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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게시물ID : wedlock_3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igarett
추천 : 3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8/03 12: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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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로 시작하는 시입니다. 

저는 올해로 결혼 9년차고...이제 40대 초반이네요. 
그리고 딩크족입니다. 

요즘 딩크 관련된 글들을 좀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서로 오해하거나 마음 상할 일이 아닌데 서로 마음 상하시는 것도 봤구요. 

저희가 딩크를 선택한 건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그냥 결혼했으니 애 없이 좀 지내보자...는 생각으로 몇 년 지나다보니 그 생활이 참 즐겁더군요. 
지금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우니 그냥 좀 더 지내자 지내자..하다가 
애 없이 살아볼까..하는 데까지 이른 케이스입니다. 

사실 좀 더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이 컸습니다. 
저희 부부가 딩크이기는 하지만 혼자 벌어야 했던 시간(제가 됐건 제 아내가 됐건요)이 결혼 생활의 절반이 넘었고, 
그런 경제 생활에 대한 안정감이 없으니 자신이 많이 없어지더라구요. 

지금 우리나라는 저희가 성장할 때하고는 다르게 절대적 빈곤 상태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결식하는 아이들도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도 많지만 저희 성장하던 80~90년대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그런데 이제는...더 무서운게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낳은 아이를 저 스스로 만족스럽게 키울 수 있을까?(아이의 만족도하고는 무관하게 제 만족스러움을 기준으로 삼은 이기적인 물음입니다)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부부만 재미나게 살고 육아에 들이는 돈 아껴서 노후 준비나 더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평생할 효도를 5~6세 이전에 거의 다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힘들더라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고 받는 사랑과 만족감이 참 크다고 하더라구요. 
제 주변 분들을 봐도 입으로는 툴툴 대면서도 그걸 다 감당하고 즐거워하는 거 보면 사랑하고 즐겁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못해 반려동물만 키워도 반려동물에게 내가 주는 사랑이...반려동물이 돌려주는 사랑이 참 사람의 삶을 뿌듯하게 해주니까요. 

이게 제가 가지 않은 길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는 저 길을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려 합니다.
저희 부부가 사회적으로는 꽤 이기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사회에 빚이 많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거꾸로 돌려 말하자면...
아이를 키우고 계신 가정의 분들도 저희 같은 딩크의 삶은...
아직 와보지 못하신 길이지요...하지만 아이가 없었던 시절의 삶을 지내왔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시구요. 
신혼 초에 아이가 없던 시절은 딩크로 살겠다고 맘 먹고 지나온 길하고는 다른 길이라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덜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의 삶에서 가장 크고 행복한 경험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니...
그걸 못하는 게 안타깝고 아쉬워서 자꾸 추천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떤 선택이 됐건 본인의 선택을 자꾸 합리화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선택을 부정하거나 비하하는 경우도 생기구요. 
하지만...아이를 키우는 삶과 아이가 없는 삶은...선택의 문제이지만 어떤 쪽이 더 좋고 어떤 쪽이 덜 좋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그래서 내가..그리고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를 생각해보는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그 선택에 사람이 연관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라는 변수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
성인들이 합의에 의해 판단한 상태와 어린 아이가 판단하는 상태는 다르니까요. 

다시 시로 돌아가보면...

양쪽이 모두 가지 않은 길입니다. 어떤 길이 어떻게 펼쳐져있는지,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렴풋하게만 알 뿐 정확히는 모르죠. 
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삶이시면 그것도 좋은 길이고...
아이가 없어서 행복한 삶이시면 그것도 좋은 길이지요. 

딩크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건 남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는대로 봐주는 것. 
자기 선택을 합리화하려고 남의 선택을 깎아내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길게 쓰다보니 주제가 없어졌는데요...
저희 어머니를 예로 들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결혼 초반에는 왜 아이를 안가지는지에 대해서 늘 저희 부부한테 묻고, 설득하고 하셨는데...
저희 뜻이 이렇다고 설득해드리고 난 다음에는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아니실 지 몰라도...
주변 분들이 더 뭐라뭐라 하시죠. 
어쩌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건...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비난을 들어야 하는 건...
애 낳으라 낳으라고 말은 하면서 그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경제구조도, 제도도 갖추지 않고 개인의 희생과 애국만 강요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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