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사진은 산굼부리의 억새밭과 그리고..
저희 할머니와 아버지세요.
할머니께서는 농사일 밖에 모르시고 살아 온 분이에요.
때문에 이제는 관절이 닳고 닳아 한쪽 다리를 거의 못쓰십니다.
어찌 보면 모시고 여행가는 것조차 불효인가 싶지마는 더 늦기 전에 또 한번 모시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를 위해서 되도록 걷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구경을 다녔지만,
산굼부리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 그 오르막길에도 불구하고
산굼부리를 들렀습니다.
다행히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었고, 아버지가 그 오르막길을 휠체어를 밀며 올랐습니다.
사실 휠체어/유모차 용 길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그 경사가 제법이더라구요^^;
어쨋든 그렇게 올라올라 도착해 내려다 본 풍경이 위에 있는 억새밭 사진이예요.
참으로 장관이더라구요^^ 봄 유채만 좋은 줄 알았더니 가을의 저 억새밭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다웠어요.
정말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하지만 그 억새밭의 풍경보다도 저는,
할머니의 휠체어를 허허 웃으며 미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좋았어요. 더 아름다웠습니다.
코가 시큰할 정도로요..
풍경사진을 찍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저는 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엄마. 이게 진짜 아름다운 사진 아닐까?" 하고 엄마를 바라보자,
엄마도 애정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록 결혼할 당시에 쥐뿔도 없이 가난했던 아버지였지만
당신이 믿고 결혼한 사람이 저런 사람이라, 어머니는 참으로 좋다 하셨습니다.
지나가시던 아저씨, 아줌마들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바라보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면서 아버지께 "대단하십니다.."하고 감탄을 하시기도 하시는데,
전 우리 아버지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웠어요..
그리고 더불어,
우리 아버지를 저런 사람으로 길러주신 우리 할머니도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요새 사회가 흉흉해서 그런지 오유도 올라오는 글들이 씁쓸해서,
제가 본 아름다운 풍경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 올려 봅니다.
다들 이 저녁에 기분 좋은 미소 한 번 지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할머니는 아직도 조금이나마 농사일을 하십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셔야 안아프다 하시는데도 자꾸 일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의 거칠어진 손을 붙잡고서 '할머니 이제 일 좀 그만 하세요. 자꾸 아프시잖아요.'
하니 할머니께서 대답하셨습니다.
"테레비에서 보믄,
다리 한 쪽, 팔 한 쪽 없는 병신들도 일을 해서 먹고 사는데,
나야 다리 한 쪽이 아프지만서도 사지가 다 붙어 있는데,
가만히 앉어만 있으면 밥이 목구녕으로 넘어가질 않어.
그래도 이렇게 깨라도 떨고, 마늘이라도 심으믄 너희가 맛있게 한 철 먹지.
안 그려? 그래야 나도 인심이라도 쓰고, 밥값도 하고..."
그 순간만큼 제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도 나를 다잡아 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밥값은 하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