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황후는 졸작이고 정도전은 명작인가?
많은 분들이 이 답을 '스케일 혹은 연기력'에서 찾고 있는 것 같아서 잘 안쓰는 글을 씁니다.
저 또한 제 인생 최고의 드라마라고 하면 정도전을 꼽을 정도로 광팬입니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뭇 다르게 생각합니다. (갓영규 및 갓동근 님의 연기력에 대한 폄훼는 아닙니다.-_-)
기황후라는 인간은, 혹은 그 인간으로 대표되는 기씨 일가는 고려 말 외세였던 원의 세력을 이용해 고려의 멸망을 앞당긴 (정도전 드라마에서도 표현되듯이 고려의 멸망의 이유/ 조선 건국의 정당성 모두 단순히 중앙정치의 실종입니다.) 대표적인 외세의 앞잡이 입니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미화될 수 없죠. 원은 고려를 속국화하려고 (외교/군사 외에 내정까지 간섭) 했던 최초의 국가거든요. 그 후 명은 다르지요. 내정은 크게 보면 독립국가나 마찬가지였죠. 따라서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신진사대부가 파트너로 선택한 국가이구요.
학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제 견해에서는 원의 속국시대는 500년 후의 일제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황후'의 성공은 현 정부의 졸개와 마찬가지인 방송사들에게 '이완용을 위한 변명'을 컨셉으로 하는 드라마 제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즉 전형적으로 이 드라마는 정권에 기생하기 위한 컨텐츠로 가득한 뉴라이트 홍보용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반면, 드라마 정도전은 아주 사서에 가까우면서도, 시대의 모순을 다소 과격한 혁명이라는 수단으로 극복하고자 한 (그리고 그 이유로 500년 넘도록 역적이 되었던) 한 위대한 인간에 대해 제대로 된 재조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에서 논하여지는 '계민수전'은 오늘날에도 꿈에 가까운 얘기이죠. 그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 정도전을 현대의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구는 그 시기에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인권에 대한 의식이 싹틀 시기였는데, 이를 이유로 많은 서양 사학자들이 서양사를 동양사 위에 두고 이를 세계사의 전부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저는 정도전 역시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가장 선구적으로 중세 불합리에 도전한 위대한 선구자로 생각합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교감을 주기도 하는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인간이기도 하구요.
결론은...정도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