 모이는 곳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회사 설립 시에 따로 방을 만들어서 "무언가"를 두어,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
・무엇을 두었는지는 사장님만 아는 걸 지도 모르겠다.
  신이라던가, 뭔가 요상한 항아리라던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제물을 바친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의문스럽던 점을 하나 물어보았다.
"문은 왜 단 건가요?"
"방이니까 안 열리면 이상하잖아"
맞는 말이다. "방"이라면 문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럼, 창문은 없어도 되지 않나요?"
"..."
선배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뭔가 끌어들이려면 필요하겠지.
 너 앞으로는 그 방 창문 보지마.
 뭔가 보이더라도 못 본 척 해. 알겠지?"
내 머리 속에 그 창 너머에서 K가 날 부르는 풍경이 그려졌다.

창쪽 길을 지나갈 때마다 시선이 느껴진다.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올려다볼 것만 같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그 선배처럼 전근 희망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4112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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