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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외삼촌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9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7
조회수 : 15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03 21:20:25
외삼촌 이야기

독신이셨던 외삼촌은, 누나의 아이인 날 마치 자기 자식처럼 귀여워해주셨다.
나도 외삼촌을 좋아했고, 취직한 후부터 외삼촌과 함께 살며
외삼촌이 돌아가실 때까지 같이 살았다.
외삼촌은 이상한 버릇이 딱 하나 있었다.
외삼촌의 이상한 버릇은 바로 아이 손바닥을 무서워한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무서워하셨냐 하면,
내가 어린 시절에 조금이라고 손을 올릴라치면 이미 저만치 도망쳤을 정도였다.
난 그게 너무 재밌어서 종종 외삼촌에게 손을 뻗으며 쫓아가곤 했다.
놀리며 쫓아가다가 지쳐서 멈추면,
외삼촌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어딘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곤 했다.
그렇게나 마음씨가 상냥하신 분이었다.

취직하고 몇 년 정도 지났을 때, 외삼촌과 술 한 잔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날은 드물게도 둘 다 과음하는 바람에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외삼촌은 어느 정월 때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더니
당시 로드쇼에서 종종 방영되던 강시 영화를 본 어느 정월에
내가 한밤중에 화장실 가고 싶다며 울었던 이야기를 웃으며 했다.
외삼촌 등 뒤에 숨어서 화장실에 겨우 겨우 가던 내가 참 귀여웠다며
술 취해서 새빨간 얼굴을 한 주제에 막 웃으며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 창피한 과거를 들추니 나도 질 수 없다 싶어서
외삼촌이 어린이 손바닥을 무서워한다는 걸로 되갚아줬다.
한참동안 당시에 외삼촌이 얼마나 한심할 정도로 무서워했는지를 말하고 있었는데
문득 외삼촌 표정을 보니 정말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표정인 걸 깨달았다.
처음엔 외삼촌이 화났나 싶어서 바로 사과했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하시려는 것 같다는 걸 깨닫고
외삼촌이 말을 꺼내시길 잠자코 기다렸다.
정말 말하기 힘들었는지, 아무 말 않던 외삼촌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외삼촌이 흘리듯 한 두 마디 내뱉기 시작하셨다.

외삼촌 말에 따르면
옛날에 트럭 운전수 조수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트럭 운전수 조수라고 말은 번드르하지만
당시에 대형 면허를 따기 위한 교습소에 다니던 중이라 면허도 없었고,
당시 근무하던 회사와 계약을 맺은 운전수 트럭에 같이 타서
도착 지점에서 물건을 내리거나, 싣는 걸 도우는 일이었다.
물건을 싣고 내리는 건 그렇다 쳐도, 도착 지점까지 가는 동안 할 일도 없고 하니
창 밖으로 경치를 바라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물게 장거리 운전에 동행하게 되었는데
말할 거리도 없고 해서 운전수가 콧노래를 부를 때 쯤부터는
고속도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방에는 며칠 전에 눈이 내려 고속도로 길과 길가에 샤베트 같은 눈이 남아 있었다.

한참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란히 달리던 밴에 어린 여자 애가 타고 있는 게 보였다.
멍하니 그 아이를 보고 있었는데,
그 아이도 외삼촌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듯 하더니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외삼촌을 보며 미소도 지었다.
외삼촌도 같이 웃어주면서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가나보다 생각하며 여자애를 계속 바라봤다.
그러자 들뜬 것 같은 그 아이가 창문에 착 달라붙었고,
그 어린 손바닥이 떨어질까 걱정될 정도로 흔들기 시작했다.
괜시리 흐뭇해진 외삼촌도 손을 흔들어주려던 때
"아뿔싸!"
운전수가 갑자기 화를 내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외삼촌이 깜짝 놀라 정면을 바라보니
눈 때문에 고속도로를 비스듬히 미끄러지는 대형 트럭이 보였다.
외삼촌이 타고 있던 트럭도 급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조금씩 차체가 기울더니
앞유리에 아스팔트가 점점 다가오는 걸 보며
외삼촌은 이 트럭이 지금 전복되고 있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안전띠를 꽉 잡고 충격에 대비한 외삼촌 눈 앞에는
눈 때문에 미끌어져서 옆으로 쓰러지고 있는 여자애가 탄 차가 보였다.
여자애는 옆으로 나아가는 차창에 눌려서
귀엽던 그 얼굴이 창문에 꽉 눌러져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미끄러지다가 한계가 왔는지 그 아이가 탄 차는
차체를 아스팔트에 부딪히듯 옆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있던 부분이 땅에 부딪힐 때마다 그 아이 얼굴이 짓눌렸고
차 안에 피가 튀는 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그리고 외삼촌이 탄 트럭도 옆으로 돌았고, 그 충격으로 기절했다.

눈을 떠보니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한참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병문안 온 상사 말에 따르면, 외삼촌에게 손을 흔들던 그 아이는
아스팔트에 부딪힐 때 충격으로 원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했다.

그후 외삼촌은 회사를 관두고 다니던 트럭 면허 강습도 도중에 관두고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그때 창문에 짓눌리던 여자 아이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결혼해서 애를 낳았는데 여자애면 어쩌지란 생각만 해도 공포스러워서
결국 평생을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외삼촌 말씀이, 그후부터 아이 손바닥만 보면 그때 광경이 떠올라서 무서웠다고 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새빨갛게 물들고.. 차가 돌때마다 점점 짓이겨지는 그 아이가
 딱 달라 붙어 있었던, 작은 손바닥만 새하얗게 보였어"
그 말을 마치신 후 얼음이 다 녹아서 물 반 소주 반이 된 술을 단숨에 마시며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외삼촌 모습은
지금도 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85565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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