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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2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중구
추천 : 0
조회수 : 2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28 05:57:05



개가 있는 집 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본 글이예요
정말 미숙한 실력이라 책게분들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지적 부탁드립니다!





 개가 있는 집

 

 

오늘도 멀리서 개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산 입구 옆에 있는 개장수의 집일 것이다. 그 곳 말고는 개를 학대할 곳이 어디에 있겠냐만. 아니, 애초에 이 마을과 주변 마을에 개를 기르는 곳이 있기나 할까. 우리 집 마당 한켠에 있는 파란 지붕의 개집은 주인을 잃은 채 텅 비어있다. 옆집 정 할아버지 댁에도, 그 윗집 이장님 댁에도 개집은 있지만 그 어디에도 개는 없었다.

 

내가 고향으로 돌아온 지 3개월 정도 지난 때였으니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쯤이었을까, 마을의 개들이 한 마리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우리 집 개 황구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처럼 여겨지듯 마을의 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마리가 없어졌다. 시골인 이 마을은 도시도 아닌데다 품종견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라 모두 목줄은 채우지도 않고 그냥 나돌아 다닐 수 있게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그때에는 개들에게 나름대로 자유를 준 것이었지만 막상 일이 일어나고 나니 그것이 한스러웠다.

마을의 개들이 열 마리 정도가 없어지자 예삿일이 아니라 판단한 것인지 이장님은 반드시 개를 우리 안이나 집에 들여 놓던지 목줄을 채우라며 방송을 했다. 스피커를 통해 이장님의 목소리는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개들의 자유를 앗아감과 동시에 마을에서는 불안한 기운이 돌았다.

방송이 있은 사흘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새벽, 어디선가 개가 길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후엔 생각하기도 싫은 개의 비명이 들렸다. 거리가 떨어져 그것의 이유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개가 산에 올라갔다가 멧돼지를 마주하고 위기에 봉착해있는 것으로 치부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면 그 개는 목 매달린 채로 몽둥이로 맞고 있었을 것이다. 그 후에도 사나흘 간격으로 개의 비명은 들려왔다. 그 지속적인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이웃에 그 소리를 들었냐며 묻고 다녔지만 나 외에는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나는 개의 단말마를 들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뒷산에 이웃마을 선이 아주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 가신다던 어머니께서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돌아오셨다. 나가신지 20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 의아하게 생각하고 묻자, 돌연 어머니는 내 손을 움켜쥐며 마을회관으로 가자며 이끌었다. 어찌나 그 손이 억세던지 당황했던 나는 그 이유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마을회관에 들어가자 나는 그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갑자기 들이닥친 어머니로 인하여 어르신들은 화투판을 엎었다. 거친 숨을 고르며 어머니는 이장님께 걸어갔다.

 

 

우리 마을만 그런 것이 아니고, 옆 마을에도 개가 없어졌다네. 듣자하니 개백정이 이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하더이다.”

웬 놈의 개백정이 이리로 왔대, 정말입니까?”

선이네 집은 쪼매난 개고 집에서 기르니까 안 가져간 모양인데 다른 집에서 기르는 개들은 벌써 도둑맞고 없다하이, 아무래도 우리 황구 놈도 그 개백정한테 끌려간 것이 틀림없어야.”

 

잠시 고민하던 이장님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며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용이 네가 정씨한테 개 우는 소리 들렸냐 물었다 안 했나.”

……, 정 할아버지께 여쭤봤지요.”

 

 

이장님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를 잡아당겼다. 우리 집에서 들었으니 그 근처에 개백정이 있을 것이란 추측에 의한 행동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이장님 댁을 지나, 우리 집을 지나 계속해서 걸어간 그 끝은 뒷산의 입구 옆 너른 공터다. 거의 쓰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이 땅의 주인은 분명 이 때로부터 한 달 전에 돌아가신 범 할머니다. 그 자손들이 이 땅을 내놓은 듯 했다. 순간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에 감돌았다. 옅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그 쇠 냄새가 섞인, 기분 나쁜 그 냄새. 그걸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 했다. 이장님 역시 표정을 구기며 가만히 피가 묻은 부분의 콘크리트를 쳐다보고 계셨다.

 

 

거 누구요?”

 

 

공터 구석에 있던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나왔다. 체구가 작은 50대 정도의 남자였다. 한 번도 이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확실하게 타지 사람이다. 이장님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의 뒤쪽으로 철창을 슥 훑어보았다. 어딘지 익숙한 모습의 개들이 보였다. 누렁이, 봉식이……. 하지만 그 어디에도 황구는 보이지 않았다. 개들은 모두 상처를 입은 듯 쥐죽은 듯 바닥에 너부러져있었다.

 

 

이 마을의 이장 되는 사람인데, 그쪽이 우리 마을 개들을 데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찾아왔수다.”

아니 무슨 증거가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을 개 도둑놈으로 몰아가? 이장이면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저기 저 우리 안에 가둬둔 개가 내 개인데 그럼 몰라보누? 저기저기 정씨네 개도 있네!”

