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생선까스"fishCutlet"님이 올리신
토론 자세에 대한 글이 베스트에 간 적이 있다.
말 예쁘게 하자는 게 요지다.
참 아쉽게도 베오베에 가지는 못했다.
역시 철학게는 향초에 대한 글을 올려야...
그리고 오늘 "한투박대" 님께서 대단한 어그로에 성공하셨다.
문장의 주술목 구조를 온전히 갖추라는 훈계시다.
대충 무슨 말 하시는 줄은 알겠다. 공감이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필자가 이 글에 할 말이 조금 있다.
다른 오징어들은 본인의 교양을 위해 본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1. 문장
그렇다면 역시 눈길이 가는 것은 그 글의 문장은 제대로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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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심 깜짝 놀랬다. 이런 상병신들이 지혜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이조차도 희랍애들의 관념에 근원을 둔 것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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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직접 인용구다. "아 진심 깜짝 놀랬다."는 별 문제 없다.
문제는 "이런 상병신들이 지혜---"다. 풀어쓰면
"상병신들이 희랍애들의 관념에 근원을 둔 지혜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이다.
이 편이 훨씬 깔끔하다. 문제가 있다면 뒤에 자세히 설명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편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된다. 왜 깔끔해야 할까?
기본은 확실한 '그 분'께서 아시겠지만, 논증에는 '타당'과 '건전'이 있다.
형식만 옳으면 타당할 뿐이고, 내용까지 옳아야 건전하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주술목 구조만 제대로 갖췄다고 해서 좋은 문장이 아니다.
물론 언제나 좋은 문장을 쓸 필요는 없다.
해당 글의 댓글에 "시공의 경계"님께서도 적어주셨지만,
오유 철게는 형식적인 공간은 아니다.
'그 분'은 얼마나 형식적으로 게시판을 이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토로할 때는 굉장히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
이것 참 '아 몰랑~ 내가 짜증나잖아'라고 볼 수 있다.
2. 글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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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어휘가 언제 우리 머릿속에 또아리를 틀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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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문장 구조는 맞다.
그런데 이 문장의 뜻을 알 수가 없다. 필자는 진짜 모르겠다.
또아리가 튼 시기가 중요하다는 건지, 애초에 틀었는지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또아리를 튼 곳이 '우리'란다. 그런데 사람마다 제각기 철학에 대한 철학이 다를 텐데
어떻게 이렇게 뭉뚱그렸는지 궁금하다. 꼭 한 수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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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지혜사랑'같은 건 그냥 사람됨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었던 사고에 불과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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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의 댓글로 "키망"님께서 적어주셨다. 이 문장이야 말로 주술목이 안 맞는 것이라고.
흠... 다행히도 주술목 구조는 맞다.
"A는 B일 뿐이었던 C에 불과하다."
"박근혜 같은 건 그냥 박정희의 분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었던 철부지에 불과하다."
말 되지 않나? 이건 맞는 문장이다.
그러나 1. '지혜사랑' 같은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2. '사람됨의 일부'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지,
3. '사고'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학문에 관심이 있다면 용어의 정의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잘들 알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의 3P가 있다. People(관중), Purpose(목적), Place(장소).
어떤 의사소통이든 상대방을 생각해야 한다.
필자 같은 우둔한 것은 위 글을 도저히 좋은 글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바둑을 보는 사람은 알 것이다. 프로의 기보에는 해설이 꼭 필요하다.
때문에 이 글도 좀 더 친절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 글의 설득력
필자가 중학생일 때부터 논술 시험을 앞두고 늘상 국어선생님들께 듣던 얘기가 있다.
"주장에는 근거가 따라야 한다."
앞서 밝혔지만 '그 글'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히 맞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너님들 주술목 좀 갖추셈 ㅉㅉ'은 주장인데,
그 근거가 전혀 없다. 그냥 본인이 봤단다.
그 분이 보시기에 불편했다, 고 아둔한 민중은 받아들여야 할 판때기다.
그런 정무적 판단철학적 판단은 설명을 해주셔야 일반 민중들이 분노하지 않으니
우리 오징어들께서는 본인의 주장에 항상 그럴싸한 근거를 하나 정도는 남겨두자.
제발...
4. 저자의 태도
보면 알겠지만, 지나가다 누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참된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주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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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좀 차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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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계몽이 안 된 우매한 필자에게 하는 소리일까?
엄청 화가 나셨나보다.
심리학에는 '방어기제'가 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행동 양식"이다.
아이들의 방어기제는 "울음"이다. 짜증나면 울고 보는 거다.
어른이 되면 우는 일에는 지쳐서 다채로운 방어기제를 학습하는데,
권장할 만한 방어기제는 '유머'다.
자신이 공격받아도 웃어 넘기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건 만국 공통일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여기서 드러내는 방어기제는 그리 성숙해보이지 않는다.
독자를 비하하는 태도는 그리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다만, 어그로를 끌기에 좋다. 정말 훌-륭한 어그로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나?
5. 베스트에 간 비결
설득력도 떨어지고, 반발도 사고, 문장도 안 좋은 이 글이
어째서 베스트에 갈 수 있었을까. 그것도 철게에서!
김자연 성우 사건으로 만게가 베오베를 점령한 적이 있다.
필자는 그 글들을 분석해 베오베에 갈 수 있는 비법을 연구한 적이 있다.
한 5분 걸렸나...
결론은 '사람 비꼬기를 짧게 한다'이다.
이것이 비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1. 사람: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뒷담' 좋아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사람'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사상'을 논하는 것은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철학게는 재미가향초가 아니면 답이 없다.
2. 비꼬기: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을 우월하게 만들어 준다.
3. 짧게: 읽기 쉬워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이다.
읽기 쉬워야 이해가 쉽다. 즉 쉬운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다.
즉 본질은 다룰 수 없다.
필자의 연구글은 당시에 베오베에 가기 위한 비결로
"그림 한 장으로 메갈 옹호 작가들을 비꼬면 된다."로 제시했다.
그럼 '그 글'을 보자.
1. 사람: 철학 덕후들아
2. 비꼬기: 문장이나 좀 똑바로 써라.
3. 짧게: 발암되기 전에 뜬다. 잘 놀아라.
와...완벽해! 정말 추천받기에 알맞은 글이 아닐 수 없다.
짧다는 것은 하부구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말인데,
철학게에서도 근원에 대한 탐구 없이 얼마든지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삼 필자의 연구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
"한투박대"님께 감사 인사 올리는 바다.
6. 끝으로
아직도 '그 글'의 댓글란에서는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
도대체 어떤 문장들의 주술목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인가?
이를 검증하는 것이 첫 번째가 되어야 '그 글'의 설득력을 검증할 수 있을 텐데
언어니, 성찰이니 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어지러운 형국이다.
시사게 금지사항에 '지역비하'와 '계층비하'가 있다.
지금 메갈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남성혐오'다.
비하나 혐오가 문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장의 타당성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성행하는 이유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죄의식의 자기합리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즉 어그로에 좋다. '그 글'처럼.
'그냥 걔들은 그래' 식의 의사소통은 굉장히 나쁜 방식이다.
아픔을 '승화'하려 노력하자.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면 된다.
올바른 철학이 있기 때문에 페미나치가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문장력이 부족한 오징어들도 문장력을 기르자.
마지막으로,
공부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암기하는 단계. 둘째, 연구하는 단계.
셋째로 인성 수양의 단계다.
철학을 안다고 해서 본인의 인성까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말자.
모든 철게징어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