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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고민
의견을 어느정도 정립하여 놓은 상태에서도 현재 진영을 가리지 않은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평을 보면 다시 성찰과 고민을 하게된다. 오마이뉴스에서 내놓은 논평은 꽤 생각해 봄직한 화두를 들고나왔다. 메갈리아를 둘러싼 다양한 비판과 일베와의 비교 등을 나열하며 조목조목 권위있는 철학자의 말과 현대의 연구 등으로 반박과 재반박을 한다. 대강 정리를 하면, 이 글에서 주목해야할 단어는 인정투쟁이다. 메갈리아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적은 인정투쟁이라는 것이다. 인정투쟁에는 그들이 그동안 겪어왔던 불안과 공포 해소를 내포하고, 남성으로 부터 받아왔던 차별에 대항하는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필자에 의하면 이는 힘없는 민중들이 권력, 고관대작들을 똑같이 따라하는 형식을 통해 실행하는 인정투쟁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의 인정투쟁은 그 목적 자체로 존중받아야하며, 수단이 비록 불편한 측면이 있더라도 사회가 낙인찍고 격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관대작들이 권력인 자신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탈춤이 불편하여 그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백성을 수탈했던 양반들과 메갈리아가 적으로 규정하고있는 일반 남성은 등치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성립해야 탈춤과의 구조적 등치도 성립할 것이다. 모든 일반 남성들이 한남충, 자지충으로 불리며 싸잡아질 만큼 권력화 조직화 되어있는가. 그 모두가 여성을 의도를 갖고 아니면 적어도 미필적고의성으로 여성을 핍박하고 불이익을 안기고 있는가. 이 질문에 오마이는 그렇다고 답하는듯 하다. 여성은 그러한 고의, 미필적고의에 실제로 공포와 불만을 느끼고 있고 그 주체는 권력화가 공고히 되어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메갈이 말하는 그 주체는 구별된 남성 몇몇 개개인이 아니라 남성 일반과 남성중심화된 사회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니 권력에 풍자를 하는 탈춤과 인정투쟁 구조가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메갈과 일반의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다. 일반은 남성 전체와 사회가 권력을 통해 위악적으로 여성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런 점이 있다면 남성 일반이 아니라 구조 결함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것이 아닌가, 페미니스트는 그런 활동을 해오지 않았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메갈은 일반 남성 자체가 구조화된 권력이며 동조하는 여성 남성들 모두 사회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들에 투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숙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어린 남자 아이, 혹은 갓난아이에게도 투쟁을 하는 것이다.
논평에 따르면 메갈과 일베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베는 그 목적이 부당한 권력에 대한 인정투쟁이 아니라 자신도 다 당하는 부당함에대해 참지않고 유난떠는 타인의 인정투쟁을 조롱하는데 있으며, 메갈리아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한다. 일베의 이런 목적은 연구로 증명되며 이렇게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 혹은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 결과는 전라도, 좌파, 여성, 세월호 유가족 등 인정투쟁하는 혹은 그래 보이는 모두를 조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베와 메갈은 목적도 혐오로 같아보이지만 완전히 다르고, 더불어 그 수단도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탈춤과 같이 권력을 똑같이 따라하며 그를 풍자, 약화 시키려는 시도는 메갈의 미러링의 방식이 같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베를 주축으로 한 여혐의 주체들이 권력화 되어 혐오하는 방식 그대로 탈춤처럼 같은 방식으로 받아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고한 권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 일베의 혐오 수단, 즉 욕설, 대상화, 조롱, 물리적 위악 등 은 재미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메갈이 격화된 의사전달 방식을 사용하는것은 권력이 행사하는 수단의 미러링이므로 의미가 일베의 그것과 동질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보이는 해방감과 쾌감은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고 기술했다.
이쯤에서 또 다른 의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민중의 예술적 혼과 철학이 녹아든 탈춤과 추행, 욕설, 살인모의가 등치될 수 있는가? 메갈의 일베식 반인권적 언어체계와 행동양식으로 남성을 공격할 때와 민중이 탈춤으로 양반을 풍자할 때 대상이 침해당하는 인권의 정도는 같거나 비슷한가?
또, 메갈리아의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반인륜적 일탈들에 대해선 그것이 전체 게시물에 비해 매우 소수이며 일부의 일탈로 낙인찍기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어디서 많이 본 꼬리자르기 같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같은 방식으로 일베에 대한 낙인찍기도 지양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경계의 태도를 갖고 대하되 낙인, 격리는 지양하자는 것.
그렇다면 메갈에서 미러링에 숨어있는 의미, 일반이 동조하기 힘든,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행위들이 넘실거릴때 이것이 범죄로 격화될때까지 묵인하는 것이 정의에 가까운것인가. 메갈리아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진보는 과연 이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더 들었다. 통합진보당이 해체할때 지금 메갈에 재갈을 물리지 말자는 진보는 다 어디있었나.
13년 말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되었다.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논쟁거리를 차치하고 몇가지 사실들을 훑어보자. 먼저 이런 정당해산은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부분 민주주의를 채택하고있는 선진국들의 경우, 민주주의 원칙과 기본권 등을 해할 소지가 있는 행정 권력을 제한한다. 독일과 같이 나치즘에 대한 적극적 반성을 기반으로 한 전투적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이상 민인의 의지로 결사된 정당을 국가권력이 해산한다는 발상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 독일마저 몇십년의 걸친 논의와 5년에 걸친 심사로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해산되었다. 이는 실제 범죄와의 연루가 촉매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사람은 안정된 민주주의에선 선거와 여론이 정당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선거로 지리멸렬해질 통합진보당의 추락하는 지지율을 지켜보기에도 급했던 정권의 강력한 의지를 볼 수 있었고, 1년가량의 졸속 검토로 이루어진 정당해산심사 과정도 볼 수 있었다. 당시 불었던 메카시즘의 광풍을 비켜가려는 것인지 많은 진보와 진보인사들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선긋기에 나서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통합진보당이 행정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될 때 해당 진보들은 이에 절차적, 민주주의 원칙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던가. 통합진보당이 구조화된 권력의 오래된 피해자라고 상정하고 그를 혁파하기 위해 해당 권력이 행해왔던 반인권적 행태를 미러링하겠다고 하면 현재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진보는 이를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지지할까. 메갈리안들은 사회의 많은 약자들을 대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들대로 방법론을 찾고, 메갈리안들은 여성의 권리만을 미러링으로 쟁취하겠다고한다. 다른 약자들에 피해를 주거나 (어린이, 노인, 성소수자 등), 최소 도움이 안되어도 할 수 없다는 구조다. 그런 메갈은 통합진보당이 권력에 핍박을 받던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던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메갈은 그렇다치고 거기에 왜 진보와 진보언론 동조하고 있는것인가. 이렇게 구조화된 권력에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대항하고 싶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거라면, 왜 통합진보당이 선거로 정당하게 패배할 권리조차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않은 것인가. 불리한 상황에 따라 혹은 대상이 누군가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것이 얼마나 그들에 대한 민중의 신뢰가 떨어뜨리는지 알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