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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규칙
게시물ID : panic_89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6
조회수 : 173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8/07 22:54:57
규칙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집안 이야기이다.
조금 긴 편입니다.
 
세토 내해에 접한 곳에, 지역 내에서는 조금 알려진 대대로 장사하는 집안이 있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그 집은 후계자로 키울 사내 아이 복이 없어서
남아가 태어나도 금방 죽는데다, 다른 집에서 양자로 들여도 단명하고,
결국 마지막 후계자도 죽는 바람에 대가 끊어졌다.
 
집안에서는 핏줄 관계는 전혀 없는 죽공예를 하는 집의 아이를 양자로 들여서
새로 집안을 일으켜보려고 했다.
양자가 된 소년은 근면 성실하여 장사를 열심히 하여 가게가 번창했다.
소년이 청년이 되어 아내를 맞이했는데, 결실을 맺지 못 하고 아내가 죽었다.
다시 아내를 맞이했지만, 변사하고 말았다. 역시 결실은 맺지 못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아내를 맞이했다.
그 아내는 집에서 지참해온 부처님을 모시는 신앙심이 싶은 미인이었는데
꽤나 드센 면도 있었다.
양자로 온 그 사내는 드세면서도 아름다운 아내에게 반해서,
좋을 대로 하라고 두었다.
세 번째 아내는 죽는 일 없이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를 낳았고
그 중 두 명이 남아인지라 양자로 온 사내는 후계자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행복이 그리 이어지지는 않았다.
 
양자로 온 사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 병으로 죽고 말았다.
주인을 잃은 가게 고용인들은, 금품을 훔쳐 달아났고
이름 날리던 가게는 온데간데 없이 황폐해지고, 그 일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남겨진 처는 굳건한 불심이 있어,
이렇게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건 먼 옛날 안 좋은 인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본토에서 떨어진 어느 곳에, 신통력이 있는 승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집으로 초대하였다.
 
한 장년의 승려가 그 집으로 찾아왔다.
승려가 불경을 다 외자, 처에게 말했다.
"패배하고 도망친 무사 귀신이 있네. 겐페이 전쟁 시절 도망친 무사인 것 같은데
 이 곳이 예전에 전쟁터가 아니었는가?"
그 말을 들은 처는 새파랗게 질렸다.
 
이 지역 일대는 예전 겐페이 전쟁 때
빈사 상태의 무사들이 육지에 올라오게 된 땅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
"아마 이 땅에서 죽은 패잔병일 걸 세. 공양받고 싶어서 그러는 게야"
처는 얼른 물리쳐달라고 했지만, 승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리친다는 건 귀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꼴일세.
 나는 성불하지 못 한 귀신을 많이 봤지만, 액풀이를 당한 귀신은 많은 상처가 몸에 남네.
 그저 성불하고 싶을 뿐인데 그렇게 하는 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자네는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 아닌가.
 어디 한 번 공양해보는 건 어떠신가? 덕행 쌓는 셈 치고.
 나도 되도록 도와줌세"
 
원래 불심이 깊었던 처는 그 말씀을 이해하고,
집 정원에 패잔병들을 공양하는 공양탑을 세웠다.
처는 불경을 외며 패잔병들의 귀신을 계속 공양하였고,
그 후 그 일족에 나쁜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세 번째로 맞이한 불심 깊은 처는 예전에 노쇠하여 죽었지만,
그녀는 생전에 몇 번이나 아이들에게 말하곤 했다.
 
"내 말 잘 듣거라. 집을 다시 세우게 되더라도
 반드시 공양탑은 옮겨서라도 계속 공양하려므나.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다면 반드시 그리하거라.
 세상에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많은 법이란다.
 우리의 상식이 모든 것에 통한다는 여기지 않도록 하렴"
 
이윽고 세토 내해 근처에 살던 패잔병 귀신을 공양하는 일가의 집을 새로 세웠지만,
돌아가신 세 번째 처의 말대로, 옥상으로 공양탑을 옮겼다.
다들 일족이 번영한 것은 그 세 번째 처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그 말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또한 일족은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태어나는 아이들은 남자보다 여자아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향이 있다.
 
같은 지역 일대에는 상업을 하는 그 일족 집안 외에도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고,
그 집들 역시 공양탑을 세워 자손들이 공양을 계속 하고 있다.
미신이라고 치부하여 선대의 말을 듣지 않고 공양을 관둔 집은
신기하게도 가세가 기울어 파산하거나, 병으로 즉사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패잔병 귀신을 공양하는 것이 바로 편안하게 사는 법이었다.
그것이 세토 내해의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지역에서 전해내려오는
재앙을 피하기 위한 규칙인 셈이다.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시 참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태평성대가 이어지면 그것이 당연한 줄 아는 경향이 있으니
이 규칙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재앙의 원흉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일족 이야기이다.
그 일족은 우리 아버지 본가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처는 아버지의 어머니, 즉 제 할머니이십니다.
긴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실은 엄마 선조 중 패잔병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에 져서 산속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엄마 본가는 산속에 있습니다.
칼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합니다.
 
엄마 집안에도 사내 아이는 요절하여 대를 이을 후계자가 적은 집안 입니다.
기묘하게도 비슷한 집안끼리 인연을 맺고, 그 혈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것이 우연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88185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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