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건 중2 때였죠
같은 날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그때 나에게 말한 건
같은 날 들어와서 같이 잘 해보자고 그렇게 먼저 말을 걸어 주셨죠
처음 만난 학원에서 선생님은 수학을 저는 그냥 학생으로
그렇게 선생님과 저는 매일 저녁마다 만났죠 단지 학원에서만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선생님은 제 학원 담임선생님이 되셨고
전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부러 못되게 구는 것처럼 짓궂은 학생이 되었죠
당신은 알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당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중 2학년이 같은 학년의 사람도 아닌 몇 살인지 알지도 모르는
학원에서 길면 3시간 잠깐 만나는 사람에게 빠져 버리니
어찌 보면 금사빠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아직 생각난다는 건 금사빠일지 아닐진 저도 잘 모르겠네요
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하루 당신과 좀 더 친해 길 바랬고
당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어요
당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등수도 꼬리에서 목까진 올렸죠
그리곤 학원에 갈 시간만 기다렸다 당신을 마주치면
무심한 듯 지나치며 오른 등수를 말해줬고
당신이 놀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등 뒤로나마 더 느끼며 교실로 올라갔죠
저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제 등수가 올라가서가 아니라
당신이 기뻐해서 그래서 행복했어요
그렇게 저는 조금씩 학교보다 학원을 더 기다리게 됐고
매일 저녁의 학원이 나에겐 콘서트장이었어요
그렇게 난 매일 새로운 이야기들과 새로운 행복감 때문에
정말 행복한 중학교 생활을 하게 됐어요
당신이 갑자기 사라진 그 전날까지만요
당신은 갑자기 저희 반 애들에게 아무런 말없이
사라져버렸죠
물론 그 전날 징조는 있었어요
과학을 담당하던 팽귄 선생님이
갑자기 마지막 수업이 끝나갈 때쯤
들어오셔서 내일부터 담임이 될 것이라고
담임이 바뀌는 것뿐 당신은 계속 학원에 있는 거라고
그런말도안되는말을하곤우리앞에서내앞에서사라져버렸어요!어떻게그렇게사라져버릴수가있었어요대체왜!
정말친절하고착하고사람이좋다라는기분을당신때문에처음느끼게됐는데왜...그러셨어요그때...
물론 난 그때 많이 이상하다는걸 느꼈어요
아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느꼈을거에요
6명 정도 되는 학생들과 당신,팽귄선생님,학원 부원장님까지
아마 다 느꼈을꺼에요
왜냐면 당신도 알다시피 펭귄선생님이 그때 펑펑 울어버리셨잖아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 정도로 펑펑
당신은 펭귄선생님을 달래면서 같이 교실을 빠져나갔고
벙찌며 남아있던 우린 부원장님의 "내일 보자"라는 말에
걷고 있는지도 모른 체 학원을 나와 어느새 집에 도착하게 되었죠
그리고 다음 날
역시 당신은 학원에서 더는 보이지 않았고
난 당신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어요
찾기가 무서웠고 부끄러웠거든요
전날 펭귄선생님이 펑펑 울며 당신을 보냈던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였어요
그렇게까지 펑펑 울며 떠나가게 된 사람인데
뭔가 좋은 쪽으론 흘러가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찾을 수 없었어요
좋은 생각만을 가지고
당신을 찾으려 하지 않는 저를 보곤
너무 부끄러워 차마 당신의 행선지를 알려고도 못했어요
그렇게 전 중3을 허무하게 보냈어요
더는 특별한 날들이 아니니까
그렇게 계속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다시 대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참 많은 시간이 흘러갔죠
중간중간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고 이사도 가보고 전학도 가보고 했지만
역시 다 시시했고 저를 좋아해 준 사람에겐 진심으로 대해주지 못해
결국 좋아해 준 그 사람과도 이별을 하게 됐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제 연애는 그렇게 당신의 그림자만 쫓다 미안하게 끝내버렸어요
그동안 당신을 찾으려 많은 노력을 해봤어요
학원에 가서 찾아볼까도 하고 싸이월드에 당신 이름을 치고 2000명이 넘는 미니홈피를 죄다 뒤져도 보고
하지만 다 소용이 없었어요 의미없는 사람들만 나왔고
당신이 근무할지도 모른다는 학교에 찾아가 당신을 찾았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만 하고
그렇게 아무런 득 없이 지금까지 8년을 흘려보냈네요
이렇게 보니 참 스토커가 따로 없네요
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네요
스토커...
그런데 나...
어제 찾았어요...
여느 때처럼 그저 습관처럼
당신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지조차 의심되는
이 감정을 가지고 페이스북에 당신의 이름을 치고
많이 찾아보지도 않고 5명도 안 되게 내리다
당신이 그때 내폰으로 찍어줬던 당신의 사진처럼
사진과 꼭 닮은 얼굴을 한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정말이지....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사람이 되었고
좀 더 완벽하게 살아오지 못한 제자신을 탓하게 됐고
당신을 위해서 미래직업까지 바꾸게 돼버렸어요
더 미치는 건 당신이 그동안 지내왔던 곳이 제가 살던 집과 이사한 집,
전학을 갔던 집 전부 근처였다는 사실이었어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당신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만 알았다면 난 그저 10분만
걸었으면 만날 수 있었던 그런 아주 가까운 거리였었어요
정말 아쉽고 참...말로 형용하지 못할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찾게 됐었는데....
찾긴 했는데...
당신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아 이글을 남기게 됐어요...
신이 나서 당신을 더 보려 페이지를 내리려 한 그 순간
당신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알아버렸어요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다정해 보이는
그때처럼 그때보다 더 내가 반할만한 미소를 띄고 있는 당신 옆에
꼭 붙어 있는 사람이 있어 더이상 어떻게 할지 몰라서...
질투가 나서 그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보게 되었어요
하면 안 되지만 괜히 외모 지적도 혼자 속으로 해보기도 하고
근데.. 역시 당신이 고른 남자라 그런가
참 좋은 사람인것 같아요..
착하고 선생님에게 잘해주는 사람인 것도 같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주변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고
돈도 잘 벌고
부자고....
그래서 참 뭐라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비교가 된다면 제가 더 되는 그런 상황만 머릿속에 그려지게 되고...
그래서 어쩔줄 몰라서 이렇게 늦은 저녁에 글로 남기네요..
지금도 당장 달려갈 수 있는 그런 곳에 당신이 있는 게 너무
당장 달려 갈 수가 없는 게 너무
이렇게 말 못하고 그저 당신을 찾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10년 가까이 찾다 결국 찾게 되었지만...
당신 앞에 나타나질 못한다는 게 너무...
물론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옛 학원 선생을 찾으러 가는 거면 갈 수 있겠지만
제 스스로가 너무 잘 알아요
그저 당신을 만나는 것에 그치지 못하고 항상 더, 조금 더를 원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때부턴 스스로에게 안된다고 다그쳐도 당신한테 미친 듯이 달려가는 나를 잘 알고 있으니까...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지나가는데
이걸 다 풀어낼 수가..
내일 한번 차근히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달라지지 않을 정답에 발버둥 쳐가며
그 정답에 가까워져 가는 수밖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