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아서 잠은 주말에 몰아 자는 편인 여징어임.
어느날, 이 꿈같은 주말 오전 늦잠 시간을 방해받는 일이 있었음.
집앞 골목에서 계속 두 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서 깸.
목소리나 대화내용으로 로 봐서는 20대 초반의 남녀로, 야~! 가 오고가는걸로 봐서 썸과 쌈을 오가는 동갑내기 친구사이로 추정되었음.
워낙에 동네도 조용하고, 이 시간대에 큰 소리가 나질 않았던데다가
우리 집이 4층인데도, 바로 밑에 1층에서 떠드는 두 사람의 소리가 내 귓가에 캔디처럼 너무 선명하게 잘 들렸음.
별 시답지않은 걸로 서로가 오버해서 웃고 장난식으로 때리며 좋아하는 형식의 대화가 꽤 오래 지속되었음.
좋아하는 감정을 서로 티안내려고 애쓰는듯한 친구사이의 대화가 귀엽게 느껴져서
좋을때다. 정도만 생각하고 신경 끄고 다시 잠을 청하고자 함.
그런데, 얘들이 너무 혈기왕성한건지 대화가 너무 즐거워 흥분했는지 목청이 장난이 아님. 웃음소리는 또 왜이렇게 크고 긴건지
누가 보면 두명이 아니라 열두명이 MT온 줄 알겠음.
창문을 열고 보니, 빌라 거주민도 아닌데 그냥 둘이 그늘 아래 화단에 기대어 떠날 기미가 안보임. 어쩌다 이리로 왔지?
그렇다고, 얘들아 여기 너희집앞 골목 아니니 저리 가버려~ 훠이훠이~ 쫒아내기엔 야박하기도 한것 같았음.
그래서 창문을 열어 제치고, 떠들고 있는 저 남자가 내 오빠라는 느낌으로
'오빠아아아아아아아하아아아아아앙~' 하고 최대한 크고 애교있는 목소리로 비음을 섞어서 내질렀음.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두 명의 쉴새 없었던 대화가 한순간 조용~해짐.
그리고 그 둘은 재빨리 자리를 떠났고 난 다시 꿀잠을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