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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이따금 떠오르는 광경
게시물ID : panic_898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7
조회수 : 122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07 22:53:18
이따금 떠오르는 광경
 
지금까지 신기한 경험을 몇 번 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 날 때마다 쓰려고 하니, 길고 재미없어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떄 일입니다.
저는 전부터 이따금 떠오르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꿈에서 본 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광경입니다.
 
낡은 집에 있는 전통식 방(불단 모신 방과 거실 두 개 이어진)에서
네댓 살 정도 된 여자애 둘이서 사이좋게 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할아버지 한 분이 눈가가 접히며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안색이 나쁘고 조금 말라서, 툇마루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유카타(목욕 후 입는 옷)를 입고 이불을 깔아둔 것을 보니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를 제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만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여자애들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일어서서
불단 구석에 무릎 꿇고, 여자애들을 손짓으로 불렀습니다.
둘이 신나서 할아버지 곁으로 달려가더니
무릎 꿇은 할아버지를 양 옆에서 들여다봅니다.
할아버지는 오래된 통을 들고 있었는데, 뚜껑을 열자 과자가 가득했고
여자애들에게 둘 셋 건네주셨습니다.
여자애들은 기뻐하며, 다시 뛰어가서 놀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또 미소지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별 특별함 없는 일상적인 광경입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대체 언제 본 건지, 대체 누구인건지, 꿈인지 어떤지 모두 수수께끼였습니다.
그저 그 광경은 사람 목소리나 어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데
가끔 여자 웃음 소리나 "좋겠다~"라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여자 목소리만 들렸는데
정말 상냥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목소리라 귓가에 맴돌곤 했습니다.
그런 걸 아주 예전부터… 제가 기억하는 한, 유치원보다 더 전부터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느 날, 저는 엄마에게 이 광경에 대해 말했습니다.
어차피 "그런 건 모르겠는데. 꿈 꾼 거 아냐?"라고 말하실 건 뻔했는데
달리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엄마에게 말한 거지요.
엄마는 제 예상과 달리
"네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아니?!"라며 깜짝 놀라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말로는,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병에 걸리셔서
거의 일도 못 나가시는 바람에
부인인 할머니가 가난해도 어떻게든 가게를 꾸려나갔고,
할아버지는 집 안에서 조용히 매일매일 시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상냥하고 조용한 성격의 할아버지와는 정반대로, 좀 엄한 분이었는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노가다까지하는 남자보다 씩씩한 여자였는데
(아마 남편 대신 일부러 더 엄하게 굴었겠지요)
쉬는 시간에 받는 과자를, 피곤하고 배가 고파도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집에 가져와서
우리 집의 가장인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그 과자에는 입도 대지 않고
평소엔 과자 구경도 못 하는 아이들(엄마와 형제들)을 위해 통에 넣어두었다가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조금씩 과자를 주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아이들이 크고, 장남이 집을 잇게 되었고
딸(우리 엄마)도 시집 가고, 다른 형제들도 독립해서 집이 가난을 벗어나고
할머니가 힘들게 일하실 필요가 없어졌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통 안에 과자를 넣어두었다가 귀여운 손주들에게 과자를 주셨습니다.
 
제가 철이 들 무렵엔 이미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생각도 못 했지만
엄마 말로는 아마 제 기억 속 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터울이 좀 있는 언니가 둘(언니들끼리는 연년생)있는데
아마 제 기억에 떠오르는 두 여자애는 언니들의 어린 시절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 외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는데,
제가 태어나 얼마 안 되었을 때 계속 고열을 내는 바람에
모유도 다 토하면서 먹지 않다보니, 점점 쇄약해지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라
의사 선생님을 포함해서 다들 포기하던 차
엄마만큼은 매일 매일 병원에 와서 절 보시면서 유리 너머에 있는 절 보며 울곤 했답니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엄마도 말라가고, 모유도 안 나올 정도로 몸이 약해졌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딸 모습이 안타까웠겠지요.
병원에서 우는 엄마에게
"너는 할 만큼 다 했어. 그러니 널 책망하지 말고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네가 그러고 있으면 그 애들은 어쩌냐.
 그리고 얘는 괜찮다. 분명 살 게야"
라고 말하시더니 집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 병세가 심해져 바로 입원하셨습니다.
그런데 극증 간염이라는 병이었는데, 순식간에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너무나 허무한 죽음과 반대로,
생사를 헤매던 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복하더니
아팠던 게 거짓말같을 정도로 건강해져서 퇴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할아버지가 저 대신 희생해주신 거란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제대로 성묘하기는 커녕
불단에 합장조차 하지 않았던 게 죄송해서
외가에 가자고 졸라, 일단 불단에 인사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불단이 차려진 할아버지 초상화를 보니, 분명 제 기억 속의 그 분이셨습니다…
 
이때는 이 일로 제 기억 속 수수께끼가 다 풀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외할아버지에 대해서
마치 제 눈으로 본 것처럼 알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따금 들려오는 목소리의 여자는 누구였을까요…?
역시 근본적인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85058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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