, 똥개 감별사신가? 저런 개새끼들은 시골바닥에 널렸어! 기가 막혀서, 계속 이럴 거면 나가셔, 얼른 가셔!”

 

 

나와 이장님은 밀려났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그때 뒤에서 !’하고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멈칫 하는 새에 다시 한 번 들려왔다. ‘, !’혹시 익숙한 냄새를 맡고 우리에게 자신이 인지했다는 것을 알려주려 짖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잠시, 개를 걷어차는 소리와 개가 낑낑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를 왜 패냐고 이장님은 소리치며 달려가셨지만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정말 개백정이고, 그가 죽인 개는 수십을 지나 수백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을. 개들은 고통보다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짓눌린 것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장님과 내가 그 사람에게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을에서 개를 도둑맞았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면 마을끼리 합심해서 그 남자를 쫓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마을은, 그 남자를 중심으로 한 다른 마을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개를 잃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황구를 사랑했다. 자식인 나보다 황구에게 더욱 큰 애정을 쏟아 부으셨다. 설마 진짜 그러실까 했지만 1년에 두 번 올까말까 했던 자식 놈 보다는 매일 같이 있으면서 재롱떠는 개가 더 좋았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황구를 잃고 나서부터 인삼 농사가 영 시원찮아지셨다는 말을 지금까지도 입에 달고 사신다. 지금 아들놈이 있는데 그 개 생각에 농사일도 팽개치고 있는 거냐고 아버지를 타박했다. 그러는 어머니께서도 황구를 아끼셨지만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 황구는 그런 존재였다. 나를 대신해 부모님께 행복을 주는 그런, 내게 있어선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 개를 도둑맞았다. 마을 유일의 품종견이라는 그 자부심으로 아버지는 황구를 데리고 다니시며 괜스레 다른 집의 개들을 똥개라며 놀리고 다니셨다.

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 작은 생물체가 우리 집에서, 가족에게서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굉장히 넓었던 거다. 그것이 비단 우리 집에서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개의 재롱에 행복했던 마을 주민들 모두가 그들의 행복을 잃은 것이다.

 

 

개고기가 먹고 싶으면 그냥 죽은 거 가져다가 팔면 될 것을……. 왜 굳이 남의 집 개를 훔쳐다가 패 죽이는지 몰라, 쯧쯧.”

도대체 어떤 망나니가 개는 산 채로 패 죽여야 먹기가 좋다는 소리를 한 건지, . 개만도 못한 놈들이야.”

개 키우는 입장에서 보신탕 먹기 껄끄럽긴 하지만 말이야, 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하면서 모른 척 했잖여. 그런데 왜 우리 개가 도둑맞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냐. 하이고, 답답해라.”

그러게 말이야. 이젠 개고기도 못 먹겠어, 내가 먹는 고기가 내 개면 어떡하나, 하면서.”

 

 

반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그 개백정에 대해 완전히 기대를 놓고 있는 상태다. 서울처럼 일일이 애완견을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젊은 사람이라곤 나를 제외하면 40대 후반이 전부다. 무언가가 해결되기 보다는 누그러지길 기다리는 것이 익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나는 리더십 같은 건 전혀 없는데다 혹여나, 만분의 일의 확률로 내가 시도를 했다 하더라도 이 일을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죽은 개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착잡한 심정으로 집에서 부모님의 일을 거들다가 문득 최근엔 개들의 단말마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그 남자가 그 일을 멈춘 것일까, 궁금해졌다.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위를 챙겼다. 걸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두려움일까, 아니면 뭘까. 뭣 때문에 이렇게 힘들다는 느낌이 나를 잠식하는 것일까.

 

다행이도 그곳은 비어있었다. 개가 들어있던 우리도 비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예 터를 옮긴 것일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줄이 땅에 끌리는 소리와 함께 개가 나타났다. 상처를 입은 몸으로 힘겹게 기어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 개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겠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그 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밧줄을 가위로 잘라내었다. 그리고 개를 지켜보았다. 뭘 하는 거지. 어차피 곧 죽을 개인데. 개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아마 자신의 주인에게 가고 있는 거겠지. 그 애처로운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갔다. 황구는, 황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내가 그 단말마를 처음 들은 새벽에 그곳에 갔더라면 그 개는, 다른 개들은 살 수 있었을까.

 

유난히 길고 길게 느껴졌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 밭으로 향하던 길, 이웃마을의 입구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발을 재게 놀리며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어제의 그 개가 죽어있고, 그 앞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눈물을 죽죽 흘리며 주저앉아있었다.

 

예상대로 내가 해방을 도와준 개는 죽었지만, 마음 속 한 부분에서 무언가의 감정이 싹트는 것 같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이 마을에는 개가 없을 것이고, 개백정은 계속 있을 것이다. 정말로 이 마을과 주변 마을에서 개가 없어지면 그는 떠날 것이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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