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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난간의 소녀
게시물ID : panic_89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4
조회수 : 12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05 22:13:58
난간의 소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유서 깊은 학교였다.
지금 고등학생인 내가 다닐 때도 이미 개교 110년 이상 되었었고,
아마 잘못 세지 않았더라면 올해 개교 126주년이 되었을 거다.
그런 낡은 학교에도 다른 학교와 똑같은 괴담이 있었다.

뭐, 음악실에 있는 웃는 베토벤 괴담,
과학실에 있는 뛰어다니는 인체 모형 인형 등등
어느 학교에나 다 떠도는 그런 괴담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우리 학교 오리지널 괴담이 딱 하나 "난간의 소녀"라는 게 있었다.

괴담 내용은 이렇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젠 사용 금지시킨 바깥 계단이 있다.
말 그대로 벽 밖에 붙어 있는 계단인데 콘크리트로 대충 발라서 만든 계단이다.
그리고 낮고 허술한 난간이 달려 있다.
원래는 지진이나 화재 발생 시에 피난용으로 만들어졌고, 그렇게 사용되었는데
행여나 애들이 떨어지면 큰일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와서,
학교 안에 따로 피난 계단을 만든 이후부터는 아무도 쓰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학교가 나무로만 지어져 있을 때, 바깥 계단은 누구나 쓰던 계단이었고
학생들도 오르락 내리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반에 심한 왕따를 당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 아이는 쉬는 시간에 반에 남아 있으면 너무 힘드니까
바깥 계단 난간에 기대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그 당시에 이미 학교는 꽤 많이 낡았던 때인데, 심지어 나무로 지은 건물이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상해서 부숴지기도 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바깥 계단에 나간 그 여자 아이는
난간이 썩은 것도 모르고 기대고 말았다.
콰직.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걸 느꼈을 때 이미 학교 4층에서 공중으로 내던져졌다.
갑작스럽게 몸이 붕 뜨는 것도 순간, 그 소녀는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
즉사였다고 한다.
피투성이로 소녀는 죽었다.

그 이후부터 "바깥 계단"에 피투성이 소녀 귀신이 나타나서
바깥 계단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쳐서 죽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사람이 새로 '난간의 소녀'가 되어 지박령이 되는 것이다.

이런 소문을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들었다.
냉소적인 어린이였던 나는, 그런 괴담은 손톱만큼도 안 믿었다.

그리고 역시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말이야, 그 피투성이 난간 소녀는 바깥 계단에 온 사람을 떨어뜨려 죽인대"

그날도 반에선 난간 소녀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학교 건물 뒤에 있는 바깥 계단에 출몰한다는 난간 소녀.
우리 학교 7대 괴담 중 하나인데,
다른 학교에도 떠도는 그런 흔한 괴담이 아니라 우리 학교에만 있는 괴담이란 점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나와 우리 무리는 그 괴담을 전혀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바깥 계단이 우리 아지트였기 때문이다.

바깥 계단은 학생 출입 금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고, 자물쇠가 걸려 있을 뿐이라
자물쇠를 빼내기만 하면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학교 건물 뒤이기도 하고, 난간의 소녀 괴담도 있어서
바깥 계단 쪽에는 아무도 얼씬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딱히 감시하는 것도 아니라서 딱 좋은 아지트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바깥 계단에서 놀곤 했다.
매일 그렇게 놀아댔는데도 난간 소녀는 그림자도 못 봤고
애당초 냉소적이라 귀신 같은 건 없다고 믿던 우리는
무섭다며 꺅꺅 시끄럽게 구는 여자애들을 무시하곤 했다.

그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바깥 계단에 모여서 별별 이야기를 다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4층 난간에서 놀곤 했다.
우리 반이 3층이기 때문에 3층에서 바깥 계단으로 나간 후, 한 층 올라가서 놀았다.
왜 굳이 한 층 더 올라갔냐면, 그냥 경치가 예뻐서...인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막 떠들다가 한 두 사람씩 집에 돌아가고
마지막에 나와 단 둘이 남은 친구도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문득 보니 하늘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려다보이는 학교 앞 거리 가로등도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혼자 남아서 죽치고 앉아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가는 게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어둑해지면 그때 가야지 하고 노을 진 하늘 아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에서 울려퍼지는 떠들썩한 소리가 전연 들리지 않았다.
교실 마다 불이 다 꺼지고, 가끔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만 울렸다.
그런 정적 속에서 문득 "난간 소녀" 괴담이 떠올랐다.
소문이 맞다면 그 소녀는 죽던 그 순간 여기 있었던 셈이 된다.

4층 난간. 바로 여기.
아무리 초등학생이라도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 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귀신 같은 건 안 믿어도, 역시 혼자 있다보면 어딘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그 소녀 시체가 곤두박질 친 땅을 난간에서 내려다봤다.

털이 쭈뼛 섰다.
아래에 어떤 소녀가 서 있었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1층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집에 안 가고 남은 학생이, 어쩌다보니 아무도 없는 학교 건물 뒷편에 와서
어쩌다보니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 있던 학생은 거의 없었고,
이런 시각에 학교 건물 뒷편에 오는 학생도 없을 뿐더러,
행여나 있다손 치더라도 우연히 내 쪽을 올려다 볼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저건"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자석에 끌리듯 문에 착 달라붙어서 손잡이를 돌려댔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아, 여긴 4층이었다. 문을 따고 나온 건 3층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려다 나도 모르게 주저 앉았다.
혹시나, 저 소녀가- "난간의 소녀"가 올라오면 어쩌지?
딱 마주치는 거 아냐? 저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아니, 원래는 붉은 색 옷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피투성이의 난간 소녀가 바깥 계단에 있는 사람을 떨어뜨려서 죽인대-

무서워. 무섭지만 여기 계속 있을 수도 없다.
그런 생각에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
3층 난간 역시 고요했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쳐다봤지만 누가 올라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3층 문고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사람의 눈이란 신비해서, 주변 시야라는 게 있다.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그 주변에 있는 것도 또렷하진 않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 말이다.
문고리를 바라보던 내 시선 한 구석에 계단을 끼고 바로 옆에 사람이 있었다.
붉은 옷을 입은 실루엣이 보였다.
조금 전에 볼 때 분명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안개처럼 홀연히 실루엣이 나타났다.
문고리를 잡은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내 눈이 바라보는 건 문고리였지만, 내 뇌는 그 실루엣을 보고 있었다.
실루엣은 꼼짝하지 않았다. 내 쪽을 향하며 멈춰 있었다.
오랫동안 꼼짝 못 하다가, 큰 맘 먹고 문을 열고 후다닥 도망쳤다.

다음 날 내가 겪은 일을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 후로도 몇 번 바깥 계단에 가봤지만, 다신 그 소녀와는 만나지 못 했다.
그게 정말 '난간 소녀'였다면, 왜 날 밀어 떨어뜨리지 않았던 걸까?

소문에 따르면 "난간 소녀"에게 떠밀려 죽은 사람은, 다음 "난간 소녀"가 된다고 했다.
그럼 내 생각에 "난간 소녀"가 떠밀어야 하는 건, 일단 '소녀'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내가 그 날 본 게 정말 '난간 소녀'였다면
그 소녀는 아직도..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68324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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