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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로 사는 우리 부부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게시물ID : wedlock_3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코멍멍
추천 : 12
조회수 : 3371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6/08/02 0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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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소위 말하는 딩크예요.

결혼 초기에는 저도 직장 생활을 하며 맞벌이를 했으니 딩크가 맞았지만,

이제는 제가 의도치 않게 전업이 되었으니 그냥 "애 없는 부부"가 맞을까요?

무튼 우리나라에서 '아이가 없는 부부"를 통칭하는 명칭으로서 딩크라고 할게요.

 

저희는 자발적인 딩크라기 보다는 저와 남편의 건강상의 문제로 딩크가 되었어요.

물론 인공수정이나 기타 방법과 치료로 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둘 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고 너무나 버겁기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주변에 난임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고통과 어려움을 직접 봐 왔거든요.

노력했다면 아이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저희는 그 정도로 아이에 대한 간절함은 없었어요.

 

또한 현재 대한민국 사회구조에사의 육아는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었구요.

무엇보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 부모로서의 의무와 끝없는 헌신과 사랑...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우리는 그만큼 준비가 되었나....

연애 기간이 길었던 만큼(연애 9년차 결혼) 서로 오랜 기간 이 부분에 대해서 숙고한 결과,

우리는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저희가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노후는 어쩔거냐 걱정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가끔가다 주변 분들이 던지는 "너희는 애가 왜 없어? 언제 낳을 거야??" 

이런 질문들이 아직은 난처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해요.

친정 부모님도 초기엔 마치 자기 잘못인 것처럼 우시기도 하고... 시댁에서는 매일 전화가 오고....했었죠.

 

저희도 처음엔 좌절도 하고 울기도 하고 했습니다만, 이제는 둘 다 현재의 삶을 즐기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둘이 손 잡고 집 근처를 슬렁슬렁 산책 다니는 기쁨,

맛집이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얻는 소소한 즐거움,

연애와는 달리 서로의 앞날을 함께 한다는 동반자로서의 행복,

반려자로서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함,

둘이 내키면 언제든 짐 싸서 마음 가는 대로 떠나는 여행 등등...

아이 없이도, 아니 우리 둘이서 누릴 수 있는 삶은 다양하고 행복하더군요.

 

그냥 아이가 없을 뿐, 저희의 삶은 다른 부부와 다르지 않습니다.

싸울 때는 울고 불고, 누가 잘났네 몇 시간을 따져 보기도 하고(싸울 때 토론 스타일),

좋을 때는 둘이 철썩 붙어서 니가 예쁘다, 내가 예쁘다 어화둥둥 난리예요^^

일년에 한 번은 해외로, 가정의 달에는 주말 여행을,

결혼기념일엔 좋은 곳에서 멋진 저녁도 먹고, 크리스마스에는 스키를 타러 갑니다.

아직도 커플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밖에 나가면 일부러 남편/마누라라고 부르고 다닙니다.

슬프게도 남편이 탈모가 슬슬 오고 있어서커플놀이도 얼마 안 남았네요ㅠㅠ

 

우리는 참 행복한데, 주변의 시선과 그냥 던지는 말 한마디에 가끔 무너질 때가 있어요..

한 번은 아는 분의 결혼식에 갔다가 100일 넘어 뽀얗고 예쁜 아가를 데리고 오신 부부를 보고 화장실에서 운 적도 있었어요.

친구분께서 "너희는 언제 애기 낳을거야?" 하고 묻는데 저는 당황으로 굳고, 우리 남편은 멋쩍게 웃고....

거기서 일일이 저희 사정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어렵고....또 그때는 결혼 초기 한참 힘들 때라 그냥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예쁜 아가가 부럽기도 하고, 혹여 내가 남편에게서 저렇게 예쁜 자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황망히 쫒아 와서 달래고 얼르느라 고생 많이 했죠....(철없는 마누라라 미안해요, 남푠~)

지금은 그냥 웃으며 씩씩하게 "그냥 저희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사려구요" 하고 더 당당히 말하고 다닙니다.

부모님들도 이제는 친지들의 질문 공세에도 쟤들만 행복하면 되지 뭐~” 하고 쿨하게 넘기십니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너희 노후는 어떻게 할 거냐고들 많이 물으십니다.

아이가 있든 없는, 저희 노후는 저희가 챙겨야죠.

누구라도 아프면 서로가 고생이라 영양제도 꼭꼭 챙겨 먹고 보험도 빵빵하게 들어 놨답니다.

종신이며 실비에 연금보험까지 빈틈이 없어요^^;;

둘 중 누가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 못 가는 일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 덕에 매달 통장 잔고는 홀쭉해 지지만요^^;; (월급이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ㅠㅜ)

 

다행히 남편의 직장이 안정적이고(물론 제가 벌어 두었던 돈도 보태서),

좋은 음식은 조금만 망설인 뒤에 먹을 수 있고, 필요한 것이 생기면 일주일 정도만 고민하고 살 수 있는^^;;

재정적 상황이지만 제가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친정과 시댁에서 일부러 십 원 한 푼 받지 않고 둘이 노력해 보자고 월세부터 시작해서,

(감사하게도 시댁 친정 모두 노후는 든든하셔서 저희가 더 드리고 할 것도 없어요.)

수도권(저어기 끄트머리쯤이지만…)에 집 한 채(은행과 공동 소유일지라도…)도 마련하고

우린 아직까진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서로 농담처럼 늙어 죽으면 이 집 누구 줄 사람도 없으니,

나중에 은퇴하면 집담보 대출로 돈이나 펑펑 쓰다가 죽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연금은 너무 적어요!!!

또 자식이 없는 배우자의 경우 남편 혹은 아내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친정 혹은 시댁의 친족에게 반, 배우자 반으로 나눠져서 지급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서로 보험 수령인도 배우자로 변경하고, 유언장도 써서 공증 받자고도 합의했습니다.

농담 같지만 생각보다 저희는 나름 진지하게 우리 둘만의 삶을 준비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는 딩크가 옳다 그르다 떠나서 그냥 이런 방식의 삶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딴 사회에서 무슨 애냐? 딩크가 맞다’, ‘결혼했으면 아이를 가져라가 아닌,

다양한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또다른 삶의 방식인 거죠.

아이가 싫어서,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돼서 딩크를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 사회 누군가의 다른 선택인 것이죠.

 

아이가 있는 분들의 삶처럼, 저희도 그냥 평범한 부부입니다.

그저 이제까지 전통적인 삶의 방식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살 뿐인 거죠.

옳다 그르다 싸우지 마시고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받아주시고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정까진 안 해주셔도 좋습니다. 그냥 결혼했는데 왜 애가 없냐고 묻지만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저희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둘이 좋아 죽어요^^

물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인생에는 빛과 그늘이 함께 한다 믿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되구요, 서로 좋은 점은 배우고, 잘못된 점은 고치면 됩니다.

이제껏 같이 온 시간도 길지만(연애9 + 결혼 6년차),

앞으로 둘이 함께 할 시간은 더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둘 다 이왕이면 이 사람과 마지막까지 함께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좋아요.

 

모든 유부징어님들, 어떤 삶이든 다들 행복하시기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같이 노력해 보아요, 우리^^


요약:

딩크든 아니든 각자의 삶의 방식임을 서로 이해해 줍시다! 각자가 행복한 삶의 기준은 다르니까요^^ 

출처 잠못드는 새벽, 내 마음 한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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