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메갈리아에 대한 ‘마녀사냥’을 막는다는 이름하에 대중권력을 지나치게 공격하여 대중권력이 무너지고 나면 공론장을 둘러싼 성벽은 무너지고 만다. 그 무너진 성벽위로 메갈리아만이 공론장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일베 역시 자신들도 ‘정치적 의견’이라면서 당당히 공론장으로 들어올 것이며, 아무에게나 ‘빨갱이’라는 혐오언어를 사용하는 극우반공세력도 공론장에서 이전보다 더 크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일 것이다. 대중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방어능력이 없어진 공론장은 상호 증폭되는 여성혐오, 남성혐오, 빨갱이 혐오 등의 혐오들 속에서 의사교환의 기능을 상실하고 빠르게 붕괴되어갈 것이다. 여러 혐오세력들 중에 가장 자본, 조직이 튼튼한 세력이 공론장의 폐허를 장악할 것이다. 그렇게 된 이후에 혐오의 언어를 물리치고 다시 공론장이 회복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본문은 꽤 긴 편입니다)
정의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메갈리아 비판과 관련하여 이런 맥락으로 문제 의식을 하는분은 처음 본듯합니다. 탈당까지 불사하며 당의 결단을 촉구했던 제가 볼땐, 메갈을 비판하는 모든 분들의 불안감과 문제 의식의 핵심을 잘 짚어낸듯 하여 링크 걸어드립니다.
커뮤니티 하나 빠르게 붕괴되고 그 성격이 180도 변질되는건 종종 있어온 사실이지요. 그게 현실에선 큰 의미가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인터넷의 전체 분위기가 바뀌어도 놀라지 않을 지경입니다. 요즘 유행어로 '특이점이 왔다'라고 하던데 진보언론/정당에서는 대중의 인내심과 참을성을 너무 과신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