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자꾸만 따라오는 길냥이 한마리 얘기를 올렸었어요.
제가 거둘 여건은 아니라 어쩌지도 못하는데, 이 아이가 너무 사람을 잘 따라서
길냥이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었어요.
어제 밤에도 그 아이가 걱정이 돼서...
고양이용 파우치 하나 들고 그거라도 주려고 그 아이를 찾아나섰었어요.
처음 만나고 두번째 만났던 그 곳에서 불러도보고 기다려도 보다가
나타나질 않길래 근처를 돌아다녔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건물 앞에 먹다 남은 참치캔이 하나 있더라고요.
어쩐지 그 아이가 또 사람들한테 비비다가 얻어먹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거 준 분도 고양이가 안됐어서 준거였겠지만...
사람 먹는 캔참치 고양이한테 안 좋은데... ㅠ
게다가 저렇게 캔째로 주면 아가들 얼굴 다칠 수도 있는데...
속상해하다가 결국 아이는 못 만나고 들어왔었어요.
그리고 오늘 혹시나 해서 원룸촌 대학 커뮤니티를 들어갔는데
그 참치를 준 분이 사진을 찍어 올려놨더라고요.
사람 따르는 거 보니 주인 있는 아이인 것 같은데 찾아가라고.
역시나 그 참치캔을 먹은 건 그 아이가 맞았네요.
그런데... 그 참치가 그냥 참치도 아니었더라고요.
사진 속 아이가 먹고 있는 건 울긋불긋 당근도 보이고 감자도 보이는 야채참치...
어젠 그렇게까지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야채참치에는 토마토도 들어있네요. 양파도 들어있을지 모르겠고...
아... ㅠㅠ 그 분도 생각하는 마음에 주신 거겠지만... 속은 상해요.
아가가 계속 이렇게 사람 따르고 밥 얻어먹으면 안 좋은 것만 계속 먹겠구나 싶고...
물론 길냥이들이 도심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게
기본적으로 다 사람이 먹다 남은 안 좋은 것들이지만요...
이 부분에서 고민하다가 방금 고양이 사료 주문했어요.
주문하기까지 장바구니에 담았다 말았다, 결제창을 열었다 닫았다 몇 번을 망설였어요.
사실 그동안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고민이 많아져서 하지 못했었어요.
괜히 동네 어르신들이 화내고 아이들한테 더 해코지 하지는 않을까,
계속 책임져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괜한 짓 하는 건 아닐까,
아이들이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새끼도 더 많이 낳고 결국 악순환 반복이 될텐데
그렇다고 TNR 시켜줄만한 열정도 시간도 돈도 없으면서,
나는 그냥 내 만족을 위해 밥을 주려는 게 아닐까...
어떤 캣맘 분의 글을 봤어요.
계속 책임질 수 없다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길냥이들 평균 수명 2년... 3년...
사람들의 전세기간 2년 동안만 밥을 챙겨주더라도 그 동안 잠시라도 마음놓고 밥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거 아니냐고...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두렵긴 해요.
그래도 조금씩 해보려고요.
어떤 장소에 어떻게 밥을 주면 아이들도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게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도움이 될지 도와주세요.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